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발효 격변하는 통상질서] ② 동남아 얻은 현대차, 중국선 일본차와 진검승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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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발효 격변하는 통상질서] ② 동남아 얻은 현대차, 중국선 일본차와 진검승부 예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07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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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시장 개척 길 열려
일본차와 정면승부 예견
中, 25→15% 日차 특혜 감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019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1일부터 공식 발효됐다. RCEP은 다자간 경제협력을 추구하는 협정으로 가맹국 사이에 관세 장벽을 낮추고 체계적 무역·투자 시스템을 확립해 교역 활성화를 이뤄내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RCEP 발효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경제적 부문에 더해 통상 부문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농업 등 일부 산업군이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부정론이 상존하고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1일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체결한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이 발효됐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동남아 시장 개척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주요 국가는 한국 승용차와 화물차 및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이로써 '일본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활로가 열렸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더 험난한 가싯밭길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RCEP 발효로 일본차에만 15% 관세를 감축해주기로 했다. 가뜩이나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는 일본차 입지가 확대되는 이번 조치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338만 동남아 시장 열리나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 자동차 관련 품목 관세를 대폭 철폐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차종별로 10~35%인 승용차 관세를 없앤다. 필리핀은 최고 30%인 승용차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고,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도 동참한다. 한국산 트럭(화물차)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국가는 이 보다 더 많다. 태국은 40%에 달하는 트럭 관세를 없애기로 했고, 필리핀도 최고 30%인 트럭 관세를 면한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은 안전벨트, 에어백, 휠 등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던 최고 40%의 관세를 없앤다. 

현대차는 아세안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1월 중순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인도에서 국민차로 불리는 '크레타'(SU2)를 현지 시장에 맞게 개조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또 아시아·태평양 권역본부를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점유율이 줄어든 상황에서 현대차가 아세안을 새로운 미래 성장 거점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할 '크레타'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공 들인 아세안 시장, 일본차와 진검승부 

아세안 시장에서 현대차와 일본 완성차 업계의 정면승부도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의 연평균 차량 판매량은 100만대 규모로 일본차가 점유율 90%를 점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 전체로 확대해 보면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60% 수준이며 화물차는 도요타, 이스즈, 미쓰비시후소, UD트럭 등 일본색이 짙다. 

현대차는 일본의 아성을 깨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한 뒤 3년여 간 조사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공장 설립을 확정했다. 요지는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이다. 현대차는 제품 개발과 공장 운영을 위해 2030년까지 15억5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다. 초기 생산능력은 연간 15만대 규모며 향후 25만대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가시적 성과도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에선 전기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한 혁신센터를 착공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현지 생산 및 수출도 본격화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11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5대5 비율로 투자해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65km 떨어진 카라왕 산업단지 내 용지에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2023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2024년 상반기부터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한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니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며 코발과 리튬 등 각종 자원도 풍부하다. 

중국, 일본차에 특혜

2017년 사드보복 이후 현대차는 중국에서 좀처럼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이번 RCEP 협정으로 일본에 특혜를 제공했다. 중국은 수입차 대부분에 매기는 25% 관세를 일본 중대형 승용차(배기량 2000~4000cc)에 대해 지난달 1일부터  15%로 감축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대형급 시장을 일본에 열어준 셈이다. 가뜩이나 중국에서 판매량 바닥을 치고 있는 현대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협정 이전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기업이 중국 기업과 만든 합작 법인의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4%에 못미친다. 

중국에 진출한 다수의 완성차 업체는 고율 관세 때문에 대부분 현지에서 생산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대량생산이 어려운 고급 차종 등 소량 생산 차종의 관세가 낮아지면서 일본차 업계의 활로 확대가 예상된다. 현대차로선 극복하기 힘든 핸디캡이다. 현대차는 저조한 중국 내 판매량 회복을 위해 베이징현대가 아닌 제네시스의 G80, GV80 등을 수출하며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차가 관세 혜택을 받게 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대중국 전략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과 2공장 매각을 현재 진행 중이다. 3공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으로 전환해 운영할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현지화 비율을 줄여나가는 행보로 읽힌다. 

RCEP 발효 이외에도 현대차의 중국시장 탈환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중국은 '애국 소비'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자국 기업이 만든 차를 사는 게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업체는 더 싸고 더 멀리가는 전기차를 만들어 내수용으로 공급하고 있고, 고가 브랜드에선 폴크스바겐과 테슬라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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