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HDC현산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불러온 나비효과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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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HDC현산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불러온 나비효과 넷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2.0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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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기업·경제단체, '처벌 완화'→'처벌 1호' 피하기로 노선 수정
② 후분양제 VS 선분양제
③ 영업정지·등록말소 등 행정처분 기간 6개월로 단축
④ 경쟁사에 재건축 사업지 빼앗길 위기
서울 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11일 일으킨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 21일째를 지나면서 다방면으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광주 붕괴사고 직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발효되면서 현산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와 산업 전반에 걸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여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① 기업·경제단체, '처벌 완화'→'처벌 1호' 피하기로 노선 수정

그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완화를 주장하던 기업과 경제단체는 광주 붕괴사고 이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7일 시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터라 '처벌 완화'를 주장하던 노선에서 이탈해 '처벌 1호' 피하기로 급선회했다. 대형건설사들은 법 시행일 이전부터 철저한 현장 안전점검 후 오는 6일까지 최대 11일간 장기 휴무에 돌입했다.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와중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3명이 사망했다. 법 시행 후 이틀만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 '처벌 1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1명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A건설사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건설사 중 '처벌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강화된 안전조치를 계속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례 포레샤인 15단지의 2020년 11월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의 모습. 사진제공=SH공사
위례 포레샤인 15단지의 2020년 11월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의 모습. 사진제공=SH공사

② 후분양제 VS 선분양제

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로 현행 선분양 방식을 후분양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앞으로 건축공정률 90% 시점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를 비롯해 현재 대부분 아파트는 선분양 방식으로 공급해 왔다. 공급자가 제공하는 조감도와 견본주택만을 보고 청약하는 방식이다. 

SH공사는 지난 24일 "후분양은 선분양과 달리 부실시공 발생시 부작용과 미분양 위험 등을 오롯이 공급자가 지게 되기 때문에 공급자의 자발적 안전 및 품질관리를 유도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부실시공 위험과 그에 따른 불안을 없앨수 있다"고 밝혔다.

후분양제는 선분양제에 비해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수익성이 선분양제에 비해 떨어져 민간업체 참여가 저조하다는 단점이 있다. 후분양제는 지난 2008년 11월 신도시 주택공급차질과 주택업체 자금난 등을 이유로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부실시공은 분양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감리를 철저히 하고 불법 재하도급 문제 개선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③ 영업정지·등록말소 등 행정처분 기간 6개월로 단축

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됐다. 기존엔 귀책사유를 둘러싸고 관계자들간 이견다툼으로 인해 사실조사, 의견제출, 1심판결 등 절차로 행정처분을 받기까지 약 20개월이 소요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중대재해 혐의 건설사에 대해 국토교통부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행정처분 요청이 발생할 경우 변호사와 기술분야 전문가 등이 포함된 '신속처분 TF'를 구성·운영키로 했다. 

더불어 서울시는 지금까지 행정처분이 지연된 것은 중대재해 조사권과 처분권이 분리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조사권·처분권을 일원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부실시공으로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업 등록 말소'를 포함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건산법 제83조는 "부실시공으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건산법 시행령 제80조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여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하여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영업정지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행정처분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 행정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재원 메이데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건산법 시행령을 당장 개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더욱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상계1구역 재개발 조감도. 자료제공=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상계1구역 재개발 조감도. 자료제공=현대산업개발

④ 경쟁사에 재건축 사업지 빼앗길 위기

이번 붕괴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은 '미래 먹거리'사업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공들여온 재건축 사업지 뿐만 아니라 이미 수주한 '아이파크' 단지들도 명칭 변경 혹은 계약중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5일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놓고 총회가 열린다. 입찰엔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두 곳이 참여했다. 이 사업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396번지 일대 6만2557㎡에 지하 3층~지상 32층, 아파트 15개동(1305가구)과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4240억원 규모다.

광주 붕괴사고 이전엔 HDC현산이 우위를 점하는 분위기였지만 붕괴사고 이후 기류는 바뀌었다. 롯데건설 측은 설 연휴에도 홍보관을 열어 분위기 뒤집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 측은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단지에 ‘시그니처 캐슬’을 제안하며 안양시 최초로 해외사 특화 설계를 제시하며 시공사 선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시공사 선정에 실패할 경우, 기존에 수주한 사업지와 향후 입찰에 참여할 사업지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21일 울산 남구 신정4동 B-07 재개발 조합은 현산에 가계약 협상 중단 공문을 보냈다. 이 곳은 지난해 8월 수의계약 대상자로 현산이 단독입찰해 시공사로 선정된 곳이다. 

현산은 기존 수주 물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현산은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원 대상 간담회를 열어 붕괴사고 재발방지책과 '아이파크' 브랜드 리뉴얼 등을 제시했다. 상계 1구역은 지난해 10월 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구역은 지하 5층∼지상 25층 17개동 아파트(1388가구)와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금액은 약 2930억원이다. 오는 2023년 6월 착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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