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불허…셈법 복잡해진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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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불허…셈법 복잡해진 산업은행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14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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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LNG선 독과점 우려, 합병 불가 결정
21년 품은 산업은행, 매각 셈법 복잡
인수 후보군, 미래성장 전략과 배치
정부와 산은, 다각도 매각방안 물색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물거품이 됐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3년간 끌어온 유럽연합(EU)의 선택은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 합병 불가였다. EU가 합병불가 방침을 정하면서 조선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플랜B'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21년간 추진해 온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는 제자리를 멤돌 전망이다. 

딴지 건 EU, 왜

EU 집행위원회는 13일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인수합병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2019년 1월 맺은 기업결합 합의는 종잇장이 됐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의 결합은 EU, 한국을 포함한 6개 경쟁당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불가능하다. 

EU는 삼성중공업과 더불어 국낸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 액화천연가스(NLG) 운반선 시장 독과점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지난해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 물량 78척 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따낸 수주량은 전체의 60%인 47척이다.

매각 무산으로 2000년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가 된 정부는 원점에서 인수합병을 다시 검토해야 할 처지로 몰렸다. 정부는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복잡해지는 산업은행의 '플랜B'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결합 무산에 대비해 '플랜B'를 고민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기업결합이 무산된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절충안 중 하나는 우선 현대중공업이 LNG사업부를 뗀 채 대우조선해양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하지만 LNG사업부를 제외한 대우조선해양의 매력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거부할 가능성도 높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이 아닌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실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포스코, 한화그룹 등이 뛰어든 바 있다. 포스코는 선박 건조에 활용하는 후판을 만들고 한화그룹은 방위산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조선사와 합병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후보군의 신사업 전략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차전지소재와 수소 등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탄소 중립 투자계획도 수립했다. 한화그룹은 이미 '뉴스페이스' 우주 산업으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해외 매각은 LNG선 설계 등 핵심 기술과 방위산업 관련 기술 유출 우려로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LNG선.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다시 홀로서기

인수합병이 불허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홀로서기를 하며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에 내준 약 2조원 대출의 만기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등 대우조선해양의 홀로서기를 돕고 있다. 애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려고 했다. 

조선업 업황은 반등하는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237억 달러(28조원·116척)로 3~4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 여기에 전방 산업인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신규 수주액이 2020년과 비교해 2배 가량 늘어난 109달러를 기록했다. 

현금흐름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9월 대우조선해양이 벌어들인 현금은 4600억원 가량으로 2020년 1~9월 2800억원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건전성이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부실로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대출과 출자 전환(대출을 주식으로 전환) 등으로 7조1000억원을 지원했다. 업계에선 겉으로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수치보다 실제 상황은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조선업 경쟁력 제고와 함께 대우조선해양과 시너지를낼 수 있는 기업을 탐색하는 한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 패키지 등 다각도로 매각 방안을 물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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