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위 "현산 광주 붕괴사고, 설계 임의변경·동바리철거·강도부족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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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위 "현산 광주 붕괴사고, 설계 임의변경·동바리철거·강도부족이 원인"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3.14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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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조건의 2.24배에 달하는 하중 집중
동바리 조기 철거로 PIT 층 바닥슬래브 1차 붕괴 유발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강도(24MPa)의 85%↓
붕괴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모습. 사진=연합뉴스
붕괴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후 두 달간 진행한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사조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시공·지지방식 임의 변경에 따른 가벽 설치로 인한 작업 하중 증가 ▲설비(PIT) 층 하부 3개 층 가설 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을 꼽았다. 

임의로 시공 방법을 변경해 과한 하중이 건물에 작용했고, 밑을 받치는 동바리가 없는 상태로 슬래브가 처지다가 결국 파괴됐다. 무량판 슬래브가 16개 층에 걸쳐 연쇄 붕괴했다는 분석이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도 붕괴 원인 중 하나다. 3가지 원인으로 인해 건물이 붕괴됐고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구조물 붕괴과정. 자료제공=국토부
구조물 붕괴과정. 자료제공=국토부

① 사고원인 하나, 설계 임의변경

사조위는 첫 번째 사고 원인으로 붕괴가 시작된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로 변경한 점을 지적했다.

시공방법을 무지보 공법으로 바꿔 일체형 거푸집인 데크플레이트(Deck plate·데크)를 설치하기 위해 PIT 층 바닥에 콘크리트 가벽 7개를 설치하면서 설계조건의 2.24배에 달하는 하중이 중앙부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원래 재래식 거푸집으로 최고층 슬래브를 타설하는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던 현대산업개발은 층고가 낮은 PIT 층에 거푸집 지지대를 설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지지대 설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데크 공법으로 시공 방법을 하청업체인 가현종합건설 측과 협의해 변경했다는 것이 사조위의 분석이다.

현산 측은 화단 등을 설치해야 해 높이 차가 나뉜 부분에는 나무 등으로 만든 '헛보' 대신 콘크리트로 '가설 지지대(역보)'를 7개가량 만들며 데크를 받치게 했다. 콘크리트 가설 지지대는 수십t의 하중을 야기하는 구조물이었지만, 현산 측은 이에 대한 구조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감리는 공법 변경에 따른 구조검토를 위해 도면 제공을 요청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 구조 검토 요구는 현장에서 묵살됐다.

현산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원인 인포그래픽. 자료=연합뉴스
현산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원인 인포그래픽. 자료=연합뉴스

② 사고원인 둘, 동바리 조기 철거

사조위는 두 번째 붕괴 원인으로 PIT 층 하부 3개 층(36~38층)에 가설 지지대(동바리)를 조기 철거, PIT층 슬래브가 하중을 모두 견뎌야 해 1차 붕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동바리를 미리 철거한 것이 PIT 층 바닥슬래브의 1차 붕괴를 유발했고, 건물 하부 방향의 연속붕괴로 이어지도록 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철근 콘크리트 작업 시 충분한 콘크리트 강도를 확보해야 한다. 상부층 작업 하중을 견디게 하기 위해 아래 3개 층의 거푸집이나 동바리는 철거하지 않고 남겨둬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고 발생 사흘 전 38층의 거푸집과 동바리가 미리 철거됐다.

붕괴사고가 난 공간은 최상층으로 슬라브 타설을 마치면 38층 이하 자재를 빼낼 방법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공사 편의나 비용 절감을 위해 39층을 타설하기 전 미리 동바리를 해체하고 반출한 것이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주장이다.

지난 1월 26일 오후 크레인에 매달린 바스켓에 탄 작업자들이 화정 아이파크 상층부 붕괴단면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26일 오후 크레인에 매달린 바스켓에 탄 작업자들이 화정 아이파크 상층부 붕괴단면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 사고원인 셋, 콘크리트 강도 기준 미달

마지막으로 사조위는 붕괴 현장 다수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이하로 드러나 건물 안전성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현장 17층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를 강도 시험한 결과, 총 17개 층 중 15개 층 시험체의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강도(24MPa·메가파스칼)의 85%에 미달한 상태로 드러났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로 이어져 붕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콘크리트 양생 불량은 사고 초기부터 붕괴 의심 요인으로 지목됐는데, 눈이 내리는 악천후 상황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되고, 보양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정황이 CCTV 화면 등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콘크리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표준공시체와 실제 시공 콘크리트가 차이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이 드는 유화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을 타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이 의심되고 있고 콘크리트 자체의 성분 불량 가능성도 있다.

또 감리 부실도 공사 관리 측면에서 사고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조위 측은 건축심의 조건부 이행사항인 원설계자와 시공 시 관계 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았고, 감리단이 현장에서 사용한 검측 체크리스트에 세부 공정의 검사항목이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리는 '데크플레이트 지지용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도면 및 공법변경 내용과 하부 3개 층의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 등을 검측하지 못하고 후속 공정을 승인했다.

사조위는 재발방지책으로 ▲제도 이행 강화 ▲감리제도 개선 ▲자재·품질관리 강화 ▲하도급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김규용 건설사고조사위원장(충남대 교수)은 "붕괴사고의 원인은 구조 안전성 검토 부실, 콘크리트 시공 품질 관리 부실, 시공관리·감리기능 부실 등 총체적인 부실로 발생한 인재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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