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공약-산업] ① 주요후보, 재벌개혁 지우고 친기업 정책으로 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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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공약-산업] ① 주요후보, 재벌개혁 지우고 친기업 정책으로 무장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24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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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공정 가치 정치 이용 우려
재벌개혁보다 성장만 외치는 대선
재계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요청

 

오는 3월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펼쳐진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3월9일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이달 23일부터 해외에서 재외투표는 시작했고 3월4일과 5일은 사전투표일이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심각한 보건 위기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가운데서 진행된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공정 사회를 위한 성장과 복지 선순환 등 저마다의 공약을 내놨다. 제20대 대선 주요 후보들이 전면에 내세운 경제부문 주요공약을 분야별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그동안 대통령 선거에서 화두는 단연 '재벌 개혁'이었다.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19대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한 대한민국'을 각각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다르다.

유력 대선 후보 그 누구도 '재벌 개혁'이나 '재벌 해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20대 대선은 '재벌 개혁' 없는 잠잠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재계는 더 불안하다. 지지율 30%가 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대기업과는 악연아닌 악연이 남아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재벌 해체'를 주장했다. 과거 발언에서도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읽을 수 있다. 2017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이 후보는 "이 시대 최고권력인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며 "법 위의 삼성 족벌 체제를 누가 해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4년여 전과는 수위는 낮아졌지만 이 후보의 비슷한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3사 합동 대선 토론회에서 "여전히 '재벌해체'에 목숨을 걸겠느냐"는 윤 후보의 물음에 그는 "팩트를 정확히 말하자면 '재벌체제의 해체'를 말했다"고 답했다. 

대선 출마 이전까지 윤 후보는 재계에서 '저승사자'와 비교됐다. 윤 후보는 검찰 재직 시절 대기업과 부패사건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부' 검사로 성장해왔다. 윤 후보는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2012년 LIG 기업어음 발행 사건 ▲2017년 한국항공우주(KAI) 방산 비리 사건 등을 담당했다.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역시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거쳐 주요 특수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역임한 '특수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동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李·尹 공정가치 선점 시도에 희생될까 우려

재계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정' 가치 선점 시도에 재계가 희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한 목소리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을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만약 이 제도가 폐지되면 악의적 고발이 난무하고 검찰과 공정위의 중복 수사 등으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재계는 걱정한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수면 위로 오른 건 공정위가 고발권이라는 강력한 기업 제재 수단을 갖고 있으면서도 소극적으로 활용해 법 위반 기업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면서다.

재계는 현재 공정위가 경제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위법 혐의 기업을 고발할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지만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필터' 역할이 사라져 고발이 난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금력과 법적 지식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악의적 고발에 휘말리게 되면 이에 대응하느라 경영 전반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봤다. 

하나의 사안의 두고 검찰과 공정위가 '중복수사'에 나서는 것도 재계의 부담이다. 실제로 2018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을 통해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할 때 중복수사에 대한 문제가 다수 제기됐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만남을 갖고 전속고발권 폐지 후 담합 사건 처리 때 검찰과 공정위 간 역할 분담 방안을 발표했지만 기업의 우려를 씻어내지는 못했다. 

재계 안팎에선 전속고발권 폐지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속고발권 폐지 때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약에 포함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문부호를 제시한다. 

재계 관계자는 "두 유력 후보가 공정위 권한 축소로 개혁 방향을 잡은 만큼 대선 이후 변화가 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20대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재벌 개혁'보다는 '성장'이 주요 아젠다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순. 사진=연합뉴스

성장만 외치는 대선

20대 대선은 '재벌' 이슈가 거의 사라진 형국이다. 그 빈자리는 친기업 메시지가 채우고 있다. 

이 후보는 "경제 성장을 통해 우리 사회 여러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찾겠다"며 대대적 투자를 통한 산업전환 지원, 혁신 촉구, 규제개혁 등을 강조했다. 윤 후보 역시 경제 비전의 양대 축으로 '역동적 혁신 성장'과 '생산적 복지'를 제시하며 "정부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주요 공약에서도 묻어난다. 이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살펴봤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두 번째 항목('신경제, 세계 5대 강국의 종합국력 달성')에서 "산업 혁신으로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며 "모태 펀드 10조 원 확충, 창업연대기금 1조 원 조성, 유니콘 기업 100개 육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했다. 

윤 후보 역시 10대 공약 중 두 번째 항목('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에서 "규제개혁 전담 기구를 통한 규제 혁신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를 이루겠다"며 "기업 성장에 의한 민간주도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등 노사자율 결정 분야 확대와 연공급 임금 체계를 유연하고 공정한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의 역할을 강조하는 작은 정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선 후보 중 재벌 개혁을 공약에 담은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유일하다. 심 후보는 10대 공약 중 다섯 번째로 '불공정 해소, 미래를 대비하는 경제 개혁'을 내걸고 "경제력 집중 해소,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계열분리·기업분할 명령제 도입과 기업집단 출자 구조를 2층 구조로 제한 ▲주주대표소송 요건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0대 공약 중 첫 번째로 기업·산업 관련 정책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을 세계 5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며 "인공지능 선도국, 반도체 패권국, 백신주권국"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 방안으로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 국내 연구개발비 임기 내 국내총생산(GDP) 5%까지 확대, 2조 원 규모 초격차 펀드 조성, 초격차 분야 벤처기업 법인세 면제를 제시했다. 

그래픽=김솔아 기자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 달라는 재계

새 정부 출범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체한다. 재계의 바람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요약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46.7%)이 차기정부 1순위 과제로 '경제활성화'를 꼽았다. 이어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창출(28.9%)'이 선정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 성장(29.7%)'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차기정부가 일자리 창출, 기업규제 완화 등 사업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주력해 주기를 바란다는 국민의 의견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대한상의는 국내기업 최고경영자(CEO) 25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조세제도 개선 과제'를 물었다. 조사 결과 '분배'보다는 '성장'에 방점이 찍혔다.

기업인 10명 중 7명은 '경제성장 지원(70.2%)'을 최우선 기업 조세정책으로 꼽았다. 아울러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증대(70.6%)'가 복지 수요 증가 등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어낼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봤다. '증세를 통한 세수 확보'에 긍정적인 답을 한 CEO는 4.4%에 그쳤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의 급진전과 산업구조 재편으로 사회안전망 강화 등 보기지출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의 꾸준한 성장이 최고의 복지정책인 만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조세정책을 전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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