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유효한 ‘동물농장’의 비유들
상태바
아직도 유효한 ‘동물농장’의 비유들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6.07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재국가 존재하는 한, 조지 오웰의 풍자는 현실 속에 투영돼

 

영국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1945년 출판한 『동물농장』(Animal Farm)은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웰은 반공주의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낭만적 사회주의자로 할까. 그는 1930년대말에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당’이 조직한 민병대에 가담해 프랑코 장군의 파시스트정권과 대항해 싸우기도 한다.

▲ /책표지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로서, 자본주의와 전체주의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회주의 이상이 정의와 자유를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영국정부로부터 위험한 사상을 가진 좌파 인사로 분류되어 감시를 받기도 했다.

그가 『동물농장』에서 사회주의를 실랄하게 비판한 것은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주의’에 대한 그의 희망이 깔려 있다.

『동물농장』은 소련에서 스탈린 독재정치가 심화되면서 사회주의 초기이념이 변질 된 것을 풍자했다. 나폴레옹이 스노볼을 몰아낸후 자신의 권력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계명을 하나씩 어기고 조작한다. 이 계명은 사회주의 기초원리를 말한다.

 

 『동물농장』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풍자하는 실제 인물은 다음과 같다.

① 메이저 영감=칼 마르크스

(동물들이 노예상활을 거부하고 인간들에게 투쟁할 것을 처음 주장)

② 농장주 존스=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③ 독재자 나폴레옹=스탈린

④ 경쟁자 스노볼=트로츠키

⑤ 스퀼러=스탈린의 여론조작기관(몰로토프 또는 프라우다紙)

⑥ 개들=소련 비밀경찰

⑦ 복서=공산정권에 비판도 할줄 모르고 일만 하는 우매한 노동계급

⑧ 윔퍼= 소련 체제를 찬양한 서구 지식인들(장폴 사르트르, 버나드 쇼 등)

 

▲ 동물농장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나폴레옹의 동물주의 일곱 계명도, 스탈린의 사회주의 이념이 변질하듯이 왜곡되어 간다.

 

동물농장 7계명

1.두 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

2.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우리의 친구다.

3.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4.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

5.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

6.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

7.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서는 안된다”는 네 번째 계명은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깐’ 침대에서 잠을 자서는 안된다”로 변질된다. 곧이어,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 “두발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는 계명도 하나씩 무너진다. 조건이 달린다. 마침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대원칙이 무너진다. 이 계명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라고 조직된다.

나폴레옹을 독재자로 하는 돼지계급은 지배계급으로 상승하고, 다른 동물들은 농장주였던 인간 존스가 지배했던 시절로 돌아간다. 존스보다 더 악랄한 방식으로 동물들을 착취한다. 급기야 돼지들은 인간처럼 걷고, 인간처럼 옷을 입으며, 인간처럼 신문을 읽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간과 돼지들은 카드놀이를 하며 서로 어울린다. 조지 오웰은 누가 돼지인지, 누가 인간인지 구별할수 없는 상황으로 마무리하며, 스탈린의 공산주의의 실패를 풍자한다.

 

『동물농장』은 1945년 8월에 출간했다. 일본이 미국에 항복을 하고,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동시에 동서냉전체제가 형성되는 시기였다.

소련과 대적할 준비를 하고 있던 미국의 입장에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반가웠을 것이다. 미국 해외정보국은 오웰의 작품이 미국인들에게 반공 투쟁의 정신을 고취시킬 저작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작품의 판권료를 사들여 작품을 널리 알렸다. 그리고 다른 동맹국에도 이 소설을 번역하고 출판하도록 장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국에서 출판된지 3년만인 1948년에 번역됐다. 영어권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는 처음이다. 남과 북이 별도의 정권을 수립하며 미·소 냉전의 각축장이 되었던 시기의 현실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에겐 아직도 『동물농장』의 비유들이 유효하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보면, 상당수 소설속의 비유들이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지 오웰 (1903.6.25 ~ 1950.1.21) >

 

▲ 조지 오웰 /위키피디아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아버지 리처드 블레이(Richard Blair)가 아편국 소속으로 근무하던 영국령 인도 북동부 모티하리(Motihari)에서 1903년 6월 25일 출생했다. 태어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어머니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다.

1911년 영국 남부에 있는 예비학교 세인트 시프리언스(Saint Cyprian's)에 입학해 5년간 다녔으며, 그곳에서 상류계급과의 심한 차별감을 맛보았다고 한다. 공부를 잘해 1917년에는 학비를 면제받고 이튼칼리지에 입학하였다. 1917년 이튼칼리지 졸업 후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인도 제국경찰에 지원해 1922년 10월 미얀마로 떠났다.

