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붕괴된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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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붕괴된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1.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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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함께 무너진 브랜드 가치,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유태영 산업부 기자
유태영 산업부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아이파크가 무너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2001년 론칭한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등 주거통합 브랜드 '아이파크' 가치도 함께 무너졌다. 

이번에도 현대산업개발이 맡은 공사현장이다. 지난 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2단지 22층~38층 사이 16개층 외벽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 6명 중 1명만이 발견됐지만 아직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건물붕괴 사고 책임자 처벌도 하기전에 7개월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사고는 재개발을 위해 낡은 건물을 해체하는 작업중에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대형건설사의 고층 아파트 신축 공사 중 무너졌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쇼크'상태다. 

아이파크 입주예정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광주지역 아이파크 수분양자들은 전면철거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시공권 계약을 마친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은 현대산업개발이 포함된 컨소시엄과 계약해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국 아이파크 브랜드를 단 아파트 입주자들은 아파트 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빼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아이파크
사진=연합뉴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모여있는 서울 강남 지역도 반응했다. 서울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원들 사이에서 '아이파크' 명칭을 빼자는 주장이 나와 논의중이다. 

브랜드 가치는 신뢰에 기반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브랜드 가치는 영(0)이 아닌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친다. 

지난해 1월 한 브랜드가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는 아파트 브랜드 중 4위에 자리했다. 작년 학동 붕괴사고 이후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제는 아이파크 브랜드 자체가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역설적이게도 지금까지 아이파크는 튼튼하고 안전한 아파트로 인식됐다. 일례로 지난 2013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에 헬기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건물은 멀쩡했다. 헬기 충돌에도 끄떡없는 아파트로 브랜드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공고했던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는 2022년 현재 부실공사의 대표 브랜드로 뒤바뀌고 말았다. 

이번 붕괴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큰 사고가 나기 전에 경미한 사고가 일어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려본다. 사고현장 인근 상인들은 현장 인근 도로에 콘크리트 조각과 쇠뭉치가 떨어진다며 1500건 넘게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광주 서구청은 현장에 별다른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다시 기초공사부터 한다는 생각으로 사고수습과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두문불출하는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이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적절한 피해보상과 정교한 수습계획을 밝혀야 한다.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를 다시 살리는 길은 오직 이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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