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의 변신…옛 한옥에 현대를 입힌 젊음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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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의 변신…옛 한옥에 현대를 입힌 젊음의 거리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6.21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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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재생의 모델…급등하는 임대료로 옛주민과 상인들 밀려나는 부작용도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변화가 놀라웠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새로 뜨고 있는 그 곳을 며칠전에 다녀 보았다.

한옥의 고풍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세련된 카페와 식당들이 들어섰다.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태국 요리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식당들이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다. 고층빌딩 안에 들어가 있는 규격화된 카페나 식당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옥의 뼈대와 지붕을 그대로 두고 현대식 유리와 장식으로 인테리어를 갖췄다. 옛스러움과 새로움이 함께 했다. 이름난 맛집에는 긴 줄이 서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인스타그램등 SNS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쪽에는 여전히 갈매기살 골목이 여전히 있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 /네이버 지도

 

익선동은 도심 속의 낙후지역이었다. 한옥마을이었지만 서촌이나 북촌, 인사동만큼 뜨지 않았다. 집값과 임대료도 쌌다. 옛날에 북촌엔 양반들이 살았고, 익선동의 작은 한옥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가옥 평수도 15~20평에 불과하다. 대지를 합치면 30~40평. 좁은 골목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 곳이 3년만에 세련된 인테리어와 개성있는 디자인 소품, 조명을 갖춘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거리로 변신했다.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 연인, 가족들이 이 꼬불꼬불한 한옥 카페골목으로 몰려오고 있다. 과거의 껍데기 안에 현대를 내장했다. 현대인들이 하루의 지친 삶을 고풍스러움을 통해 치유하는 곳이다.

 

▲ /사진=김인영

 

익선동 165번지(약3만㎡) 일대는 2005년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사업이 추진됐지만, 사업이 지연되었고, 2014년 주민 50% 이상의 동의로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해산됐다. 재개발 사업이 무산된 것이 오히려 이 동네엔 기회가 되었다. 2014년 도시공간 기획자 박한아씨와 박지현씨가 이끄는 '익선다다' 프로젝트팀이 이 지역의 개발을 구상했다고 한다. 가난한 청년 사업자들에겐 오히려 이런 곳에 가게를 내는 것이 유리했다. 한옥을 개조한 개성 있는 레스토랑, 분위기 있는 카페, 호프집 등이 하나 둘씩 늘어 났다. 그 소식이 블로그나 SNS 등을 타고 젊은이들에게 전해졌고,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지하철 1호선과 3호선, 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3가역이 이웃해 있다. 자가용을 타고 으스대는 금수저나 은수저 젊은이들에겐 불편한 곳이다. 서민들이 살던 한옥마을이 호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에게 좋은 곳으로 되었다. 도심 재생의 모델이라고 할수 있다.

 

▲ /사진, 그개픽=김인영

 

짧은 기간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익선동도 비싼 동네가 되었다. 15평 정도(대지 30평 미만)의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임대료 150~2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2~3년전에 가게가 막 생겨날 때 평균 70~80만원 하던 것에 비해 임대료만 보면 두배 이상 오른 셈이다. 매매가도 평당 4,000만원 안팍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임대가 나오면 빨리 소진된다는 게 부동산업소들의 얘기다.

급속하게 상권이 생겨나면서 부동산 매물도 거의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매매가와 임대료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15평짜리 한옥(대지 26평)이 10억을 넘는다고 하니, 이젠 금싸라기가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3년만에 매매가가 3배 정도 오른 게 된다.

뜨는 동네가 마냥 좋은 게 아니다. 그곳에서 임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 전세 들어 사는 사람들에겐 급등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낙후한 구도심이 번성할 경우 임대료가 오르고 원래 살던 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다.

그동안 가난한 노년층이 낡고 수리가 되지 않은 한옥 건물에서 세들어 살았다. 서울 도심에서 월세 20만∼30만원짜리 쪽방을 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었다. 밑돈이 넉넉하지 않은 상인들이 장사를 해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네 분위기가 바뀌고 임대료가 폭등하자,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주민과 기존 상인들은 쫓겨 나고 있다.

세상에는 다 음과 양이 있는 법이다.

 

▲ /사진=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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