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먹구름이 동시에 덮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배경이다. 오미크론이 지구촌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새해에도 세계 경제의 시름을 깊게 하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섰다.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지만 당장 민생고를 악화시키는 물가를 잡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는 만큼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적절한 정책 조합을 해야 하는 각국의 고민도 커졌다.

오미크론 확산·공급망 차질···지구촌, 뛰는 물가에 '시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진정세를 보이다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으로 다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각국의 방역조치 강화와 일부 도시 봉쇄 등으로 인력난과 생산 차질, 물류난이 빚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뛰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트 진열대의 빈 모습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생필품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 회원국의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을 조사한 결과 평균 5.8%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27.7%, 식품 가격은 5.5% 뛰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 7.0% 올라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생산 차질, 소비자 수요 증가 등이 자동차와 컴퓨터 부품 등 각종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공급망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OECD는 지난달 내놓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주요 20개국(G20)의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종전 3.9%에서 4.4%로 높여 잡았다.

'금리 인상' 칼 빼든 각국···터키는 인하 '역주행'

각국 중앙은행은 시중 유동성을 줄여 물가 압력을 낮추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처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영국이 가장 먼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로 0.15%포인트 인상했다. 영국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11월 5.1% 뛰는 등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물가 목표치(2%)를 크게 웃도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르면 3월부터 시작해 연내 3~4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는 강력한 수단이 있고 인플레이션 억제에 이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외 요인으로 물가가 뛰는 만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이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는 이달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차례 연속 인상이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터키는 역주행하고 있다. 터키는 지난해 9월 이후 기준금리를 14%로 5%포인트 낮췄다. 고금리를 문제 삼는 레제프 타이이프 대통령의 압력에 따른 것이다. 금리 인하 여파로 지난달 터키 물가는 36% 폭등했다.

경기 둔화한다는데···"'서민 타격' 인플레 잡는 게 우선"

인플레이션에 경기 둔화 걱정까지 더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1%로 종전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작년 성장률 5.5%보다는 1%포인트 이상 둔화하는 수치다.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 인플레이션, 부채 증가, 소득 불평등을 성장 둔화의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리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오미크론이 계속 확산하며 성장률이 3.4%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4.2%에서 3.7%로, 중국은 5.4%에서 5.1%로 각각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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