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파장]① 치솟는 비트코인, 전쟁이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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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 파장]① 치솟는 비트코인, 전쟁이 약일까 독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3.0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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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일주일만에 20% 가격 올라
루블화 기반 거래량 크게 늘어
제재 회피 수단으로 사용...규제의 벽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
러시아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강도높은 제재로 인해 루블화가 폭락하자 대안통화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강도높은 제재로 인해 루블화가 폭락하자 대안통화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러시아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강도높은 제재로 인해 루블화가 폭락하자 대안통화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루블화의 추가 폭락을 대비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대안으로 삼고 있는 데다, 러시아 또한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암호화폐의 강세를 이끈 것이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추가 제재가 예고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의 벽도 더욱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비트코인 강세...스테이블코인 선호도는 더욱 높아

2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현재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4만4000달러를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월24일에는 3만500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지만, 불과 일주일만에 20% 이상 오른 것이다. 

내리막길을 걷던 비트코인을 급반등으로 이끈 것은 대러 제재 강화다.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등 금융제재 수위를 높여가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 루블화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추가 하락을 우려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 또한 비트코인 가격 강세에 일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가격 상승을 이끈 수요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리서치 그룹인 체인애널리시스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루블화와 비트코인, 테더 등의 거래액이 두 배로 증가해 하루 6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언급하며 "대러 제재로 인해 달러 기반 전통 금융시스템에서 제외된 러시아 계좌가 암호화폐로 자금을 이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트코인보다 테더에 대한 수요가 더욱 두드러진다. 테더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미국 달러와 1대1로 고정된 화폐다.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업체인 카이코의 클라라 메달리 리서치 디렉터는 "루블화로 결제된 테더 물량이 비트코인보다 두 배 이상 많다"며 "스테이블 코인이 안전자산으로 대러 금융제재를 회피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전문 리서치 기관인 아케인리서치의 벤딕 셰이 리서치 책임자 역시 "투자자들에게는 테더가 가장 큰 위안을 주는 곳"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적어도 러시아 투자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찾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규제의 벽 높아질수도

대러 제재 강화는 전통 금융시장과 분리된 암호화폐 시장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커지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하고 나서면서 루블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속에 암호화폐 관련 규제도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하일로 페로도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 장관은 지난달 27일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이용자들의 계정을 동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를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현재로서는 러시아 사용자 계정을 동결할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바이낸스 측은 "암호화폐는 지구상에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금융적 자유를 부여한다"며 "이용자 계정을 일방적으로 동결하는 것은 암호화폐 존재 이유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의 설립자인 제시 파월 역시 "개인 투자자들을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 분리시키고, 지도상의 선이 중요하지 않은 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끄는 것이 크라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같은 자세에도 불구하고 서방 국가들은 암호화폐가 러시아의 자금확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줄곧 표출하고 있다. 

FT는 "서방 강대국들은 암호화폐가 대러 제대 회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암호화폐의 오남용에 대해 공격적으로 맞서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 또한 "영국이 러시아 은행 등의 제재를 악화시키는 경로로 암호화폐를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요 거래소들이 러시아 사용자 계정의 동결 계획이 없음을 밝혔지만, 서방 국가들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우려가 줄곧 쏟아지고 있는 것은 암호화폐가 늘상 마주하는 규제의 벽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폴 도노반 UBS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들은 암호화폐 규제를 갈수록 긴박해지는 문제로 볼 가능성이 있다"며 "잠재적인 제재 회피를 위한 암호화폐의 역할은 장기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루블화와 암호화폐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단위: 백만달러). 자료=체인애널리시스, 카이코, FT
루블화와 암호화폐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단위: 백만달러). 자료=체인애널리시스, 카이코, FT

연준 긴축의지 낮아진 것이 강세 배경이라는 시각도 

암호화폐를 제재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잘못된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암호화폐의 경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암호화된 거래 기록이 여러 컴퓨터에 나눠 저장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고, 모든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레아 왈드 발키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시장 참여자들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온라인 거래를 추적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상황과 별개로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 결과라고 해석하는 시각이다.  

어센드EX의 마이클 린코는 "이번 분쟁으로 인해 국경이 없고 제재 위험에서 자유로운 비트코인 특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암호화폐 시장의 강세 이유는 아니다"면서 "불확실한 지정학적 배경 속에서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의지에 회의적이 된 점을 이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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