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 준감위가 왜? 정의선 회장, 美 로봇社 지분20%인수에 우려 표명
상태바
[이슈분석] 삼성 준감위가 왜? 정의선 회장, 美 로봇社 지분20%인수에 우려 표명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19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일 삼성 준감위 주최, 대기업컴플라이언스 토론회서 지적
보스턴 다이내믹스 가치 상승 때 오너리스크 위험도 커져
현대차그룹 "정 회장 투자는 사업 상 목적일 뿐" 반박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반려봇 '스팟'이 CES 2022 무대에 함께 오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반려봇 '스팟'이 CES 2022 무대에 함께 오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발(發)의 현대차그룹의 잠재적 오너리스크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현대차 등 계열회사가 유망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직접 80% 지분을 모두 취득하면 상당한 이익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총수에게 전체 지분의 20%(인수하는 지분의 25%)를 인수하도록 양보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47조 제1항 2호(사업기회 제공을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과거 LG실트론(현 SK실트론) 인수당시 지분참여한 SK그룹과 총수에 대해 각각 8억원씩 과징금을 부과한바 있다.

반려봇 '스팟'과 함께 CES 2022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사업기회 유용?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는 2020년 12월10일 이사회를 열고 로봇 개발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공동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21일 일본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구주를 인수한 뒤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확보하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취득했다. 정 회장도 사재를 써가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품었다. 지분 인수 비율을 보면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 회장 20%다. 현대차는 3736억원, 현대모비스는 2491억원, 현대글로비스는 1245억원을 쏟았다. 정 회장도 2491억원을 투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해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서 정 회장과 함께 입장한 로봇 반려견 '스팟'을 제작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사업 중 하나인 로봇 사업의 역량 확대와 연관 산업 신규 진출 및 신사업과 시너지 제고를 위한 지분 투자"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후 사업기회 유용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2017년 국회 정무위 소속으로 국정감사에서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TRS 계약을 통한 실트론 지분 투자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라는 의혹을 제기했던 채이배 전 의원은 "정의선 회장의 투자는 최태원 회장 건과 유사하다"며 "회사가 검토하고 투자를 결정한 사안에 지배주주가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그 일부를 정의선 회장 개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투자와 관련해 "사업상 목적"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업상 목적 투자" 현대차의 반론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사업기회 유용 의혹과 관련해 "사업상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현대차는 지분의 3분의 2정도만 원했는데 소프트뱅크가 80% 매각을 원했고, 부족 부분을 정의선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면서 "별도 안건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이사회에서 회사 기회 유용 여부를  논의했고, 정의선 회장 참석 없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현대차 반기보고서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관계기업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은 227억원에 불과하다. 내실은 더 좋지 않다. 지난해 1~6월 순손실은 872억700만원이다.

매출보다 순손실이 더 크다. 저조한 로봇 판매 속에 연구개발(R&D) 투자는 멈출 수 없는 만큼 로봇세상이 도래하지 않는 한 당기순손실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선보인 '스팟'은 산업이나 기업, 대학 연구용 등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비상업적 용도로 개인이 구매할 수 없다. 국내에선 규제 탓에 상업적 이용도 제한적이다. 자율주행 로봇은 도시공원법, 도로교통법 등에 따라 보행자 통로, 승강기, 공원 등에서 통행이 제한된다. 이 외에도 20여개가 넘는 규제를 받고 있다.

정부는 2020년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관련 규제 해제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스팟은 가격이 7만4500달러(약 8600만원) 수준이다.  

CES 2022에서 시연 중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반려봇 '스팟'. 사진=연합뉴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배구조 개편 실탄될까

이봉의 교수는 "향후 보스턴 다이내믹스 가치가 상승할 경우 사업기회 유용 리스크가 재점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당장은 손실을 내고 있지만 로봇산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치가 상승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이 지난 2016년 투자한 실트론은 당시 기업 가치가 1조1000억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3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기업가치 상승은 보유지분 가치역시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로봇산업은 향후 유망한 산업군 중 하나다. 2020년 국제로봇연맹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2019년 전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112억 달러로 이 중 물류 로봇이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물류로봇은 2017년 7만5000대에서 2023년 25만9000대로 판매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이동형 로봇과 개인이 사용하는 휴머로이드 로봇 등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영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3년여 안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상장을 위해선 로봇 판매량 증대와 재무구조 개선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현대차그룹은 로봇산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보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정 회장의 순환출자 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으로 사용될지도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1.4%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9%를, 기아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7.3%를 소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정 회장이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려면 약 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차곡차곡 실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매각했다. 6112억원 규모다.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다음 달 추진하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최대 512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잔여 지분 20%를 팔면 1조3000억원 가량을 손에 쥘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