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연대기 Ⅱ] ② 현대 영화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 (상)
상태바
[콘텐츠 연대기 Ⅱ] ② 현대 영화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 (상)
  •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2.01.29 13:5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술사 조르주 멜리에스, 영상 편집기술 발명
과학적 업적에만 집착한 뤼미에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본 멜리에스
마술의 트릭, 영상으로 구현...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 제공

 
인류의 역사는 아이디어의 역사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은 창조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 문화는 우리의 삶의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영화, TV, 음악 등 다양한 문화적 형태로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콘텐츠산업은 지난 15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엄청난 진보를 이뤄냈다. 지난 2020년 1월28일 시작했었던 [콘텐츠 연대기]는 47회를 마지막으로 마친다. 이제 나름대로 선정한 빛나는 아이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위대한 업적들을 되짚어 보고 미래 콘텐츠 산업의 모습을 전망해보는 '콘텐츠연대기 파트 Ⅱ'를 연재한다. [필자 주]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부분의 영상들은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편집은 말 그대로 촬영된 소스를 자르고 붙이고 거기에 다양한 시각적 효과와 사운드 등을 붙여 촬영된 소스를 보다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지금이야 영상에서의 편집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작업 중 하나지만 영상이 처음 나온 시절만 하더라도 편집이라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영상 이론에서 편집은 창작에 관련된 예술 행위로 본다. 말 그대로 편집하지 않은 영상 소스는 말 그대로 하나의 재료이며 그 재료를 가지고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편집자 (창작자)의 예술적인 의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초기 영화에 편집이 없었던 이유는 누구도 당시 영화에 이러한 예술적 의도를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단순한 ‘움직이는 사진이나 그림’이었고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누군가가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마술사 멜리에스, 영화에 빠지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마술사였다. 구두공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멜리에스는 어린 시절부터 유독 손재주가 좋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수업 시간에 라틴어 시를 읽기 보다는 교사나 급우들의 캐리커처를 그리던 멜리에스는 공책과 교과서에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종종 교사들의 벌을 받던 아이였다.                                                                   

20대 초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런던에 있는 지인의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중 마술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고, 마술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현대 영화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 (1861~1938). 사진출처=위키피디아
현대 영화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 (1861~1938). 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가업을 이어가던 멜리에스는 1888년 아버지의 은퇴를 계기로 마술사 로베르우댕이 지은 로베르우댕 극장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전업 마술사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이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로베르우댕 극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마술들을 고안해냈다. 멜리에스의 창의력이 아낌없이 발휘되었고 그는 새로운 마술을 위해서라면 오토마타 (자동인형), 환등기 등 그 시대의 첨단 기술들을 활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의 노력으로 몇 년만에 로베르우댕 극장은 과거의 명성을 점점 되찾았고, 멜리에스의 마술쇼는 파리의 여러 공연 중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멜리에스 최대 걸작 중 하나인 ‘달세계 여행’의 복각 포스터

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가 개최한 역사적인 영화의 첫 상영회에는 파리의 극장 소유주들이 특별히 초대되었다. 멜리에스도 여기에 초대를 받았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기술이야말로 자신의 마술 공연을 흥행하게 만들 좋은 아이템임을 직감한다. 그 자리에서 멜리에스는 뤼미에르 형제에게 영사기를 포함한 기술 판매에 10,000프랑을 제시했다.

뤼미에르 형제는 이번 시연회는 매매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멜리에스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미 영화에 푹 빠진 그 길로 멜리에스는 영국으로 건너가 뤼미에르 형제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계를 만들고 있던 영국 발명가 로버트 폴에게서 애니마토그라프라는 영사기를 사오게 된다.

멜리에스 최대 걸작 중 하나인 ‘달세계 여행’의 복각 포스터. 사진출처=위키피디아
멜리에스 최대 걸작 중 하나인 ‘달세계 여행’의 복각 포스터.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듬해부터 폴에게서 사들인 애니마토그래프와 몇 편의 단편 필름으로 자신의 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시작한 멜리에스는 영화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고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다. 손재주가 많았던 그는 영사기와 카메라를 개조하여 1896년부터 본격적인 영화 제작을 시작한다.

그는 또한 파리 외곽에 있는 자신의 땅에 영화 스튜디오를 짓기 시작했다. 멜리에스의 이 영화 스튜디오는 효율적인 조명 시스템이 없던 시기에 태양광을 최대한 받아 촬영하기 위해 모든 벽과 지붕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는 매일 같이 스튜디오와 극장을 오가며 하루 10시간 가까이 세트와 소품을 만드는 데 시간을 들였다.

멜리에스의 이 열정은 당시 그가 만든 영화의 편수에서도 나타난다. 1896년 한해에만 78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1897년에는 52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의 첫 영화들은 당시 경쟁자였던 뤼미에르의 영화들을 베끼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점점 연극성과 무대 마술사로의 경험을 영화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 가기 시작한다.

마술의 트릭을 영화에 담다

멜리에스의 위대한 점은 그가 카메라로 수행하는 편집 기법 (In camera editing)을 구현한 최초의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었다는 점이다. 그가 주목한 건 카메라를 조작해서 영상을 마술처럼 보이게 만드는 트릭이었다. 역사적인 이 발견은 우연한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멜리에스의 회고록에 따르면 촬영 중에 카메라가 잠깐 멈춘 일이 있었다. 카메라는 바로 동작했고 이렇게 촬영된 필름을 보던 멜리에스는 버스가 영구차로 바뀌고 여성이 남성으로 바뀌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일명 점프 컷이라 불리는 편집 기법을 보게 된 것이다. 스톱 트릭이라 불리는 이 기법은 다큐멘터리 같았던 영화를 보다 ‘환상적인 경험’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중 노출을 통해 구현한 영화 ‘고무머리의 남자’.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중 노출을 통해 구현한 영화 ‘고무머리의 남자’.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중 노출 통해 구현, 영화 ‘고무머리의 남자’

이중 노출이라는 또 다른 기술을 만들었다. 매트 (matte) 기법이라 불리는 사진의 합성 기법을 활용하여 그는 필름을 두 번 노출하고 두 개의 다른 이미지를 한 프레임에 넣는 기술을 만들었다. 이 기법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고무 머리의 남자’(1901)라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멜리에스는 통 안에서 머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고 풀무로 머리 크기를 키웠다 줄였다 하는 마술 같은 장면을 선보였다. 멍청한 조수가 풀무질을 너무 많이 해 결국 고무 머리가 풍선처럼 펑 터지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까지 구현해냈다. 최초의 디졸브와 최초의 분할화면 역시 멜리에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계속)

●문동열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설날 2022-01-29 14:39:57
영화 얘기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