러시아-우크라 전쟁이 불붙인 자원패권경쟁···식량보호주의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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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전쟁이 불붙인 자원패권경쟁···식량보호주의도 확산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3.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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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동부 슈베트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들이 '석유 아닌 평화'라고 쓰인 피켓과 '평화의 상징' 조형물을 들고 PCK 정유공장으로 통하는 철로를 막은 채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수입 금지를 요구했다. 사진=AP·DPA/연합
독일 동부 슈베트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들이 '석유 아닌 평화'라고 쓰인 피켓과 '평화의 상징' 조형물을 들고 PCK 정유공장으로 통하는 철로를 막은 채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수입 금지를 요구했다. 사진=AP·DPA/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원자재 시장이 큰 불안에 빠지면서 지구촌의 자원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식량 수출을 중단하거나 비축을 확대하는 '식량 보호주의'도 확산하고 있다.

자원 빈국은 이런 사태의 충격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됐다. 경제와 민생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원자재 수급 등 국제 공급망 문제에 더욱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자원은 생명줄이자 무기···패권경쟁 가열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서는 총성과 포성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각종 원자재도 무기로 동원된다. 수출이나 수입 중단 등의 방식을 통한 경제 제재나 보복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주요 원자재 생산·수출국인 러시아 돈줄을 겨냥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 기준 세계 2위 원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천연가스 수출 1위국, 석탄은 3위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니켈 등 주요 광물의 생산국이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고 EU도 여기에 동참할지 고심하고 있다.

EU는 난방·전기·산업용 에너지의 90%를 천연가스로 충당한다. 이중 약 40%를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EU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는 26.9%(2019년 기준)이다.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상원의 조 맨친 에너지·천연자원위원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에너지 안보 관련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한다"며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 공급으로 대응할 것을 주장했다.

미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호주는 알루미늄 주원료인 알루미나와 보크사이트의 대러시아 수출을 금지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러시아는 만행에 대한 큰 대가,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맞서 219개 품목은 수출을 금지하고 281개 품목은 수출을 제한했다. 수출 금지 품목은 러시아가 이전에 수입한 제품·장비의 재반출을 막는 데 초점을 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와 천연가스, 주요 광물 등의 국제 가격이 뛰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수입 의존도와 관계없이 세계 각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고가 악화하는 연쇄 작용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격받은 국제 공급망이 회복 기미를 보일 시점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자원 패권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자국 희토류 가공업체 지원에 나서는 등 주요 원자재 생산국인 중국 견제에 나섰다.

호주도 중국의 자원 패권에 맞서 약 5억 호주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광물 생산 지원 계획을 내놨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한달간 석탄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보크사이트, 내년에는 구리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내 공급 안정을 내세운 조치다. 전 세계 석탄 수출 2위를 차지하는 등 동남아의 자원 부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의 이런 조치는 국제 수급 불안 요인이다.

식량 보호주의까지 확산···"원자재 외교·투자 강화 필요"

주요 산업의 밑거름이 되는 원자재뿐만 아니라 민생과 직결된 먹거리 확보전도 불붙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량 보호주의가 짙어지고 있다.

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안 그래도 뛰는 세계 식량 가격을 더욱 끌어올린 여파다.

러시아는 밀과 보리, 옥수수 등의 주요 곡물의 국내 공급 안정을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국(EEU)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이집트는 3개월간 밀과 밀가루, 콩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헝가리는 모든 곡물의 수출을 금지했다.

아르헨티나는 대두유와 콩가루에 붙는 수출세를 연말까지 33%로 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수출 장벽을 높인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팜유의 수출세와 수출부담금 상한선을 올렸다. 인도네시아가 최대 수출국인 팜유는 식용은 물론 화장품, 과자, 초콜릿 등의 원료로 쓰인다.

불가리아를 비롯해 곡물 비축 확대에 나서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아리프 후사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모방 효과"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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