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긴축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까지...불확실성 커진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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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긴축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까지...불확실성 커진 증시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2.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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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안타까운 전쟁이 발발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러시아와 서방의 팽팽한 긴장 하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제재 경고까지 나왔기 때문에 전쟁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러시아는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침공과 함께 일부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거의 전면적인 공격을 진행 중이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 시내에 남아 지속적인 저항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당초 의도보다 전쟁은 길어지는 양상이며, 심지어 최근에 러시아는 핵 관련 부대의 경계를 강화하며 위협을 더 하고 있다. 당연한 귀결로 서방 각국의 러시아 제재도 예측되고 있다.

사실 증권업계에 종사하면서 이러한 시기는 전망도 분석도 참 어렵다. 일단 전쟁이라는 사건 자체의 복잡성 때문이다. 우연한 사건이 개입될 소지도 많다. 전쟁의 발발과 전개 과정에 대해 국제 정치학자들의 논란이 분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시점에는 한 쪽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불행이 닥쳤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돈과 투자를 생각하는 것이 비도덕적으로 생각되지 않을까라는 심리적 부담도 커진다. 이런 부담은 인명 피해가 많은 여러 사건들에서 업체별 수혜를 바라봐야 하는 경우에도 생기는데, 정확한 판단에 어려움을 준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험으로 보면 이럴 때일 수록 전망하는 쪽이나 투자자 모두 냉정해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건 자체 만으로도 안타까운데, 그 과정에서 재산적 피해까지 발생한다면 더욱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과 관련된 전망과 분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번 전쟁이 글로벌 경제와 증시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거 경험상 전쟁의 충격은 단기적

일단 과거 경험을 살펴 보면 전쟁의 충격은 단기적이었고, 이번에도 단기적으로는 그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전쟁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지난 2~3주 동안 10% 내외 하락하던 주요국 증시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미 3% 내외 반등하기도 했다. 전쟁 영향은 이제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크고 작은 전쟁이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비교되는 몇 가지 사례는 이 같은 전망을 지지한다. 실제로 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등 전쟁 상황에서 침공 전후 기간 5~10% 정도 하락했던 증시는 바로 반등에 성공했다.

전쟁 자체가 불확실성의 해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른 저가 매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이 발발하면 각국 정부는 전쟁 이전 시점보다 더 완화적인 정책으로 경제 충격을 방어하려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이 같은 반응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전쟁이 일어난 현 시점이 주요국 긴축의 와중이라는 점과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플레이어라는 점 때문이다.

긴축의 이유는 물가일 수 밖에 없고,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질 경우 전쟁 우려와 긴축 사이에서 중앙은행의 실패 확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러시아는 알다시피,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며, 2위의 산유국이다. 또한 알루미늄, 니켈 등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이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밀 등 곡물 생산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다. 또한 서유럽 국가들에게 대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국가로서 이번 사태에서도 이러한 위상이 주는 자신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통하는 가스관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서방의 경제 및 금융 제재에 대해 러시아가 자신들의 원자재를 무기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경제에 시기적으로 안 좋은 시점에 벌어진 사태로 판단된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러시아의 침공 의욕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지금이 적기였다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코로나19의 타격이 물가로 전이된 시점에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방향의 전쟁은 연준과 투자자에게 모두 부담이다. 연준으로서는 긴축 속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충격을 감수해야 할지 고민이 불가피하다. 만약 상황 판단이 잘못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틀어 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틀어 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년간 멈춘 냉전흐름 재개될까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우려할 점이 있다. 1990년을 기점으로 30년간 멈췄던 냉전 흐름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한 블록과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블록이 다시 힘겨루기에 나설 수 있다.

물론 과거 소련에 비해 러시아의 위상은 감소했다. 많은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한 상황이고, 반러시아적 성향이 강한 국가도 많다. 나토 가입 현황은 이 같은 점을 잘 보여준다. 대신 중국의 힘이 강해졌고, 현재 중국은 친 러시아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관계가 언제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 깊이로 계속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미국이 주도하는 유니폴라 시스템에 대한 두 강국의 시각을 감안할 때 확률은 작지 않은 편이다.

냉전 흐름의 재개는 결국 미중 갈등으로 이미 진행되던 각국의 리쇼어링 움직임과 탈세계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는 비효율성의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 더해 글로벌 교역량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세계화 과정에서 큰 이익을 봤던 수출 주도 국가들의 성장에 부정적이다.

전쟁의 양상을 전망하고, 그 영향을 추론하는 일은 늘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은 비관적 시각과 달리 이번 침공이 단기적으로 끝난다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나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모두 과거와 같이 단기에 작은 폭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 천연자원 의존도를 감안할 때 제재의 강도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의도대로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부가 들어서게 되거나,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간접 지원과 함께 방어에 성공하는 경우 모두 전쟁 자체가 주는 충격은 잦아들 것이다. 

사태가 단기에 마무리되면 경기 둔화 방어와 물가 안정 모두를 달성해야 하는 각국 중앙은행 입장으로서도 정책 스탠스를 정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덜할 것이다. 연준의 실패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고, 소순환적인 경기 둔화 사이클이 빨리 마무리되고 올해 말 정도부터는 경기 확장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반영해 주가도 상반기 저점 이후에 상승할 것이다. 전쟁이 없었을 경우 예상됐던 기본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전쟁 당사국들이 원자재 시장에서 매우 큰 플레이어라는 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긴축이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라는 점 ▲장기적으로 이 사태가 탈세계화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과거처럼 아주 단기에 충격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섣부른 대응보다 시간을 갖고 사태 추이를 살펴야 하고, 정책당국으로서는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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