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달러 갈 수도”…리오프닝에 베팅한 항공주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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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0달러 갈 수도”…리오프닝에 베팅한 항공주 ‘흔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2.03.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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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 주가↓
유가 오를수록 수익성 악화 가능성 높아져
리오프닝 기대했던 개인투자자 수익률 마이너스
“항공 화물운임 강세로 이어질 수 있어” 전망도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자 유류비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주들의 주가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과 비교해 500원(1.81%) 떨어진 2만7050원에 거래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긴장감이 고조되던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약 10% 가까이 빠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25일 장중 2만6100원을 찍은 이후 리오프닝 기대감에 주가 오름세를 보였었다. 지난달 17일 전까지만 해도 2달여 만에 2만 원대 박스권을 벗어나 3만 원대를 터치하는 등 상승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고유가 영향으로 타격을 입었다. 항공주는 유류비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를수록 유류비가 매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통상적으로 국내 항공사의 매출액 대비 유류비 비중은 25% 수준이다. 

3월8일 기준 대한항공 주가 추이. 사진=KRX
3월8일 기준 일주일 간 대한항공 주가 추이. 사진=KRX

일주일 간 대한항공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2만8230원에 구매했다. 지난달 17일 전 대한항공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탔을 때의 개인투자자 평균 매수가는 3만 원에 달한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평균 수익률이 –9.83%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이날 같은 시각 전 거래일과 비교해 2.53% 떨어진 2만7350원에 거래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일주일 새 9% 빠졌다. 그밖에 티웨이항공(9.30%), 진에어(6.00%), 에어부산(1.55%) 등 LCC(저가항공사)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 1월 말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에 주가가 1만435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달 17일 종가 기준 2만1150원으로 주가가 무려 47.39%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6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39.13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0달러까지 각각 뛰어오르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하루 500만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서 최고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 140달러에 육박했다고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사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고유가로 인한 실적 압박이 계속되면 결국 연료비 상승분만큼 운임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국내 항공사들은 다음달 국내선 여객 유류 할증료를 9900원으로 12.5% 인상할 예정이다. 

국제선 유류 할증료는 이달부터 4단계 상승한 10단계를 적용해 편도 기준 거리 비례별로 1만8000원~13만8200원을 부과하고 있다. 2016년 7월 유류할증료에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10단계가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항공주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면서도 유럽연합(EU) 등의 영공통과 제한 조치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영국, EU,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제재 일환으로 러시아 항공사의 상공 비행 제한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도 이에 맞서 서방 항공사에 자국 영공 통과 제한을 결정했다. 러시아가 영공 통과를 제한한 국가는 EU 회원국 27개국을 포함해 총 36개 국가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항공유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유럽 항공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어 유럽 항공사의 동아시아 운항 서비스가 줄어들 전망”이라며 “이는 공급부족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항공 화물운임 강세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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