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대선보다는 글로벌...그래도 당선자 공약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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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대선보다는 글로벌...그래도 당선자 공약은 변수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3.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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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3월 9일 역사적인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뤄졌고, 현 여당이 야당으로 바뀌는 정권 교체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이번 정부 정책 중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자산시장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경제의 복원이 전체 공약을 아우르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현재 정부가 실행한 각종 정책이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고, 다분히 정부 주도의 규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공약이 구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대통령 하에서 자산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가? 특히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낙관적으로 혹은 비관적으로 한 방향을 결정해야 할까?

새 정부 출발, 주식시장 상승 모멘텀 될까

기본적으로 과거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흐름을 보면 과거에는 대통령 선거가 뚜렷한 증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했지만, 어느 시점 이후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거 1987년과 1992년에 치뤄진 대선 이후에는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였던 반면 그 이후 선거에서 이러한 현상은 점차 약화됐던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버블 붕괴로 증시가 부진할 수 밖에 없었던 대선을 제외하더라도, 정권 교체 여부나 연장 여부에 무관하게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이 증시의 뚜렷한 모멘텀이 되진 못했다.

생각해 보면 이 같은 현상은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과거 2000년대 이전에 비해 그 이후 우리나라 경제나 산업 구조가 크게 변화했던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경제로, 금리조차 자유화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즉, 축적된 가계의 저축을 기업에 집중시키거나 높은 물가를 유지해 차입의 현재가치를 줄여주는 정부 주도의 대기업 지원, 낮은 임금과 장시간 근로를 바탕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 지원 등 정부의 계획적인 경제, 산업 정책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기대는 늘 클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점에는 경제와 금융시장의 세계화가 제한적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주식, 채권, 외환 등 자본시장이 닫혀 있었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좋지 않으면 정부는 건설 부문의 부양해 성장률을 부양해 성장 둔화를 방어해, 차별화된 경기 사이클이 나타나기도 했던 것이다. 또한 국내 주식 투자자는 내국인으로 제한되어 있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른 영향 역시 제한적이었다.

기업 측면에서도 지금과는 달랐다. 반도체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한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이 로컬 수요에 의존하는 기업이었고, 수출 기업 역시 고도의 기술 경쟁력이 아닌 임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가는 상황이었다. 특히 글로벌화되어 있는 기업조차 경쟁력 측면에서 선진국 대형 기업에 비해 열위에 있었고, 기업 실적 변동성은 매우 컸다. 기업들 역시 글로벌 경제의 흐름보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반면 2000년대 이후 20년간 상황은 점차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세계화와 우리 기업들의 높아진 글로벌 경쟁력, 자본시장의 개방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 이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 제공과 안정된 교역 확대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특정한 산업과 경쟁력이 확보된 국내 기업들이 크게 성장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의 개방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중국과의 인접성이라는 특성과, 제조업 경쟁력이라는 강점을 가진 국내 산업과 기업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중국 주식시장 개방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중국 주식 시장의 프록시로 평가했다. 

글로벌 변수에 더 민감해진 증시

결국 이러한 점들은 과거 정부 정책의 변화와 기조에 영향을 받던 주식시장이 글로벌 경기 사이클과 개별 산업,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 반대로 국내 특정 정당 또는 대통령의 변경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한미 증시 또는 한중 증시는 과거에 비해 점점 더 동조화되기 시작했는데,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호재, 악재를 공유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 입장에서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사실 만으로 주식 비중을 늘려거나 줄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 후유증에 따른 높은 물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원자재 시장의 불안 때문에 글로벌 증시가 전체적으로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쟁의 장기화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이를 압도할 만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과정의 공약을 감안할 때 이번 새로운 대통령 선출 이후 나타날 몇 가지 변화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의 회복이다. 현 정부의 경제와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이 다분히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집중되어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는 판단 하에 진행되는 시장경제 복원 기조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민간 기업을 소유한 주주와 경영자에게 일정 부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제의 유연한 적용이나,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 기업관련법 정비를 통한 특수관계인 제도 운영의 개선 등은 당선인의 시장주의적 성향을 잘 나타내는 공약으로, 경영인과 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 당선자는 소액 주주들의 요청을 감안해 주식 양도세 철폐와 물적분할 요건 강화 등도 약속했는데, 이는 주식 투자의 타 자산 투자 대비 상대적인 매력을 높일 수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 현 정부와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점과 ICT 중 AI, 디지털플랫폼, 메타버스, 게임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국가 육성,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공약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해당 산업들의 성장이 정부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전과 같이 현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았던 산업과 기업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ICT 부문으로 각종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증시가 회복하는 시점에서 해당 산업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는 재료라고 판단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원자력 발전산업이 다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고리원전. 사진=연합뉴스

부정적인 부분들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진행될 노동시간 및 최저임금제의 유연화가 장기적으로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불확실하다. 기본적으로 소득의 양극화는 계층별 소비 성향의 차이로 인해 전반적인 소비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데다, 갈등을 유발해 기업의 전체적인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기업 실적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장기화적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경제 정책 측면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치, 외교적인 측면에서의 선택이 경제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대통령 역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 현명한 정책을 세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과거 사드 배치 이후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특히 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와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반(反)서방 국가들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환경에서 특정한 선택이 경제 및 증시에 타격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산업별 부침 가능성에 주목해야

산업 측면에서는 현 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해 육성했던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상대적 위축 여부를 살펴야 한다. 현 정부는 탈원전 기조 하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더 빠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을 도모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관심과 자원이 해당 부문에 집중될 수 있었다. 반면 새로운 정부 하에서는 이 같은 집중도가 다소 약화될 수 있다. 

물론 원전을 확대한다고 해도, 장기적 차원에서는 태양광을 비롯한 각종 신재생에너지의 기여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각종 변화가 대규모의 전력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화석 연료의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에너지 수요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생산 비용이 높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아지면서 해당 산업의 활력이 다소나마 떨어질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미 세계화된 기업들이 이끌고 있고, 외국인 투자 비중이 30%를 넘는 우리 증시가 국내 정치적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00년대 이후 실제로 대통령 선거와 정권 교체는 모두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대선 결과를 놓고 지나친 희망이나 비관을 가질 이유도 없다.

다만, 시간에 걸쳐 새로운 대통령의 공약이 약속대로 실행될 경우 증시에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은 계속해서 살펴야 하고, 그 효과가 산업별, 기업별로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글로벌 위험과 함께 부진한 증시가 회복되는 시점에서는 그 효과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라면 새로운 대통령의 각종 공약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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