5년간 미얀마와 인도에 근무하면서 동양에 대한 동경이 착각이었음을 자각하고, 영국 제국주의가 저지른 식민지의 해독성을 통감했다. 1927년 영국으로 귀국한후 곧바로 경찰직을 사직했다. 이때부터 그는 작가를 결심하고 불황 속의 파리 빈민가와 런던 부랑자들의 극빈생활을 체험했다.

파리와 런던에서 밑바닥 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첫 작품 르포르타주 《파리와 런던의 바닥생활》(1933)을 발표했고, 이때부터 필명을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라고 사용했다. 이어 식민지 백인 관리의 잔혹상을 묘사한 소설 《버마의 나날》(1934)로 문학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의 가난한 삶을 그린《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6)을 발표했다.

1936년 12월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프랑코 장군의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원 입대했다. 1937년 1월 스페인 통일노동자당 민병대 소속으로 싸웠으며 바르셀로나 전선에서 목에 총상을 입고 부상당했다. 그는 스페인 혁명의 가로막는 세력이 오히려 좌익임을 발견했고, 내부의 격심한 당파 싸움에 자신이 소속한 통일노동자당이 공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아내와 함께 스페인을 탈출해 프랑스로 건너갔으며 이때 그가 느꼈던 이데올로기에 대한 환멸의 기록을 《카탈로니아 찬가 Homage to Catalonia》(1938)로 출간했다.

조지 오웰은 이때부터 정치적인 성향이 짙은 작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결핵으로 건강이 나빠지자 한동안 글쓰기를 중단하고 모로코에서 요양을 했으며 1940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 민방위대 하사관으로 일했다. 1941년 영국 BBC에 입사하여 2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트리뷴지 편집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현실세계를 풍자한 소설 《동물농장》을 집필했다.

 
▲ 동물농장의 초판(1945)

2차 대전 중에 프랑스 전쟁특파원으로 근무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왔으며 1945년 8월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에 바탕을 둔 정치우화 《동물농장 Animal Farm》을 출간했다.

이 책으로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았다. 1946년엔 그의 최대 걸작인 《1984년 Nineteen Eighty Four》(1949)을 완성했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전체주의적 경향이 도달할 종말을 묘사한 공포의 미래소설이다. 1949년 9월 지병인 결핵이 점점 악화되어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1950년 1월 건강이 악화되어 4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줄거리>

 

존스 소유의 메이너 농장에서 늙은 돼지 메이저 영감(마르크스)이 평소에 소홀한 대우를 받고 있던 동물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라고 지도한다.

▲ 동물농장의 초판(1945) / 위키피디아

동물들은 반란을 일으켜 농장주 존스(니콜라이 2세)와 관리인들을 내쫓고 동물들 스스로가 농장을 경영한다. 농장의 이름도 <동물 농장>으로 바꾼다. 비교적 지능이 발달한 돼지인 나폴레옹(스탈린), 스노볼(트로츠키), 그리고 스퀼러(선전원)의 지도와 계획 아래 모든 동물들은 평등한 동물공화국 건설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돼지들의 주도하에 일요회의도 열고 문맹 퇴치의 학습시간도 갖고, 말과 오리새끼도 주인 의식을 갖고 농장의 운영에 참여한다. 그야말로 평등의 이념에 입각한 이상적 사회가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런데 풍차 건설을 계기로 동물들 사이의 권력 투쟁이 노출된다. 이상주의자 스노볼은 나폴레옹에 의해 축출된다. 나폴레옹은 간교한 스퀼러를 대변자로 내세워 동물들을 설득도 하고 조작도 하며 개 9마리를 앞장 세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완전한 독재 체제를 세운다. 농장 운영의 방침도 바뀌어 중의를 모으던 일요회의도 폐지되고 모든 일은 나폴레옹과 그의 측근들이 임의로 결정하게 된다. 나폴레옹은 원래 스노볼의 계획이었던 풍차의 건설을 빙자해서 동물들의 자유를 허물어뜨리고 존스가 다시 쳐들어온다는 위험, 스노볼에 대한 반동 낙인, 동물들의 내적 불만을 외적인 공포 분위기로 제압한다. 돼지들은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동물을 첩자로 몰아 숙청하기도 하고 옛날처럼 작업량을 늘이고 식량 배급을 줄이기로 한다.

 

▲ 동눌농장 기와 소비에트 기. 동물농장 기는 발굽과 뿔이 그려지고, 소비에트기에는 망치와 낫이 그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외양간 전투(러시아 내전) :

동물 농장 주위에는 핀치필드 농장과 폭스우드 농장이 있었는데, 존스는 두 농장에게 힘을 빌려 동물 농장을 침입했다. 하지만 동물들의 반격으로 인간은 도망갔다. 복서(노동자)는 아주 열심히 싸웠고 스노볼은 전투를 이길 수 있는 작전을 세운 공로로 1등 동물 훈장을 수여받았고, 죽은 양에게는 2등 동물 훈장을 추서했다.

