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인수위가 표방한 능력주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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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인수위가 표방한 능력주의 인사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3.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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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모두 완료되었다. 인수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면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성 및 인사원칙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수위 구성의 대원칙을 확인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청와대를 벗어나 용산에서 대통령 집무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원칙을 확인하는 게 어쩌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달 13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민통합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분을 모셔야 가능하며 자리 나눠먹기는 곤란하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여성 할당 또는 지역을 미리 고려하는 과거의 방식은 청년과 미래세대의 실망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인위적 양성평등, 지역 안배 인사는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인수위의 능력주의 인사 

인수위원회 멤버 구성이 완료된 이후 국내 언론의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청년은 없고 여성은 불과 20%도 되지 않으며 부동산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달아 나왔다. 인수위에서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할 청년정책과 부동산 이슈, 양성평등에 대해 진지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가의 부재를 꼬집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비판은 인사관리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한 문제 제기는 아니다. 참고로, 인수위는 각 분과별 위원을 중심으로 24명만 공개 발표되었다. 과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50~200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운영된 점을 감안하면 24명 대표 인수위원회 명단만 살펴보고 이 분야 전문가가 부족하다, 저 분야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건 섣부른 지적이다. 

실제로 부동산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에 관한 전문가도 이번 인수위에는 없으며 ICT 또는 대학교육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 전문가도 인수위 명단에선 보이지 않는다. 발표된 인수위원회 명단이 소수이기에 이를 토대로 각 분야를 홀대한다고 비판한다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점은 향후 대통령비서실 구성을 본 후 비판해도 늦지 않다. 

청년층을 배제했다는 것도 성급한 판단이다. 국민 10명 중 3명이 청년층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청년층을 국가의 중장기 방향을 고민해야 할 인수위원회 멤버에 포함해야 한다고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 실제로 MZ세대는 공개 모집 및 선발 등 공정한 채용과정을 진행하지 않고 특정 인사를 발탁해서 청년대표로 삼는 것을 특혜로 생각하는 등 거부감이 강하다. 

오히려 곰곰이 짚어볼 점은 당선인이 능력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업적을 가진 분들을 중심으로 인사를 했다’고 발표하며 인재선발의 원칙에 능력주의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일 잘하는 정부를 내세운 만큼 인수위원회 구성을 각 분야 최고 능력자로 선발해야 한다는 점은 틀린 말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5년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자리에 각 분야의 최고 인재가 참여하는 건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기업이나 과거 정부에서 해왔던 여성 또는 청년, 지역할당이 각 분야 최고 인재를 배제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방대 및 여성 할당 정책을 통해 인재의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고민해왔고 그 결과 세계적 기업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능력주의 인사의 한계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공정이 손꼽혔기에 최고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 선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언뜻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에도 세계 최고의 대학과 기업들은 인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과 이외 여러 가지 지표를 고려하여 인재를 선발한다. 물론 수많은 지표를 고려한다고 해서 능력 없는 이를 선발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조직에서의 의사결정과 리더십, 상황판단능력은 객관식 시험, O/X시험 등 정답과 오답으로 구분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정치, 경제, 사회 영역에서 각 계층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당선인의 의지처럼 국민과 소통하려면 좀 더 다양한 관점을 지닌 인재 풀(Pool)을 구성해야 한다. 당위적 목소리가 아니다. 관련 연구에서도 다양성은 성과에서 능력주의를 늘 압도한다.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능력주의는 자칫 엘리트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기에 각자가 지닌 서로 다른 능력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공동체의 성과와 의식을 더욱 긍정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능력과 관점을 반영한 조직이 엘리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보다 바람직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스콧페이지 미시간대 교수 역시 수많은 실험연구를 통해 조직의 다양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창의적 성과를 만들어내는데 더 탁월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최고 인재로만 구성되면 ‘우리가 제일 잘 안다’라는 시각에 사로잡혀 확증편향에 쉽게 빠질 수 있기에 능력 이외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그는 얘기한다.

다양성을 위한 공정한 인사가 중요하다

정부보다 능력주의를 한층 더 부르짖는 기업에서도 우수한 스펙, 성과만으로 인재를 선발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시각이 결여되면 장기적으로 조직 경쟁력, 창의적 안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은 모두에게 열린 기회를 보장하는 등 좀 더 공정한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역량을 지닌 수많은 인재가 도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청년이 인수위원회에 부족하다고 해서 특정 청년을 발탁해서 중요한 보직을 부여하는 방식에 관해 MZ세대뿐 아니라 대다수는 이제 불공정을 느낀다. 좀 더 열린 기회를 대한민국 젊은이뿐 아니라 모두에게 부여해서 다양한 역량을 지닌 수많은 인재가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열린 채용, 공정한 채용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능력주의보다 훨씬 중요하다. 

공정한 채용을 통해 다양성을 조성하면 능력주의 이상의 성과와 가치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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