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HDC현산, '기업윤리'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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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HDC현산, '기업윤리'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2.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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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사업 수주보다 재발 방지책과 피해자 보상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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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산업부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광주 화정아이파크 실종자 수습이 종료됐다.

지난달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축 공사중인 건물이 붕괴되며 작업자 6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실종된지 28일만에 모두 수습했다.

그사이 현산은 4200억원 규모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획득했다. 재발방지책 마련과 피해자 보상 등 기업윤리를 준수하기보다 신규 사업 수주에 더 집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관양 현대 조합원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5일 관양 현대 재건축 조합 임시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959명 중 과반이 넘는 503명이 HDC현산을 시공사로 선택했다. 선택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테지만 현산이 조합원에게 제시한 파격조건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다.

연이은 광주 건물붕괴사고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한 현산에게는 기필코 따내야 하는 사업이었다. 현산이 가구당 7000만원 지급, 후분양 조건으로 일반분양가 4800만원 보장 등의 퍼주기식 공약을 내세워 과반 이상이 선택했다. 현산으로선 다행히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달 말 예정된 월계동신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에서도 현산이 파격조건을 내세우며 시공권을 따낼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산의 붕괴사고를 보며 국민 대다수는 안전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이미 현산이 수주한 단지에서 나오는 '현산 배제' 움직임은 주거공간의 필수요소인 '안전'이 위태롭다는 증거다. 하지만 현산이 붕괴사고 이후 내놓은 안전에 대한 대책은 보증기간을 늘리고 시공을 철저히 하겠다는 다짐이 전부다.

일련의 보이콧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현산은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주요일간지 1면에 대대적 광고를 했으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조합에 대표 명의의 공문과 자필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가장 공 들여야할 붕괴사고 건물과 피해자 유가족에 대해선 대책을 아끼고 있다.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관양 현대 재건축 시공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현산은 '과연 이윤이 남을까'하는 수준의 퍼주기식 공약을 내세웠다. 내세운 공약 이행에 쓰이는 예산을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자 보상, 구조작업 등에 지원할 수는 없었을까. 현산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평가에서 붕괴사고로 'S(사회)' 부문 점수가 대폭 하락해 전체 등급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을 평가할때 ESG가 점점 중요성이 높아지는 지금 시점이 현산에겐 마지막 기회다.

사고 피해자 유가족은 엄동설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장례도 무기한 연기하며 현산 측의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현산은 퍼주기식 공약으로 신규 사업 수주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자 보상으로 다시 거듭나야 한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현산 배제' 움직임은 그때 멈추게 될 것이다. 현산이 지금부터 짓는 건물은 안전할 뿐만 아니라 기업 신뢰도도 높다는 평가가 나올때 광주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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