 

풍차 전투 (독소전쟁) :

제2차 세계 대전중 독소 전쟁을 의미한다. 여기서 나오는 핀치필드 농장은 나치 독일, 농장주인 프레드릭은 히틀러를 상징하고, 프레드릭의 경쟁자인 필킹턴은 영국과 미국을 의미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또는 윈스턴 처칠) 풍차 건설작업은 소련의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특히 풍차는 드네프르 댐을 빗댔다.

 

목재 판매를 놓고 나폴레옹은 표면적으로는 필킹턴과 우호관계를 맺는듯 하면서도 실제로는 프레드릭과 비밀리에 협정을 맺었다(독소불가침조약). 이 일로 폭스우드 농장과 그 농장주인 필킹턴과의 관계는 단절되었고 나폴레옹은 모욕적인 메시지를 필킹턴에게 전달했으며 비둘기에게 핀치필드 농장에 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목재는 결국 프레드릭에 넘겼으나, 프레드릭이 준 지폐는 위조지폐였다.

위조지폐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프레드릭이 습격했다.(독소전쟁) 풍차가 폭파되고, 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동물들은 용기를 되찾았고 결국에는 인간들을 쫓아냈다. (2차 대전 종전)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한 돼지 계급은 존스 시대의 인간보다 더 사치스러운 생활 속에서 호의호식한다. 그들은 존스 부부가 살던 집으로 이사해서 술을 마시고 침대에서 자며 옷을 걸쳐입고 자신들의 자녀들을 위한 교실을 짓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적인 인간들과 상거래를 트고 돈을 만지기 시작한다. <동물 농장>은 인간 사회의 악폐라고 주정하던 그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던 혁명은 완전히 실패하고 정책마다 위협과 명분만이 동원될 뿐이었다. 7계명도 수정되고 우직할 정도로 성실하게 일만 하던 복서는 인간의 도살장에 팔렸고 마침내 그들은 두 다리로 서서 채찍을 들고 동물들을 감시한다.

 

<상징적 요소>

 

- 존스가 술에 취해 닭장 구멍을 닫는 것을 잊고 갈짓자 걸음으로 마당에 걸어가면서: 니콜라이 2세의 집권 당시 러시아 사회의 혼란스럽고 무능한 정치상황

- 동물들의 합창소리에 깨서 존즈 씨가 농장에 여우가 침입했다고 단정하고 총을 쏨 : 1905년 러시아에서 왕궁 경비대가 민중의 평화 시위에 발포한 ‘피의 일요일 사건’

- 존스 씨를 실의에 빠지게 한 "큰 소송" : 러일 전쟁

- 동물들의 반란 : 니콜라이 2세를 추방한 1917년의 러시아 혁명

- 영국의 짐승들 : 인터내셔널 사회주의 운동가

- 동물주의 : 사회주의

- 동물 공화국 :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

- 녹색 식탁보에 흰색으로 발굽과 뿔을 X자로 그려넣음 : 녹색 식탁보는 붉은 기, 발굽과 뿔이 낫과 망치. 구 소련의 깃발

- 외양간 전투 : 러시아 혁명 얼마 후 서구 세력의 사주를 받아 일어난 러시아 내전(1917년-1922년)

- 풍차 건설 : 스탈린의 5개년 경제개발 계획

- 풍차 : 스탈린의 5개년 경제개발 상징인 드네프르댐

- 나폴레옹의 강제 달걀 수집 : 스탈린의 집산주의.

- 암탉의 반란 : 집산주의에 저항한 쿨라크들

- 나폴레옹 & 프레드릭 연합 : 독일-소련 불가침 조약. 히틀러-스탈린 연합

- 풍차 전투 : 불가침조약 후 발발한 독소 전쟁

- 풍차 파괴 : 드네프르 댐 폭파. 소설과는 달리, 실제론 스탈린이 폭파를 명령.

- 스퀼러의 역사 조작 : 소련이 이후 역사적 사실이 공산당 중심으로 맞춰 왜곡.

- 메이저 영감의 유골 전시 : 레닌의 시체를 방부 처리해 붉은 광장에 안치한 것

- 스노볼의 풍차 계획 : 스탈린은 트로츠키가 세운 5개년 경제 계획을 훔쳤다. 그것이 트로츠키의 계획임을 말하는 것은 금지되었다.

- “동물 농장” 명칭을 “메이너 농장”으로 변경 : 붉은 군대(Red Army)의 명칭을 “노동자 농민의 붉은 군대”에서 “소비에트 군대”(Soviet Army)로 교체

- 나폴레옹이 수확을, 스노우볼이 다른 농장의 혁명 봉기를 추구 ; 스탈린의 “일국 사회주의”, 트로츠키의 “영구혁명”

-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 레닌의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4월 테제)"라는 구호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