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한달..효과는] ③ 유재원 노무사 "산재공화국 오명 벗어날 기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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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한달..효과는] ③ 유재원 노무사 "산재공화국 오명 벗어날 기회" (인터뷰)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3.06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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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후 새 시대의 안전기준에 관해 공감대 형성
통계 분석은 아직 시기상조…좀 더 지켜본 뒤 분야별로 면밀한 분석 필요
검찰과 법원에서 중대재해법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는지 지켜봐야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명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과 제조업계는 시행전부터 부사장급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안전 관련 조직을 확대했다. 기업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을 확대하고 기술개발 및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입법 취지와 궤를 같이 한다. 안전에 대한 첫발을 내딛은 만큼 갈 길은 멀다.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 달여 시간이 흘렀다. 기존에 뿌리깊게 박힌 관행과 안전에 관한 인식이 바뀌기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덕분에 대한민국 현장은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최고경영책임자(CEO)에 징역형과 징벌적 벌금을 매길 수 있어 산업계 전반은 모두 이 법에 대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법 시행 후에도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는 발생했다.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사고다. 법에 따르면 근로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원청의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그룹 오너나 원청 대표이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해 직접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급·용역·위탁한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도 부과한다. 법 시행 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 검찰과 법원은 신중히 판단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대한민국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겸 노무사는 "이제 대한민국이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다음은 유재원 변호사 겸 노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겸 노무사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겸 노무사

-법 시행 한 달이 지났다. 사업주 또는 근로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사업규모가 작거나 인원수가 적은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미온적인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그것을 엄중히 처벌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일반적 위하의 효과를 가지는 형벌 기능)만이 전파되고 있다. 이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본질(기능)과 효과를 대단히 일부만 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거의 모든 사업장에도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이고, 특히 이 법의 형벌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처벌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 5배 이내의 민사적인 배상책임이 있다는 점, 가장 중요하게도 안전보건조치의 이수 여부를 강제한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제조물의 결함, 공중이용시설(숙박시설, 공연장), 공중교통수단(버스, 기차 등) 문제들까지도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를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사업주들은 '허용된 위험'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 아무리 방지하려고 해도 사고는 발생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상당한 위하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여서, 앞으로 사업주들에게 사고를 완전히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 할 수 있으나 그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불발생을 노력하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근로자들은 그동안 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지출을 '비용부담'과 '거추장스러움'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추락사고, 붕괴사고 등등은 안전 조치(추락방지망, 안전용품 등)가 단 1개만이라도 확보된다면 그 중대한 인명사고가 방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점에 대해 노동부와 산업안전공단의 홍보와 교육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시각차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새 시대의 안전기준에 관하여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제 대한민국이 산재공화국(산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큰 나라)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시행 한 달여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다양한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회사가 더욱 안전에 예산을 투입하고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측면과 근로자 개개인의 안전확보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비계'라는 것이 있다. 이른바 '날으는 계단'이라는 것인데, 건축에 있어서 외벽과 구조물 등을 구축, 정비하려면 필수적인 설비다. 그런데 이러한 비계조차 우리나라는 현장마다 제각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시스템비계(체계적이고 공고한 비계 구조물)을 쓰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사업주로서는 부담(비용적 측면)으로 생각하고 있다. 근로자도 기존에 간이하게 쓰던 비계를 사용하거나 아예 A형 사다리, 고소작업대 등을 무리하게 쓰면서 작업 효율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였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하게 추락사고나 근골격계질환이 유발되는 공간이 바로 비계일 것이다. 이 사례를 보면 사업주의 인식도 중요하지만 근로자의 의식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최근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사례로서 논의된 것들은 채굴현장의 사고, 고속도로추락사고 등이 있었고, 어느 대선주자의 버스에서 일어난 질식사고도 있었다. 앞으로 이러한 사고들이 어떻게 처벌되거나 다뤄지는지 계속 지켜봐야한다.

미래적으로는 회사의 예산확보, 인식개선이 우선돼야 하고 근로자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깨어나야 할 것이다.

-고용부가 법 시행 후 한 달간 사망사고와 사망자수를 전년동기와 비교해보니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협력업체 사망사고와 사망자수가 많다. 중대재해법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사고라고 보는가. 

▲아직 함부로 통계를 내놓을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좀 더 시일을 두고 시계열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건설, 기계, 화학, 일반제조 등등 각 사업장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분야별로 사망사고, 중대재해사고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모든 재해는 '완전'은 없으나 '안전'은 가능하다. 이러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핵심이고,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가 그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과정에서부터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책임주의 원칙> 위반을 법조계에서 지적했다.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보더라도 이를 놓고 고용부와 검찰 측에서 신중한 모습이다. 변호사로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만약 보완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한다고 보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은 옥상옥(屋上屋)의 측면이 당연히 지적되고 있고, 안전및보건확보의무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이 사실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경영책임자 등이 사실상 아무런 관여가 없는 경우 책임주의 원칙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당연히 있다. 보완입법은 시급하다고 보는 의견도 팽배하다. 그러나 앞으로 검찰과 법원에서 해당 법률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는지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대형 로펌에서 자문중인 대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될 경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할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법원이 제청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또는 헌법소원 모두 가능한 것인가. 이 법을 놓고 어떤 논의가 필요한가.

▲맞다. 이 부분은 헌법에서 보장된 재판청구권에 의거 당연히 그 해석과  판단을 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판단과 예견을 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겸 노무사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제 45회 사법시험 합격, 제 20회 공인노무사 합격 후 변호사 겸 노무사로 활동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법조사관(서기관)으로 근무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과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 겸 교육연수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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