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업①] 가장 작은 나라의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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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업①] 가장 작은 나라의 경영
  • 박범준
  • 승인 2017.06.11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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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

 

[박범준 농민전문가] 검룡소.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에 위치한 한강의 발원지로 사시사철 끊임없이 흘러나온 샘물은 흘러흘러 내를 이루고, 내가 굽이쳐 흐르면서 다른 내와 합쳐져서 하천을 만든다. 하천은 또다른 하천과 만나면서 결국 남한강을 만들고, 경기도 양평의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서 드디어 한강이 된다. 한강물은 도도히 흘러 강화도 앞을 빠져나가 서해바다와 만난다.

사람사는 세상도 이와같다. 불과 10여명도 살지않는 오지의 농촌마을도 있고, 주민이 1,000여명에 이르는 큰 마을도 있다. 대개 큰 마을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1리, 2리, 3리, 4리로 나뉘기도 한다. 어쨌든 내가 모여 하천을 이루듯이 크고 작은 마을이 모여서 읍, 면, 동을 만들고, 읍, 면, 동들이 모여서 양구군, 태백시등 기초자치단체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기초자치단체가 모여 광역자치단체인 강원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을 만들고 다시 광역자치단체들이 모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만들게 된다.

마을은 행정체계상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가장 작은 나라’라고도 할 수 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께서는 ‘나락 한 알속에 우주의 이치’가 담겨 있다고 했다. 마을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경영하다보면 수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마을도 인원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나라가 갖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최근 의료분야의 유명한 과학자가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단위인 세포를 검사해보면, 그 사람이 건강한지? 혹은 어디가 아픈지를 알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사람사는 세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마을이 건강하면, 나라가 건강하고, 마을이 아프면 나라가 아픈 것은 아닌지?

비록 내 자신이 나라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대통령 혹은 장관이 아니고, 아울러 도지사나 시장 군수는 아닐지라도, ‘가장 작은 나라’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지도자라면, ‘가장 작은 나라’를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로 만드는 것이, 결국은 대한민국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농촌마을의 문제들, 그리고 나라의 문제들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중의 하나가 애를 낳지 않아서, 일할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나이 많은 분들이 늘어나면서 복지 비용과 노후생활의 안정화 등등 사회적으로 부담이 늘어나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마을은 어떠한가? 농촌마을을 가서 보면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이 애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도시에서는 장년층에 속하는 50대, 60대의 나이드신 분들이 농촌마을에서는 대개 청년회 소속으로, 마을 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65세 이상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이미 50%에 육박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여 농사지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또다른 큰 문제의 하나가 바로 경제살리기이다. 대기업과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을 제외하고 국민의 80%이상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게 살고 있고, 특히 어렵게 뒷바라지해서 대학을 보내도 생활의 자립기반이 되는 직장을 구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농촌마을의 주민들도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고 성장발전하는 극히 일부 대기업 처럼, 농촌마을에도 정부의 정책자금의 수혜를 보는 소수의 농민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농민들은 너무나 힘들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1년내내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손에 쥐는 것은 쭉정이 뿐이라고 한숨 짓는다. 농산물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중국산 농산물을 수입해서 폭싹 주저 앉히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나몰라라 하면서 많이 먹기 캠페인을 하는데, 농민들에게는 하등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서민들의 부채가 1,000조를 넘어서서 매우 위험한 지경이라고 걱정들이 태산이다. 부채를 갚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자를 갚기위해 대출을 받던가, 카드로 돌려막기하면서 하루살이 삶을 살아간다고, 대다수 서민들이 활력을 잃으면, 결국 나라도 활력을 잃고, 망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라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걱정을 한다.

농촌 주민 또한 나라의 서민들이 갖고 있는 고통을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 갖고있지는 않다. 농사를 지어봐도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고, 인건비며 농사에 들어가는 각종 농자재 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 농산물 가격은 제 값을 받을 수 없으니, 농가 부채만 계속 늘어만 간다. 서민들 처럼 대출금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른 대출을 받고 있고, 집이며, 땅이며, 가축이며, 농기계까지 담보로 잡혀있고, 거기에 덧붙여 가까운 친인척이나 친구들과 함께 연대보증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연대보증 제도로 인하여 내가 먼저 죽어버리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채가 고스란히 부모형제, 친인척, 친구들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차마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신문에서 보니 “도저히 이나라에서는 살 수 없고,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고생은 돼도, 외국에 가서 살겠노라”고 이민을 떠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안정적인 삶의 토대가 되는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면서, 특히 세월호라는 재난에 나라가 국민에게 보여준 실망감이 이민자를 속출하게 만드는 것 같다.

