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억' 소리나는 슈퍼카의 불편한 진실…탈법적 사치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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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억' 소리나는 슈퍼카의 불편한 진실…탈법적 사치 막아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2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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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억' 소리나는 슈퍼카의 민낯을 들여다보니 '헉' 소리나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탈법적 사치 행위를 막아내는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19일 한국수입차협회가 밝힌 지난해 한 해 '1억 원 이상 수입차' 등록대수를 보면 6만5148대로 1년 전 4만3159대보다 50.9% 늘었다. 지난해 수입차 전체 등록 대수는 27만6146대로 전년(27만4859대)보다 0.5% 증가에 그쳤지만, 고급 수입차 등록대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억 원 이상 수입차가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5.7%에서 지난해 23.5%로 높아졌다. 지난해 1억5000만 원 이상 수입차 판매는 전년 1만817대보다 75.9%나 급증한 1만9030대로 나타났다. 브랜드별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 현황을 보면 메르세데스-벤츠가 2만8815대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BMW(1만8622대), 포르쉐(7852대), 아우디(5229대), 랜드로버(1111대) 등으로 이었다.

업계는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친환경차·RV(레저용 차량) 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도 고급화가 이뤄진 탓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1억원 이상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수입 친환경차 등록 대수는 3만6243대로 전년 대비 218.9% 증가했다. RV는 2020년 2만1866대에서 2021년 3만4907대로 59.6% 늘었다.

1억 원이 훌쩍 넘는 고급 수입차는 누가 사는 걸까. 속내를 들여다 보니 여전히 고급차의 절반 이상은 '법인차'였다. 지난해 등록된 1억 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차는 4만2627대로 전체의 65.4%가량이었다. 2020년에는 2만9913대로 69.3%였다.

법인차 중 인기 차량은 포르쉐였다. 7852대 중 5007대가 등록됐다. 벤틀리는 506대 중 405대, 람보르기니는 353대 중 300대, 롤스로이스는 225대 중 205대 등이 법인차로 등록됐다. 모두 수 억원에서 수 십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이른바 '슈퍼카'다. 

개인 명의가 아닌 회사 명의로 최고급 럭셔리 자동차를 구매하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세를 가장한 탈세다. 슈퍼카 구매자 대부분은 자동차 리스를 활용했다. 자동차 리스는 캐피칼과 같은 금융사가 차를 대신 구매해 대여해주는 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차 명의는 리스사 소유로 잡히며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매월 일정한 월 납입금을 지불하고 계약기간 동안 차를 사용한다. 

법인이 법인차 구매 비용을 포함해 연간 운행 비용을 모두 비용처리하면 꽤나큰 금액을 아낄 수 있다. 개인 명의로는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여기에 리스로 구매한 차량도 여러 가지 이득이 있다. 

우선 재산으로 잡히지 않는다. 5억 원 이상 고가의 슈퍼카를 개인 명의로 구매했다면 곧바로 재산으로 인정돼 재산세가 늘어난다. 아무리 부자라도 명의에 따라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아낄 수 있다는데 혹하지 않을 이가 거의 없다. 

또 리스 차량은 번호판도 '하, 허, 호'가 아닌 일반차량과 동일해 조회 전까지 개인 소유인지 리스사 소유인지 확인할 수 없다. '빌린 티'가 나는 번호판을 꺼려하는 슈퍼카 이용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이득은 또 있다. 리스를 이용할 경우 리스사 명의가 돼 이용자에게 국민연금,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공채가 저렴한 지역에선 공채 청구 금액도 없다. 

리스료를 법인 비용으로 넣어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세금이 줄어든다. 

모두 좋게 보면 절세지만 사실상 합법을 가장한 탈세에 가깝다.

수입차 업계는 국회와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무늬만 법인차' 문제에 대해 '모두가 법인 리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금융 리스와 월 납입금이 적지만 추후 차량 인수 등 목돈이 필요한 유예 리스(금융리스의 파생상품)가 차지하는 비중이 법인 리스보다 높은 차종도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는 법인 리스와 금융 리스 비중을 파악할 근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싼 이자와 수수료로 차량 판매보다 큰 고수익을 안기는 금융 상품의 민낯을 굳이 공개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일 만무하다.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슈퍼카의 법인차량 등록 대수가 증가 추세다. 사진=연합뉴스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슈퍼카의 법인차량 등록 대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연합뉴스

당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탈법적 사치 행각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국가가 세법 테두리 안에서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하라며 법인에 제공한 편의와 혜택을 악용하는 법인을 걸러 내야 한다. 그래야 조세 제도의 근간인 '형평성'을 지킬 수 있다. 

탈세는 '유리지갑'으로 꼬박꼬박 성실하게 납세하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세청은 매년 '회사·아빠 찬스'를 적발해 단죄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만 법인의 슈퍼카 보유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이 적발하는 건수는 '빙산의 일각'인 셈이다.

늘어만 가는 '슈퍼 법인카'를 솎아 낼 당장의 아이디어가 없다면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길 권한다. 

미국은 법인차가 손비처리할 수 있는 운행거리를 제한한다. 출퇴근 차량으로 이용하는 자동차는 법인차로 등록할 수 없게 했다. 또 차 값이 2000만 원이 넘으면 세금 공제 혜택을 차등 적용한다. 캐나다는 아예 리스차량의 손비처리 한도를 연간 800만 원 규모로 제한했다. 일본 또한 손비처리 비용을 3000만 원으로 묶었다. 편법 탈세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운행 목적을 확인하도록 강제했고, 손비처리 비용은 현실적 상한선을 둬 탈세 여지를 봉쇄했다. 

"람보르기니가 무슨 업무용차냐", "5억 원 이상의 업무용 차량이 왜 필요하냐", "법인차로 읽고 가족이 쓴다" 등등. 

고액 슈퍼카의 법인 등록을 바라보는 평범한 일반 국민들의 울분 섞인 반응에 당국은 조세의 형평성을 지키며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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