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전쟁』 보면…한국 주도 연합방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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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전쟁』 보면…한국 주도 연합방위 가능할까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7.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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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의존 관성 버리고 교전 상황을 능동 대처하는 체질 갖춰야

 

▲ 책표지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2013, 메디치미디어)은 1999년 제1 연평해전에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서해에서 일어난 다섯차례 전투에 대해 장성 35명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 김종대는 지금은 국회의원(비례대표)이지만, 책을 쓸 때만 해도 ‘디펜스21+’이라는 편집장으로 국방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었다.

책을 집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정의당 소속 국회위원이 될 정도였으니, 좌편향으로 바라보고 스토리를 엮어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물론 그런 점은 있었다. 삐딱한 해석이 많았다. 바둑판의 훈수꾼처럼 이렇게 두면 될 것을 왜 그리 두었냐는 식이다. 언제나 북한이 먼저 공격했다. 왜 공격을 당할 지점에 배(또는 잠수함)을 댔느냐는 지적은 때린 자를 비난하기보다 맞은 사람을 나무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 때 그 배를 공격하지 않았어도 북한은 다른 시각에 다른 배를 공격했을 것이다. 공격한 북한을 비난하는 것보다 맞은 우리측에 더 많은 지적을 쏟아낸 것이 못마땅하다. 북한은 가만 있는데, 한국이 자꾸 엉뚱한 주장(NLL)을 하고, 우리가 시비를 걸다가 두드려 맞았다는 식의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 김종대 의원

하지만 방대한 자료와 35명의 장성들을 만나 들은 증언을 통해 5차례의 서해교전을 자세하게 기술한 데 대해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증언을 해준 장성들, 실무자들 가운데는 현역 국방 담당 지도자와 정치인들도 있어 책 내용이 좋은 자료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하겠다. 다만, 책 속에 소개된 우리 군의 전술 상황과 무기의 제원을 소상하게 기술해 행여 적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6월말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하고, 한국이 연합 방위를 주도한다”고 합의했다.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가져야 하는 것은 독립국으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쥐어온 상황에서 과거 다섯차례의 서해 교전에서 우리 군이 미군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해온 사실이 『서해전쟁』이란 책에서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을 가져오고, 한국 주도의 연합방위를 할 경우 우리 군의 체질도 바뀌어야 할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김종대의 『서해전쟁』에서 가장 기억해두고 싶은 대목을 꼽는다면 두 군데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시의 상황 설명은 가히 놀랍다.

 

사건이 발생한 2시 34분으로부터 몇 분 후 … 포격전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이 긴급히 청와대 벙커로 들어갔다. 기록되기로는 2시 40분이었다. …

청와대는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했을까. 2시 40분부터 벙커에서 상황을 점검하면서 3시까지 우리의 군사적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왜 군이 연평도에서 사격을 했냐”며 우리 측 원인을 따지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

이때 이 대통령이 한 의장(한민구 합참의장)에게 지시한 내용이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였다. 훗날 퇴임 직전의 이 대통령은 자신이 전투기를 비롯한 추가전력을 단호하게 대응하려 했으나 “군이 반대해서” 못했다고 그 책임을 몽땅 군에 전가하는 발언을 했지만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이 화상회의에서 전투기의 ‘전’자도 나오지 않았다. …

바로 이 무렵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서둘러 마치고 … 누군가 김 대변인에게 대통령의 첫 지시가 “확전 방지”였음을 메모로 확인해주었다. 김 대변인이 대통령 국방비서관인 김병기 준장에게 이 메모를 보여주며 “맞느냐”고 문의하자 김 준장은 “맞다”고 확인하며 몇몇 구절을 손질까지 해주었다.

김 대변인은 이 메모대로 춘추관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도록 춘추관장에게 지시했다. 3시 40분경 모든 방송에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이 확전 방지를 지시했다”는 속보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

 

한편 이 무렵 확전 방지 메시지로 인해 질타가 쏟아지자 청와대는 황급히 “대통령은 확전 방지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3시 50분에는 “이 대통령이 ‘확전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며 문구를 바꿨다가 4시에는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다시 고쳤다. 이어 4시 30분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것으로 고쳐졌다. 그러다가 오후 6시에는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기자들에게 “확전 자체와 같은 지시는 처음부터 없었다. 와전된 것이다”고 이제까지의 말을 전부 부인했다. … 김희정 대변인은 울다시피 하면서 “전달한 죄밖에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교전 다음날로 여겨지는 시점에 한민구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긴급 접촉을 했다. 한 의장이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는 항경력으로 연평도 포격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응징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연합사령관의 의견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샤프 사령관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건 한국 정부가 알아서 판단할 자위권에 관한 문제이다. 왜 나한테 그런 걸 묻는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판단하라.” …

사실 연합사령관은 미 합참과 태평양사령관의 지침을 받는 일개 예하 부대장에 불과하다. 미국이 전쟁에 연루될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을 예하 부대장이 결정할수 없다.

 

교전 다음날 한미연합사 간부회의에서 연합사 정부작전부장인 존 맥도널드 소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전날 교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다. 이라크의 신생 군대도 판단은 할 줄 안다. 그런데 어제 한국 합참에서 뭘 해도 되느냐는 전화가 매 시간, 매 분마다 수도 없이 왔다. 어떻게 한국군이 이라크 군보다 못한가?” …

 

작전통제권이 없는 군대는 제대로 된 작전을 기획하고 작전의 판을 짤 줄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과 군사 지도자들은 자신의 임무와 권한을 행사하는 방법을 모른 채 미 태평양사령부 예하의 일개 부대장인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자 했다. (294~306쪽 발췌)

 

▲ /'서해전쟁' 내 그래픽

 

2002년 6월 29일 제2 연평해전 당시에 대해 저자 김종대는 이렇게 서술한다.

 

전병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소속으로 육군에서 오연택 육군 중장이 파견되어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서해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제2 연평해전의) 교전이 일어난 6월 29일 새벽 세 시에 청와대로 출근하여 군사 상황을 점검하다 오전에 교전이 발생하자 긴급하 상황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온통 월드컵 분위기에 쏠린 청와대는 그날 정오에 박지원 비서실장 주재로 청와대 인근 효자동 어귀에 있는 삼계탕 전문점인 토속촌에서 청와대 전 직원의 점심 회식을 개최했다.

오 중령이 회식 자리로 급히 달려가 교전 사실을 보고했는데, 전병헌 실장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새벽부터 상황을 체크하던 오 중령은 자신의 상급자와 동료들이 서해에서의 교전 사실을 듣고도 여전히 태연한 데 대해 “무척 놀랐다”고 증언했다.

적어도 사람이 죽은 교전 상황이라면 청와대가 비상사태에 돌입할 줄 알았는데 영 아니었다. 세상은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축제를 즐기고 주가는 마구 치솟았다.

도무지 육군 중령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날 밤 그는 지인에게 “군복을 벗고 전역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어제 서해에서 죽은 장병들처럼 나도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후에 대령으로 전역한 그는 “그날은 내 인생이 바뀐 날”이라고 했다. 국가는 자신이 아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136쪽)

 

▲ /'서해전쟁' 내 그래픽

 

▲ 영화 '연평해전'의 한 장면 /영화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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