농촌마을에서도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이 여전하다. 단지 초고령사회가 되다보니 둔화되었을 뿐. 평생 농사를 지어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뒷바라지 했지만, 자식에게는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은 직업이 바로 농사꾼이다. 혹여 도외지로 나간 자녀들 중, 명절 때 찾아와서 지나가는 말로 “나. 여기 고향집에 와서 어머님, 아버님 거들면서 농사지으면 않될까?”라고 하면 “농담이라도 그런 농담을 하면 않된다”라고 펄쩍펄쩍 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도외지에 나간 자식들이 결혼을 하고, 애를 하나 둘 낳고, 집을 넓혀야 겠다고 하면서 1억원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선뜻 내주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다가는 단돈 5만원도 투자하지 않은 채, 비와 바람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혹여라도 집을 잘 고치면 애들이 나 장례치르고 나서 눌러앉을 지 모르니까 절대로 사람이 살 집으로 고치면 안된다. 나 죽으면 때려 부셔버릴 집에다가 뭔 돈을 들인단 말인가?”라고 하면서 아주 낡고 오래된 집에서 그냥 산다.

물론 손주들이 화장실이 무서워서 시골에 못오겠다고 울먹울먹하면, 화장실만 양변식으로 개조하는 일은 많다.

몇해전에 서울의 송파구에 사는 모녀 3명이 생활고에 못이겨 자살한 사건이 대서특필되었다. 세계경제 10위권의 대국이라고 하고, 수출입 1조달러를 넘겼다고하는 우리나라에서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10대 경제대국이 아무 의미없이 들리는 지도 모르겠다. 몇몇 자치단체장들이 “우리지역에서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공약을 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듯하다.

농촌마을은 어떠한가? 농촌마을에는 보건 의료시설이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이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면소재지에 나가도 변변한 약국을 구경하기 힘들고, 멀리있는 읍내에 나가야 보건소도 있고, 조그마한 병원도 있고, 약국도 있다. 이렇게 보건 의료시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마을주민들의 건강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고, 복지 문제 또한 심각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다보니 거동이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삼시 새끼 끼니도 못 챙겨먹는 노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

눈 코 뜰새 없는 바쁜 농사철을 지나고 나면, 마을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굶어 죽는 노인들이 종종 발견된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에도 한동안 바깥 출입을 안하다보면 계절적인 특성도 있지만 굶주림과 추위에 죽는 노인들이 자주 발견된다.

삶의 질과 관련하여 문화와 교육의 기회도 도시지역에 비하여 많이 떨어진다. 도시지역에서야 영화, 연극, 공연 등 문화와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 농촌마을에서는 기껏해야 마을회관에 모여서 화투놀이가 거의 전부다.

의료혜택도 부족하고, 뭔가 삶에 활력을 줄 문화와 교육기회도 턱 없이 부족하다.

최근에는 도시에서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농촌마을로 귀농귀촌하는 사람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마을에 연고도 없는 사람이 와서 열심히 살려고는 하는데 그래도 정이 가지는 않는다. 어느마을은 귀농하는 사람 덕에 마을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하고, 또 어떤 마을은 귀농한 사람 때문에 마을이 발칵 뒤집혀져서 쑥대밭이 됐다고 하는데, 도통 우리 마을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가장 작은나라의 대통령’ 마을지도자와 운영위원

 

살기좋은 나라를 경영하기 위하여 나라마다 국가지도자를 선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뽑고, 대통령은 부처의 장관을 임명하여 분야별로 책임 운영을 실시한다.

마찬가지로 농촌마을을 경영함에 있어서 마을주민들은 마을지도자를 선출하고, 노인회장, 부녀회장도 선출하며 다수의 운영위원을 선출한다.

