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 신저가 경신도
美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 우려 높아져
러시아, 16일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공매도가 쌓이고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종목이 속출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다. 이달 들어 280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코스피 지수는 2700선은 커녕 2600선도 위협받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인 긴축 전환 우려 및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자 투심이 얼어붙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95포인트(1.03%) 내린 2676.5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7.97포인트(0.29%) 상승한 2712.45로 출발했지만 오후가 되기 전 하락세로 전환하며 장중 2700선이 무너졌다.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와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불안이 겹친 데 따라 외국인들이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최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월 1일까지 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원한다”고 밝히는 등 연준 인사들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외국인은 이날 2401억 원을 팔아 치웠고, 기관도 166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2086억 원 사들이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이 뱉어낸 물량을 거의 다 흡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진 못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잔고는 10조7950억 원으로, 지난해 5월 3일 일부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 이후 최대치다. 당시 4조8000억 원 수준이었던 코스피 공매도 잔고는 점점 늘어 지난해 말 10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이자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도 속출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LG화학(0.48%), 현대차(2.27%), 삼성SDI(0.76%)를 제외하곤 모두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14% 하락하면서 투심 악화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고 SK하이닉스도 4.15% 큰 폭으로 밀렸다.
특히 이날 상승 마감한 현대차와 삼성SDI는 전 거래일인 14일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밖에도 엔씨소프트, 현대위아 등 굵직한 대형주들이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코스피, 2600선 붕괴될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무력충돌 우려와 더불어 미국의 소비불안 확대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등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들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2600선마저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경기 불안심리가 더욱 커지고 경기회복에 대한 실망감이 지속될 경우, 증시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피는 2790선 회복시도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반등과정에서 4거래일 연속 음봉 패턴을 보여 결과적으로 반등의 힘이 약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국증시와 코스피 모두 2차 하락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코스피는 2600선 지지력 테스트, 또는 그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까지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러시아가 오는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유럽 정상들과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가 오는 16일 물리적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보리스 영국 존슨 총리 역시 1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르면 앞으로 48시간 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되면 글로벌 증시가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14일(현지시간) CNBC방송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주식시장을 5% 이상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부담도 국내 증시의 하방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기 대비 7.5% 오르며 지난 1982년 이후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전월(7.0%)보다 오름폭이 크게 확대된 것은 물론 전문가 전망치 7.3%도 상회한 수준이다.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과 연준의 예상 긴축 강도를 높이기에 충분한 내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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