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카카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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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카카오페이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1.21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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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스톡옵션 행사, 불법은 아니지만 주주들 고려했어야
뒤늦게 대책 만들어봤자 신뢰 회복 어려워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은 카카오페이와 모회사 카카오, 그리고 그 계열사들이 추락하고 있다. 뒤늦게 카카오페이가 ESG 전담팀을 만들고 향후 지배구조 이슈에 중점을 두겠다고는 하지만 한번 급락한 주가는 좀처럼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기준 카카오페이(+6.62%)와 카카오뱅크(+2.46%) 카카오게임즈(+0.42%) 주가는 소폭 오르는 모양새지만 대체로 '반토막' 난 주가를 되돌리기까지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이날 전일 대비 0.54% 떨어진 9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까지 도달했던 카카오는 시총 30조가 증발하면서 현재 9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류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 8명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 약 9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팔아 469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가 불법은 아니다. 스톡옵션이란 자사의 주식을 일정 한도 내에서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다. 회사 주가가 상승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어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렇기에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는데 주가가 고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경우 이를 매매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영진들이 주식을 판 것은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40일째 되던 날이었다. 

카카오페이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11월 초 간신히 상장에 성공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한다는 것은 상장을 위해 외부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파는 기업공개(IPO)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회사를 상장해놓고 이를 이용해 경영진이 차익을 챙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통상 내부 경영진이 주식을 팔면 그 때가 가장 고점이라고 예상한다.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모회사 카카오와 그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주식까지 폭락한 것은 사람들의 이러한 불안심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류 대표와 임원진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반드시 생각했어야 한다. 

기업이 상장을 하고 나면 경영자는 일반 주주들의 이익 또한 고려해야 한다.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주가를 부양하는 한편, 주가가 급락하지 않도록 오해의 여지가 있는 행동을 삼가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번 스톡옵션 행사는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형적인 행동이었기에 일반 주주들이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 회사의 경영진들은 보유한 주식을 팔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고 해도 분할 매각을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이것이 도의적인 의무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내부거래 사전신고제를 통해 스톡옵션을 규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스톡옵션 행사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카카오는 재발 방지를 위해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적용하는 '매도 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카카오 신규 상장 계열사 CEO는 2년간, 그 외 주요 임원은 1년간 주식 매도를 제한받는다. 임원은 주식 매도 1개월 전에 매도 수량과 기간을 미리 회사에 공유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이 일을 계기로 상장사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자사주를 매도할 때 이를 시장에 미리 알리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부자 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제2의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며 "기관 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우리사주 보호예수처럼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오히려 이러한 조치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 카카오가 마련한 규정안은 소급되지 않기에 류 대표가 아닌 다음 CEO부터 해당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번 잃은 금융시장의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어울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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