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폭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SNS 글이 발단
엇갈리는 경찰과 부상자 측의 주장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일본 사회 충격
시위에 부정적인 일본 사회, 오키나와 민도까지 폄훼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 오키나와현의 경찰서 주변에 지난 27일 심야부터 28일 새벽에 걸쳐 약 300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경찰 청사를 습격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고교생과 경찰관의 접촉 사고를 둘러싸고, SNS에 ‘고교생이 경찰봉으로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됐다’라는 정보가 확산하자 많은 젊은들이 경찰서로 몰려와 집기를 부수고 폭력을 행사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일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충격과 함께, 경찰의 이해하기 힘든 반응에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다. 게다가 아직 사건이 명백히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인터넷에서는 오키나와 주민의 민도가 낮다는 악성 댓글이 쏟아지는 등, 사건 발생으로부터 사흘이 지난 지금도 일본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오키나와 경찰에 의하면, 폭동은 27일 오후 10시 반 무렵부터 이튿날 오전 4시 이후까지 계속되어, 한때는 약 300명 이상이 모였다고 한다. 이에 청사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 여러 기물이 파손됐지만, 부상자는 없으며, 현재 자세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후, 사흘이 지났음에도 ‘경찰서 습격’이라는 충격적인 사태의 여파가 계속 커지며 일본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등, 일본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키나와시의 노상에서 지난 27일 오전 1시께, ‘오토바이가 폭주행위를 하고 있다’라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관들이 출동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1시 15분 무렵, 근처를 달리던 오토바이에 경찰관이 정지를 요구했지만, 오토바이는 경찰관과 접촉 후에 도주했으며, 해당 경찰은 팔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후,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고등학생(17)이 119에 ‘사고를 내 상처를 입었다’라고 신고했고, 구급차에서 오른쪽 눈의 안구가 파열되어 실명되는 큰 상처를 입은 것이 밝혀졌다. 게다가 그 고등학생이 구급대원에게 ‘경찰관에게 봉 같은 것으로 맞았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한편 오키나와 경찰에 의하면, SNS에 크게 다친 고교생으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경찰에게 경찰봉으로 맞았으며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급속히 확산됐다.
그러자 이 SNS 내용에 분개한 약 3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많은 젊은이들이 경찰서를 둘러싸고 돌멩이와 폭죽을 던지는 등 과격한 폭동이 일어났다. 현장에서는 경찰서와 자동차의 유리창이 깨지고, 쇠파이프로 자동차 등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수적 열세였던 경찰은 젊은이들을 더 자극하지 않고 증거 수집을 위해 방어만 했을 뿐,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SNS로 확산되어 경찰서 습격으로 이어진 것도 충격이지만, 이후 경찰 측이 보인, 석연치 않은 반응도 논란을 더 하는 모양새다.
경찰 측은 처음에는 ‘경찰봉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손에 들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며 고등학생에게 이야기를 듣고 자세히 조사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이후 경찰 측은 ‘경찰관이 당시에 경찰봉을 들고 있었다’, ‘부딪혔지만, 잘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고의로 상처를 입힐 행동은 하지 않았다’라며 계속 말을 바꾸며 애매한 반응만 보여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한편, 고등학생 측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부상당한 친구를 위한 것이 아니므로 경찰서에 모이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경찰에 문의해도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30일 일본 TBS의 정보 방송인 ‘선데이쟈폰’에 출연한 일본 유명 커뮤니티 ‘2ch(현재는 5ch)’을 개설한 기업가인 히로유키 씨는 ‘경찰이 모른다니 그럴 리가 없다. 사실을 알릴 수 없어 경찰이 곤란해하고 있을 것이다. 곧 답이 나올 것이다’며 경찰 측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반면, 함께 출연한 연예인인 데이브 스펙터 씨와 전 국회의원인 스기무라 타이조 씨의 경우,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론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정보 방송의 출연자들은 SNS에 퍼진 메시지만으로 경찰서를 습격한 사건이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또, 아직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경찰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일본 사회에서 지역감정 조장 및 오키나와 주민 비하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30일, 오키나와 지역 유력지인 ‘류큐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이번 사태를 일으킨 오키나와 주민들에 대해 ‘일본인을 가장한 쓰레기들’, ‘오키나와는 원숭이 소굴’, ‘오키나와의 소득과 교양 레벨이 낮아 민도 문제다. 일본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돌을 던지다니 중국인밖에 하지 않는 행위’라는 등, 일본 본토와 나눠 비난하는 이른바 지역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게다가 심야에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 것도 모자라 경찰의 정지 요구도 무시한 고등학생이 문제라며, 당시 상황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단정 짓는 일본 네티즌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같은 날, TV아사히의 ‘ABEMA적인 뉴스쇼’에는 오키나와 주민으로 사회 비판 영상으로 유명한 한 유튜버가 출연했다.
그는 미군 기지에 반대하는 과격한 사람이 있으므로, 역시 오키나와 사람들은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많다며, 현 단계에서 정보가 확실치 않은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경찰서를 습격한 사람들과 하는 짓이 같다며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결국 진상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등학생 부상 소식을 자극적인 내용으로 SNS에 올린 것과, 이를 네티즌들이 무분별하게 확산시켜 폭동으로 이어지게 한 것은 물론, 경찰 측의 미심쩍은 대응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