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나라서 소변맥주 등장…“새롭고 꽉찬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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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나라서 소변맥주 등장…“새롭고 꽉찬 맛”
  • 코트라
  • 승인 2017.06.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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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양조장서 유기농 맥주 생산 위해 소변을 비료로 활용

 

이정선 KOTRA 코펜하겐 무역관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칼스버그가 필요한 순간입니다!(Welcome to the World’s Happiest Nation, That Calls for a Carlsberg)"

행복의 순간을 맥주 한 잔으로 단순화시킬 수 있는 덴마크는 앞서 언급한 칼스버그(세계에서 4번째로 큰 맥주회사)의 생산국이자 그 맥주의 절반을 소비할 만큼 '맥주 애정국(愛情國)'이다.

 

브런치를 먹을 때도 커피 대신에 맥주잔을 가볍게 곁들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고, 금요일 오후 퇴근 무렵에는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 맥주캔을 따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물론 공공장소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은 불법이다!) 맥주의 나라답게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도 다양하다. 오늘 6월 말에는 사람 소변을 비료삼아 키운 보리로 만든 맥주 'Pisner'(Pilsner와 소변을 뜻하는 영어단어 Piss의 합성어) 출시가 예고되면서 덴마크 맥주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코트라

 

100% 유기농 맥주 생산 위해, 소변을 비료로 보리 재배

 

2015년 덴마크 환경식품부(Ministry of Environment and Food)에서는 리사이클 프로젝트의 하나로 사람의 소변으로 맥아를 키워 보리를 만들어 보자고 여러 맥주회사에 제안했다. 칼스버그 계열사(인수) 투보(Tuborg)는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원재료 모두를 유기농으로 고집하는 덴마크의 로컬 양조장 Norrebro Bryghus에서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회사 CEO인 Henrik Vang은 지금까지는 일반 비료로 재배된 보리를 들여와 맥주를 만들었으나 경쟁사에서 동물성 비료로 재배한 보리를 도입한 것을 보고, 색다른 맛의 맥주를 생산해 보기 위한 시도로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고 한다.

2015년 북유럽에서 가장 성대한 락 페스티벌 '로스킬드 락 페스티벌(Roskilde Rock Festival)'에서 가설 화장실을 설치해 수거된 5만 리터의 소변이, 이듬해 봄 2헥타르에 달하는 보리밭에 비료로 뿌려졌다. (위생상의 이유로, 소변은 반드시 비료로 사용되기 이전 적어도 6개월 이상 저장돼 있어야 하고, 지방정부로부터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허가권을 획득해야 한다)

이 결과 11톤의 보리가 재배됐고 Viking Malt라는 회사에서 맥아(malting) 작업을 마쳤다. 3월부터 얼마 전인 5월 초까지 브루어리(Brewery) 작업이 진행돼 6만여 병(2탱크 분량)의 'Pisner' 맥주가 생산됐다. 얼마 전에는 내부 시음회를 가졌는데 처음 우려와는 달리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 / Norrebro Bryghus 홍보팀 제공

 

시음회에서 '새롭고도 꽉찬 맛' 평가

 

KOTRA 코펜하겐 무역관에서 전화 인터뷰한 Norrebro Bryghus 내 Jacob Hansen씨는 "처음에 Pisner를 우리가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소변을 필터에 걸러서 맥주를 만드는 게 아닌지 물어봤다. 우려와는 달리, 맥주가 시판되고 이를 맛본 사람들은 신선하고 꽉 찬 맛(fresh and filling taste)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산된 맥주의 절반은 정부에서 수거해가고, 나머지 절반은 파트너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일반 고객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저가매장이 아닌 유기농 전문 슈퍼마켓 체인 Irma 등 하이엔드 유통체인에서 Pisner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ansen 씨에 따르면 오는 6월 21일에 공식 론칭 행사가 이뤄진 후 고객의 반응을 좀 더 면밀히 지켜봐야겠지만, 아직 더 만들 수 있는 보리가 남아있어 추가 생산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론칭 이후에는 일부 딜러들을 통해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업계 시사점

 

덴마크는 일반 식품 대비 유기농 제품 비율이 10%에 육박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기농식품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나라이다.(Nielsen, 2016년 상반기 기준) 특히 정부 차원에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유기농 식품 생산 및 소비장려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Pisner'도 이 결과 탄생한 작품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친환경 정부-민간 합작 프로젝트는 확산될 것이고, 이의 결과 자연스레 식품시장도 지속가능한 유기농 제품 위주로 급속히 대체될 것이다. 일례로, 오르후스 대학에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70% 이상의 덴마크 시민 응답자가 건강한 음식 소비를 위해서라면 세금을 더 걷어도 좋다고 응답할 만큼 친환경 식품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예측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는 폴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영국의 응답자에 비해 20%나 높은 수치임)

국내 식품 관련업계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면 덴마크, 더 넓게는 북유럽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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