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관성 부재'...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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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관성 부재'...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3.17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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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총서 2대주주 국민연금 의결권은 사표
같은 감사위원 후보에 지난해는 찬성, 올해는 반대
'보여주기식' 의결권 행사는 그만둬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노태문 OK, 경계현 NO.'

국민연금이 16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제안한 사내·외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돌아온 건 국민연금의 구겨진 체면이다. 해당 안건은 모두 높은 찬성률로 주총 문턱을 넘었다. 

이날 주총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건 경계현 DS부문장과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었다. 지분율 8.69%로 삼성전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일찌감치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감시 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국민연금은 김한조 전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과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에 반대하며 "당해 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 때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라고 밝혔다.

특히 김한조 이사장의 경우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만큼 감사위원 선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은 갤럭시 S22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으로 개인주주의 원성을 샀던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반대하지 않았다. 노 사장은 98%에 가까운 높은 찬성률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국민연금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경계현 사장은 찬성률 86.34%로, 박학규 실장은 85.11%의 찬성률로 모두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또 김한조 전 이사장과 김종훈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안도 각각 69.53%와 74.4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사실상 국민연금 이외 모든 주주들이 사내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주총 시즌을 맞아 영향력이 증대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있어 보다 명확한 기준이 절실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먼저 삼성전자 주총의 경우 국민연금은 지난해 찬성표를 던졌던 감사위원 후보 김종훈 회장에 대해 올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보수한도에 있어서도 오락가락한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14일 있었던 네이버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에 반대표를 던졌다. 네이버는 보수한도를 전년과 동일한 150억원을 유지했지만 국민연금은 경영성과에 비해 과하다고 봤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1년 사이에 국민연금의 의견이 달라졌다.

하지만 네이버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큰폭의 실적 성장을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연결 기준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1조1550억원이었다. 이후 코로나19가 본격화한 다음해부터 2년 연속 네이버는 1조2153억원, 1조325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과 순이익도 늘었다. 2019년 4조3562억원이던 매출액은 다음해부터 5조3041억원, 6조8175억원으로 대폭 성장했다. 경영성과에 비해 과하다는 국민연금의 설명이 쉽게 수긍가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정치권과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보여주기식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국민연금의 모호한 기준은 재계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경련이 매출 500대 기업 주주총회 애로사항(154개 응답)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주총 안건에 반대 의사를 사전에 공시할 경우 주총 당일 해당 안건의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응답이 31.2%로 나타났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역시 10곳 중 4곳(43.5%)이 같은 대답을 했다. 500대 기업은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행사한 3378건의 의결권 중 549건(16%)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올해 들어선 우리금융지주(1월27일), 대우건설, 에스앤티홀딩스(2월28일), 삼성전자, 삼성SDI, 효성화학 주총에서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크게 늘어난 지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보다 예측가능한 엄중한 기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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