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시작된 이커머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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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시작된 이커머스 전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3.18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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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현대차그룹 등 6개월 내 시장 진출
완성차 이외 롯데·SK도 진출 잰걸음
정부는 17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19년부터 3년 간 지속돼온 대기업 중고차시장 논란이 현대자동차그룹 등 완성차 대기업의 진출 허용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중고차 시장이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국내 5개 완성차 브랜드를 비롯해 롯데렌탈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SK렌터카를 운영하는 SK그룹도 중고차 사업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돼 시장 내 경쟁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중고자동차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매출 규모가 비교적 크고 소상공인 비중이 낮아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요건인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중소기업 사정조정 심의회가 적정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현대차와 기아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와 기아의 준비 속도가 가장 빠르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소사업자들과 상생을 위해 5년, 10만km 이내 자사 차량 중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중고차 사업에 나선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구현된 브랜드별 중고차 매매 플랫폼과 전국 주요 거점에 대규모 전시장도 마련한다.

특히 현대차는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를 구매할 때 할인해주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에 나선다. 자체 시스템을 통해 차량 성능과 상태, 이력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적정 가격에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할인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원스톱 중고차 처리 및 신차 구입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와 기아는 기존 '오토벨'을 통해 중고차 도매사업을 해온 현대글로비스, 현대캐피탈과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중기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완성차 업체들은 심의위 결정 사항을 준수하겠다"며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과 긴밀히 소통해 소비자 권익 증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도 6개월 안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 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SK 등 렌터카 사업자도 환영

정부의 이번 조치로 롯데렌탈과 SK렌터카 등 기존 렌터카 사업을 영위해 온 대기업들도 반색하고 있다. 

국내 렌터카업체 1위인 롯데렌터카는 롯데오토케어를 통해 자사의 렌터카 매물을 바탕으로 기업간 거래(B2B)와 중고차 수출에 주력해왔지만 이번 조치로 소비자 직접 판매가 가능해 짐에 따라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최근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에 1800억원을 투자, 3대주주로 등극하는 등 모빌리티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엔카'를 통해 중고차 시장을 주도하다 적합업종 지정 후 사업을 매각한 SK그룹 역시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당시 매각했던 중고차 사업은 현재 '케이카'와 '엔카'로 현재 중고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SK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강점을 갖고 있고, 최근모빌리티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동시에 이커머스를 활용한 중고차 판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사진제공=현대차

중고차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 이커머스

완성차 브랜드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고차 시장의 격전지로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오프라인 판매보다는 이커머스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현대차와 기아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낙점한 곳은 각각 경기도 용인과 전북 정읍시 뿐이다. 이마저도 정읍시는 지자체의 보류 결정으로 자동차매매업 등록도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엔트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계약부터 출고까지 이커머스를 통해 진행하며 운영 노하우를 습득했다. 현대차는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고차 판매에서도 이커머스 전용 가상 전시장을 구축해 ▲360도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차량 하부와 내·외부 상태 확인 ▲가상전시장에서 중고차를 계약하면 집 앞 등 원하는 장소로의 배송 등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이커머스 부문 1위 사업자는 2016년부터 비대면 판매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카다. 케이카는 연 3만1955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81%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엔카, 오토플러스 등이 나머지 20%의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커머스 시장에 합류할 경우 중고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 케이카의 '삼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캐스퍼를 통해 온라인 판매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차가 오프라인 채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인증중고차 사업에서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롯데렌탈과 SK엔터카 등도 수혜가 예상된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뢰도 제고에 따른 중고차 시장 활성화와 온라인 구매 트렌드 강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 "상장 후 조정을 받고 있는 롯데렌탈, SK렌터카 등 기업 가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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