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파장]③ 강도높은 대러 금융제재...글로벌 공급망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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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 파장]③ 강도높은 대러 금융제재...글로벌 공급망도 '휘청'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3.04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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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러 성장률 2%에서 -7%로 대폭 하향
세계 경제 또한 1.1% 가량 타격 입을 듯
러시아 노출 큰 유럽은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커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강도높은 금융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강도높은 금융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강도높은 금융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 경제 위기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노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유럽 은행들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파장이 우려된다. 

"강도높은 대러 금융제재, 러시아 고통 피하기 어려워"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금융제재를 이어가는 것과 관련, "서방국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군사적인 수단으로 세계 금융시스템을 무기화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전격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스위프트 결제망은 전세계 은행간 송금 시스템으로, 스위프트 배제는 가장 강도가 높은 금융제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6430억달러 규모의 국제보유고에도 접근할 수 없게 돼 러시아 정부 재정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베인베르그는 "이번 제재는 역사상 결코 본 적이 없는 러시아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해체할 수 있을 정도로 가혹한 조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몇 년 동안 미 달러를 비롯해 다른 통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서방 국가들과의 금융관계를 축소시켜왔다. 보유자산 또한 프랑스와 미국, 독일 등에서 금이나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등으로 이동시켜 온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역의 대부분이 달러와 유로로 이뤄져 러시아로서는 이 타격을 피하기가 어렵다"며 "러시아가 금이나 중국 위안화, 암호화폐 등을 통해 서방국가들의 제재의 여파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금융상 고통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올리버 앨런 캐피털이코노믹스 시장 경제학자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세계 금융시장으로부터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차단해 강력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추구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며 "러시아가 현재의 길을 계속 간다면 이번 제재가 어떻게 러시아와 나머지 세계와의 관계 단절의 첫 단계가 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세계 기업 및 투자자들이 러시아에서 앞다퉈 발을 빼고 있다. 

엑슨모빌과 BP, 셸 등 석유기업들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사업 중단 및 신규투자 중단 계획을 내놨다.

거대 기술기업과 자동차회사, 소매업체, 항공사, 비자 및 마스터카드 등 카드사들 또한 마찬가지 결정을 내렸다.

CNN은 "최근 기업들의 이탈이 며칠 동안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같은 움직임은 경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경제 전문가들은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은행과 기업에 부과한 조치는 러시아 금융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러시아 경제 전반에 더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2% 성장에서 -7%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했던 2020년 -3%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4.5%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다시 7%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분석가들 또한 대러 금융제재로 인해 러시아 GDP 성장률이 6% 가량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JP모건은 올 2분기 러시아의 GDP성장률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7%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신용평가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부도 위험에 가까운 CCC-로 무려 8단계 하향조정했다. 러시아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앞으로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앞서 무디스와 피치 또한 디폴트가 우려된다며 러시아 국채신용 등급을 투기등급으로 6계단씩 낮춘 바 있다. 

글로벌 경제 타격 우려도...불확실성 짙어져 전망 어려워

주목할 부분은 러시아 경제 타격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제시한 시나리오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세계 경제 성장률이 1.1% 가량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러시아의 경제 타격으로 인해 공급망 대란이 이어질 가능성이다.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러시아의 보복이나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더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뜨겁게 만들면서 전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더욱 불확실성 속으로 몰아넣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데스몬드 라흐만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미 인플레이션이 걱정거리인 가운데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중앙은행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더 뜨거워질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정책적 선택이 어떻게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아담 포센 소장은 "이번 사태가 특히 유럽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물가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망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일시적인 대포 소리라고 하기에는 시장에 나타나는 불확실성 요인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문제"라며 "특히 러시아 경제 제재의 강도가 유례없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러시아 문제가 글로벌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 은행들은 러시아 금융시스템에 노출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로존의 러시아 금융 익스포져는 74.2%로 매우 눞은 상황이다. 

이 증권사는 "미국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러시아 은행 및 기업 파산이 유로존 은행들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가 러시아의 주요 무역국이라는 점에서 실물과 금융경기 모두 충격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네스 맥피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급격한 갈등의 변화 양상을 감안할 때 향후 고용 및 경제성장에 대한 타격을 예측하기란 어렵다"며 "이것이 최악이 아닌 더욱 악화된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NYT는 "침공과 제재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양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주입하고 있다"며 "글로벌 전망에 대한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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