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도요타 자회사 '히노자동차' 5년간 엔진성능검사 조작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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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도요타 자회사 '히노자동차' 5년간 엔진성능검사 조작 드러나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2.03.06 11: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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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히노자동차, 엔진 성능 시험 결과를 장기간 조작
조작된 결과로 국가 인증까지 획득
문제 엔진 사용 차량, 약 11만대 이상 추정
日 정부 관계자, ‘사실이라면 악질’
히노자동차의 모회사 도요타 신뢰성 타격 불가피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 중견 차량 생산 기업인 ‘히노자동차’가 엔진 성능 시험 결과를 오랜 기간 조작해온 것은 물론, 그 결과로 국가 인증까지 받아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히노자동차 회장은 기자 회견을 열고 사과하는 한편, 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출하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밝혀진 부정행위는 지난 2016년,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를 조작해 큰 논란이 된 이후부터 이뤄졌기에 히노자동차 측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시험에 부정이 있었다는 점에서 ‘히노자동차’는 물론 모기업인 ‘도요타’의 신뢰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장기간에 걸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것은 물론, 여러 협력 업체가 도산 위험에 빠지자 일본 자동차 산업의 위상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자회사에 중・대형 차량 생산 중견 기업인 ‘히노자동차’가 엔진 성능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하려고, 오랜 기간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일본 언론들이 관련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일본 사회도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히노자동차, 부정 자료 제출 의혹(화면 오른쪽 위)’이라는 자막과 함께 4일 보도하고 있는 ‘TBS 뉴스’. 사진=TBS화면 캡처.
‘히노자동차, 부정 자료 제출 의혹(화면 오른쪽 위)’이라는 자막과 함께 4일 보도하고 있는 ‘TBS 뉴스’. 사진=TBS화면 캡처.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정 시험이 이뤄진 것은 중・대형 트럭과 관광버스를 위한 엔진으로, 이들 엔진은 ‘이스즈자동차’의 대형 관광버스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부정 시험의 구체적인 내용은 내구성을 측정하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시험 도중 정화장치를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실제보다 배기가스와 연비 수치가 더 좋아지도록 측정장치를 부정하게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나온 결과를 제출해 국가로부터 인증을 받아온 것도 밝혀졌다.

게다가 일부 차종은 국가 환경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리콜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런 부정행위는 늦어도 2016년부터 행해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 부정이 판명된 차종의 누적 판매 대수는 올해 2월 말 시점에 11만 3469대에 이른다. 

이에 지난 4일, 히노자동차의 시모 요시오 회장은 기자 회견을 열고 ‘있을 수 없는 부정행위다. 경영진의 책임이 매우 무겁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해당 엔진과 그 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출하 정지를 결정했다고도 전했다. 

또, 현장에서 목표 달성과 일정 엄수라는 압박이 심했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의 배경에 있으며, 향후 외부 인사들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부정행위의 경위와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히노자동차, 적어도 2016년부터 2022년 2월말까지 부정, 누적 판매 대수 11만 3469대(화면 아래)’라는 자막과 함께 4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히노자동차, 적어도 2016년부터 2022년 2월말까지 부정, 누적 판매 대수 11만 3469대(화면 아래)’라는 자막과 함께 4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한편, 국토교통성은 지난 4일 밤 기자 회견을 열어 이번 부정행위는 자동차 인증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히노자동차에는 상세한 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신속히 보고하도록 요구했으며, 실태 파악을 위한 현장 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면, 도로운송차량법에 따라 문제 차종의 인증 취소나 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4일, TV아사히는 국토교통성의 한 간부가 ‘부정이 사실이라면 악질이다’라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미리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히노자동차가 방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일본 언론들이 제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번 부정행위는 지난 2016년 9월,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데이터 조작이 발각된 이후부터 행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히노자동차는 최근 배기가스 관련 리콜을 반복해 왔다. 2020년 4월에는 중형 트럭의 배기가스 방지장치 등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4만 351대의 리콜을 국토교통성에 신고했다. 2021년 12월에도 대형 트럭의 배출 가스 발산 방지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4만 7291대의 리콜을 신고했다.

한편, 모기업인 도요타는, 지난해 6월, 2050년까지 전 세계 도요타 공장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로 만들겠다던 목표를 15년이나 앞당겨 2035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4일, 히노자동차 경영진이 기자 회견을 열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는 ‘TV아사히 뉴스’.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4일, 히노자동차 경영진이 기자 회견을 열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는 ‘TV아사히 뉴스’.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도요타의 자회사가 자동차의 ‘심장부’인 엔진에 관한 부정행위를 장기간 저질러온 것이 밝혀지자, 기업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일, 협력 업체의 서버가 악성 코드에 감염되어 도요타와 히노자동차의 모든 일본 국내 생산 공장이 정지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월간 일본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4~5%인 약 1만 3000대의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는 등, 도요타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 관해 많은 일본 네티즌들은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히노자동차 경영진과 국토교통성을 질타했다. 그리고 갈수록 엄격해지는 기준에 일본 자동차 기업의 기술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2016년에 발각된 미쓰비시자동차의 장기간 연비 데이터 조작은 물론, 지난해 2월에는 일본의 중견 자동차 부품 회사인 ‘아케보노 브레이크 공업’이 지난 20년간 약 11만 건의 브레이크 검사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도요타의 대리점에서 정기 차량 검사와 관련해,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거나 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등, 부정 차량 점검이 이뤄진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달 15일에는 일본의 대형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인 ‘마렐리’가 경영난으로 인한 파산 위기에 빠져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갈 예정인 것은 물론, ‘마렐리’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기업이 여러 곳 있다는 소식마저 전해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전자 산업이 시간이 갈수록 뒤처져 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에서 마저 잇따른 부정이 발각되자 일본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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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2022-03-06 11:27:10
윤도리도리 어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