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카카오도 자사주 취득 언급
호재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
미 긴축 우려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증시 상승 누르는 글로벌 이슈 多
자사주 소각 여부도 살펴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크래프톤, 카카오, 셀트리온 등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한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 취득 계획을 내놓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이 연준의 긴축 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포 등 글로벌 이슈와 기업 내부 악재들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주가 안정 부양책으로 자사주 취득을 내놓았지만 하락세는 아직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 자사주 소각까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을 뿐더러,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들이 아직 존재하는 이유에서다.
셀트리온부터 크래프톤까지 자사주 매입, 주가는?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회사는 52곳(직접·신탁 합산)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개사에 비해 17개(49%)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이 기간 코스닥 자사주 공시 기업이 19개에서 34개로 늘었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서는 기업의 자사주 취득 결정을 호재로 받아들인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가 부양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자연히 남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주당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또한 정보 접근도가 높은 내부자들이 향후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가 저평가 신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올해 들어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은 셀트리온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섰다. 지난달 10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각 1000억원(54만7946주), 500억원(67만3854주)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공시 당일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 보다 2.47% 오른 18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후로도 이틀 연속 상승세를 그려 3거래일간 총 5.35%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곧장 하락세로 돌아서 15만 원 대까지 떨어졌다. 하락폭은 무려 19%대에 달했다. 지난달 27일에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카카오는 올해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해당 주주환원 정책 내용을 발표한 후 당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04% 오른 9만1700원에 거래를 마쳐 호재로 작용하는 듯 했으나,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8만 원 대로 주저앉았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도 지난 10일 “크래프톤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해 오늘 이후 크래프톤 주식의 일정 부분을 매입할 예정이고 추후 공시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계획 발표 후에도 주가는 하루 만에 12.79%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글로벌 악재 이슈 산재…소각 여부도 살펴야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글로벌 이슈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주가 상승 요인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악재로 언급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 우려다.
연준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 단어가 73차례나 등장했다.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물가상승률이 기대한 만큼 내려가지 않는다면 현재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정책적 완화를 제거하는 것이 적절할 것"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연준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지난 2015년 이후 금리인상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물가상승률 지표가 연준 장기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고, 높아진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3월에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3월 금리 인상은 예상했던 부분이라 시장은 이미 이를 선반영하고 있지만 미 긴축정책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회의록은 지난달 25일~26일 있었던 FOMC 회의록을 발표한 것으로, 이달 10일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황을 반영하기 전이다. 미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5% 급등, 4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우려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이슈다. 17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오전 4시 30분(한국시각 오전 11시30분)경 박격포와 수류탄 발사기 등으로 4차례에 걸쳐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1월 FOMC 의사록 안도감이 증시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 거래일 단기 상승으로 일정 부분 숨고르기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지정학적 긴장과 관련 불확실성도 지속되는 만큼 전반적으로 지수 상단이 제한되며 업종 사이 차별화한 흐름을 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자사주 취득 공시와 비교해 자사주 소각 공시 비율이 높지 않은 것도 주가 상승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건수 52건 중에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공시 건수는 12건에 그친다.
자사주 매입이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자사주 소각까지 이뤄져야 한다. 매입만 한 후 소각하지 않으면 나중에 주가가 올랐을 때 기업이 다시 되팔아 매각 물량으로 나올 수 있으며,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친화 정책 차원에서의 자사주 취득 및 처분은 통상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단편적이고 일시적이 아닌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기반을 둔 주주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공시 이후 기업의 실제 취득 현황과 재처분 여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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