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랠리에도 중남미 화폐 가치 '뚝'...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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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랠리에도 중남미 화폐 가치 '뚝'...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1.18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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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가격 급등 불구 칠레 페소화 가치 급락
상품가격과 통화 가치의 전례없는 디커플링 지속
코로나19 타격이 구조적 충격으로...정치적 리스크도 우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원자재 수출이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원자재 가격과 화폐 가치가 밀접하게 연동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적 피해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리 가격 급등에도 페소화 가치 급락 

17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리에 좋은 움직임은 칠레의 페소화에도 좋은 흐름이 된다"며 "세계 최대의 구리 수출국 통화의 운명은 주요 수출품(구리)의 가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구리 가격과 칠레 페소화의 흐름은 서로 연동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해부터는 이같은 패턴이 완전히 깨진 모습이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구리 가격은 25% 상승했지만, 칠레 페소화의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약 17% 떨어졌다.

이는 비단 칠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콜롬비아 페소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16% 하락했으며, 페루의 솔화는 약 9% 이상 하락했다. 브라질의 헤알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7% 가량 떨어졌다. 

경제학자들은 "원자재 가치와 통화 가치의 전례없는 현저한 격차는 중남미 경제의 심각한 병폐를 가리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티그룹의 중남미 수석 경제학자 에르네스토 레빌라는 "매우 나쁜 소식"이라며 "이것은 이 지역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구조적 손상을 입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중남미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은 그 어느 지역에 비해 컸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그나마 지난해 초부터 백신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코로나19의 심각한 타격에서는 벗어나는 듯 하지만 경제적 피해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늘어난 부채와, 급격히 뜨거워진 인플레이션 압력, 게다가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중남미 국가의 성장은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것. 

레빌라는 "시장은 중남미 지역이 주기적인 충격이 아닌 구조적 충격을 받은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리스크에 중남미 경기 타격 

골드만삭스는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중남미 지역의 경기가 휘청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베르토 라모스 중남미 이코노미스트는 "상품 가격이 랠리를 이어가는 시기에 정치적인 리스크 때문에 상품 가격과 통화 가치의 상관관계가 상당 부분 깨졌다"며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 브라질에서는 정치적, 정책적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칠레의 경우 지난해 12월 좌파 성향의 35세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당선되자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선거 기간인 지난 7월 좌파연합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부자 증세와 사회지출 등을 약속했으며, 광산업에 규제를 가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낮아진 가운데, 유력 대선 주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오는 5월 예정된 콜롬비아 대선에서도 야당의 좌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권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좌파 정당 '인간적인 콜롬비아' 소속 구스타보 페트로 상원의원은 부자 증세, 관세 인상 등을 약속했으며, 그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페소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나마 멕시코의 경우 지난해 달러 대비 4.5% 하락에 그치는 등 중남미 주요 통화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남미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 다소 지나친 경향이 있다면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이들 국가 경제에는 훨씬 더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수석 중남미 이코노미스트인 마르코스 카사린은 "브라질과 콜롬비아, 칠레의 통화는 이미 가격이 매겨진 악재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품 호황기 속에서 도래한 통화의 약세는 정치적 위험보다 훨씬 더 큰 도전을 가리키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는 일부 기업들의 이익으로 이어졌지만, 이것이 전체 경제의 번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며 "시장은 원자재 붐이 경제 효과를 이끌지 못했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오를만한 가치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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