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유지 불투명하다“
소액주주 지분 전체 중 92.6% 달해
오스템임플란트에 셀트리온까지
겹악재에 헬스케어 지수 연초부터 13%↓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한때 바이오 대장주였던 신라젠이 거래 정지 1년8개월 끝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받았다. 신라젠의 거래 재개와 함께 그간 지지부진했던 제약·바이오주의 분위기가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예상 밖의 결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8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신라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바이오 대어’로 불렸던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큰 몸집을 자랑했으나 오너리스크에 무릎을 꿇게 됐다.
신라젠은 지난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당해 6월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이후 11월에 신라젠에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당초 증권가와 개인투자자들은 신라젠이 거래정지 이후 기심위의 개선 요구 사항에 따라 ▲최대주주 교체 ▲자본금 확충 ▲지배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행한 만큼 거래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신라젠은 그간 두 차례 유상증자로 1000억 원의 실탄을 확보해 거래소가 요구한 500억 원(신규 최대주주 지분율 15%) 이상의 투자 유치 요건을 이행하고, 지난해 8월 임시주총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거래소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거래소는 신라젠의 영업 지속성에 의문을 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약 파이프라인(개발 제품군)이 줄고 최대주주가 엠투엔으로 바뀐 이후 1000억 원이 들어온 것이 전부로, 계속 기업가치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며 “파이프라인 등 계속 기업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17만4186명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주식은 전체의 92.60%에 달한다. 개인주주비율로 따지면 당시 전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억대 규모의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의 최종 상장폐지까지는 아직 몇 단계 더 남았지만 애초 거래가 재개될 것이라고 봤던 개인투자자들은 패닉 상태다. 신라젠에 4300만 원을 투자했다는 한 개인투자자는 “10년 정도 길게 바라보고 투자했는데 이 돈이면 명품을 사도 수 십개를 사는 돈”이라고 하소연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에 이어 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 등 연초부터 대형 악재가 터진 제약·바이오주에 신라젠의 상장폐지 소식까지 전해지자 해당 시장의 투심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모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유한양행, SK바이오팜 등 주요 제약 및 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3.5% 가까이 빠졌다.
여기에 올해 금리 인상도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이라는 변수가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되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한편 기심위의 이번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에 따라,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앞으로 2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신라젠 최종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시장위원회는 상장 폐지나 1년 이하의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폐지를 결정하면, 신라젠의 이의제기 내용을 확인 한 뒤 최종적인 상장폐지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신라젠 측은 “현재 정상적으로 주요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등 경영활동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의 신청을 하고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바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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