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② 법 시행 첫날 대한민국 산업 현장 '우선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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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② 법 시행 첫날 대한민국 산업 현장 '우선멈춤'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1.27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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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내달 6일까지 건설 현장 전면 중단
현대중공업,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사장 직급 부여
전경련 "과잉수사, 과잉처벌 없어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망자 발생 등 중대재해 발생시 해당 기업의 대표자에 대한 처벌을 명시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했다. 이 법의 골자는 기업의 철저한 안전확인과 책임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롭게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새로운 법 발효로 분주해진 기업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근로자가 중대재해로 인해 사망할 경우 기업 대표에게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거나 10억원 이상 벌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27일부로 시행됐다. 중대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계는 법 시행 첫날 공사현장을 중단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주요 대형건설사는 27일부터 설 연휴까지 공사현장 작업을 중단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7일 건설현장 자체 안전점검 실시한 후 임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안전관련 워크숍을 열어 '처벌 1호' 피하기에 노력하고 있다. 공사현장은 설 연휴 마지막날인 다음달 2일까지 최소한의 작업을 제외하고 모두 중지시켰다.

현대건설은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전국 공사 현장 작업을 중단했다. 내달 5~6일이 주말인 점을 감안하면 11일간 건설현장이 전면 중단되는 것이다.

법 시행 첫날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대부분의 산업 현장은 휴식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따르면 토목건축,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전기 등 업무에 종사하는 조합원 7573명 대상으로 지난 17~18일 설문한 결과 16.9%가 법 시행 당일 공사를 쉰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처벌 1호'가 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자의 안전·보건 확보 조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오히려 형사처벌에 겁먹은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이 시공 중인 경기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이 시공 중인 경기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27일부터는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1명 이상 숨질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됐다.

그룹 오너나 원청 대표이사, 최고안전책임자(CSO)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처벌 대상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도급·용역·위탁한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원청 대표가 처벌받게 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재해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한 안전보건조치 확보 의무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부사장급으로 신규선임했다. 현대건설·한화건설도 CSO를 신설했다. 롯데건설도 안전보건부문을 대표 직속의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해 운영중이다. 포스코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대비해 지난해말부터 '보건기획실'이라는 산업보건 관리조직 신설 운영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사장 직급을 부여하고, 안전생산부문장과 안전경영부문장을 각각 부사장과 전무 직급으로 격상했다. 

이같은 흐름은 안전보건책임자에 대표의 책임을 일정부분 나누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추후 중대재해로 인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대표의 책임을 경감시키려는 노력으로 분석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례가 나오더라도 대법원 판례가 쌓이기 전까진 '적정' 수준의 안전·보건 확보 조치 의무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혼란이 예상된다.

전경련은 법 시행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전경련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법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한 탓에 일부 현장에서는 1호 처벌 대상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며 "법 시행 과정에서 경영자에게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수사, 과잉처벌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업체들은 올 초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완화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11일 현대산업개발 광주 신축건물 붕괴사고 이후 경제단체와 기업들은 여론을 살피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우선 현장안전을 다시 확인하고 설 연휴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A사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들은 최근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라면서 "만약 중대재해법 시행후에도 중대재해율이 유의미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땐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될것 같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설 연휴 전까진 최소한의 작업만 진행하고 안전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작업중지권 발동 등 현장에서 안전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작업할 수 있게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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