나라를 경영하듯, 마을을 경영함에 있어서 마을 지도자가 깊이 있게 생각해야하는 것은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 책임있는 장관들을 뽑는 것처럼 마을을 책임있게 운영할 마을 운영위원들을 잘 뽑아야하고, 마을지도자와 마을운영위원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무회의를 정기적으로 하듯이 마을 운영위원회 회의를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격주 혹은 월 1회 정례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마을 현안을 점검하고,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고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한다.

운영위원들은 마을의 경영을 책임진 간부들로서 각자 고유의 역할과 책임을 갖는다. 특히 마을 주민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주민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수렴하고, 마을내의 주요한 현안을 발견하고 아울러 해결 방안에 대한 지혜를 모은다.

무능하고 부패한 장관들이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고,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침체되어있던 나라가 유능한 지도자를 뽑아서 단기간에 활력을 찾고 발전하였듯이, 마을을 ‘살기 좋은 작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면, 유능한 마을지도자를 선출해야 하고, 책임감이 남다른 운영위원들을 뽑아야 한다.

만약 마을을 살기좋은 작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뒷전이고, 행정으로부터의 각종 지원과 혜택에 눈 독을 들이고, 마으의 지도자가 되고, 마을의 운영위원이 된다면, ‘살기 좋은 작은 나라’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가장 살기 싫은 작은 나라’가 될 것이다.

 

마을경제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경제 분야 이듯이, 마을을 경영함에 있어서도 경제는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마을의 경제를 육성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과 직결되어 있다.

국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 즉 저렴한 인건비, 넓은 땅 등의 요소 혹은 기술경쟁력, 자본경쟁력 등을 최대한 살리듯이, 마을 경제를 활성화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특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마을의 경제 기반인 토지 및 토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축산물 임산물 등을 활용하고, 주민 각자가 지닌 특장점의 기술을 접목시켜 부가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마을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 모두의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고, 중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마을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지도자와 운영위원 및 마을주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하는 것이고, 마을의 자연환경을 고려한 대표품목의 육성, 그리고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아울러 마케팅 능력을 길러서 나름 높은 가격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주변 환경, 예를들면 경관, 문화재 등 볼거리, 즐길거리와 연계하여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농촌마을로 변모시키고, 이를 통해 때때로 다시 찾아오고 싶은 ‘행복한 농촌마을’로 만드는 것이다.

 

주민행복

 

마을지도자와 운영위원들이 항상 생각해야하는 것은 바로 주민 행복이다. 주민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고,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 필요한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느 경전에 ‘사람이 걸려 넘어지는 것은 저기 있는 높은 태산이 아니라, 발 밑의 작은 돌’이라는 글귀가 있듯이, 주민들이 느끼는 행복은 아주아주 큰 것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느끼는 애로사항이 실은 마을 주민 모두에게 해당될 수도 있다.

따라서 마을지도자와 운영위원은 마을을 경영함에 있어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기탄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주민의 좋은 생각에 대해서는 마을회의를 통해서 칭찬 격려를 하고, 신속하게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실행을 하고, 결과에 대해서 보고함으로 해서, 아주 사소한 것 처럼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주민 모두의 행복을 높일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 광역자치단체장인 도지사, 그리고 시장 군수들이 선거로 바뀌면 전임자가 아무리 잘해도 정책이 확확 바뀐다. 따라서 행정의 영향이 많이 미치는 곳일 수록, 왔다갔다하는 폭이 커진다. 즉 우왕좌왕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작은 나라’인 마을의 마을지도자와 마을운영위원들이 똘똘 뭉쳐 스스로의 힘으로 ‘살기 좋은 작은 나라’를 만들어가겠다고 하면, 대통령이 누가 되던, 도지사가 누가 되던, 군수 시장이 누가 되던,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단지 마을지도자와 마을운영위원들이 시장 군수 눈치만 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지만.

 

박범준씨 이력
▲1981년 서울대 농과대 입학 ▲1986년 전남 함평군 엄다면 영농 ▲1989년 전남 농민문제연구소 연구실장 ▲1989년 전국농민운동연합 전남 정책실장 ▲1990년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남 정책실장 ▲1991년 동양식품 상무 ▲1992년 한우리유통 대표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농어민특별위원회 사무국장 ▲1999년 성환식품 전무 ▲2001년 (주)한국농산물류 기획실장 ▲2005년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2013년 강원도 인재개발원 심의위원 ▲2011년~현재 강원마을기업 및 주민기업 육성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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