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거세진 中문화계 '정풍운동'... 한중 문화교류에 독일까, 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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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거세진 中문화계 '정풍운동'... 한중 문화교류에 독일까, 약일까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2.01.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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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산업 2022년 성장, 관련 규제 폭탄이 걸림돌로
한편 출연에 200억원을 받던 연예인도 단칼에 연예계 퇴출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2022년에도 중국 문화계 정풍운동 계속될 듯
한한령 완전 해제 관심 높아져… 양국 정부 한한령으로 인한 불확실성 줄여야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2021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8.0%로 내다봤다.

그러나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2021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 내외로 하락하고 2022년에도 5%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관계 악화, 코로나19 상황의 지속, 중국 정부의 산업 규제 위주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2022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5%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마저 흘러나온다.

중국 경제성장이 주춤하면서 중국 문화산업의 성장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지원과 투자확대로 성장일로를 걷던 중국 문화산업은 2022년에는 중국 정부의 지속된 규제와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 규모 축소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해외콘텐츠시장 분석’ 자료에 의하면 중국 콘츠시장 규모는 2021년 3698억 7천 1백만 달러 규모이고 2022년은 3938억 7천만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약 6.5%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문화산업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도 문화산업 규제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중국 문화산업 성장은 더 이상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문화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문화 프로젝트에 투자 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국 정부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원천 봉쇄하고 고액 출연료를 금지했다. 사진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중국 유명 연예인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료 일람표. 사진출처=왕이망 캡처
중국 정부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원천 봉쇄하고 고액 출연료를 금지했다. 사진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중국 유명 연예인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료 일람표. 사진출처=왕이망 캡처

中정부, 문화계에 '규제폭탄'...문화산업 성장 걸림돌로

지난해 중국 문화산업은 규제의 칼날위에서 어렵게 한 해를 보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초부터 시행된 문화산업 규제는 다양한 문화 분야로 확대되며 연말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초 배우 정솽의 탈세 사건과 엑소 출신 크리스(중국명 우이판)의 성폭행 사건 이후 중국 정부는 연예인, 제작사, 방송사, 온라인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문화계 정풍운동을 추진했다. 중국 정부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원천 봉쇄하고 고액 출연료를 금지했다.

불법 행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스타의 경우 모든 인터넷 플랫폼에서 해당 스타의 계정을 폐쇄함으로써 인터넷 공간에서 완전히 발을 못 붙이도록 했다. 정치적 입장이 부정확하고, 당과 국가로부터 마음이 떠나고 덕성을 상실한 연예인을 방송국 등 플랫폼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강간죄로 체포된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크리스와 야스쿠니 신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린 배우 장저한 등이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드라마 제작 규범'을 발표하고 드라마 시작 또는 마지막에 출연자와 스태프를 소개하는 자막에 외국국적 배우나 스태프는 국적을 표기하도록 했다. 이이연걸이나 유역비처럼 외국국적을 보유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중국 콘텐츠 제작 참여가 제한될 전망이다.

인터넷 쇼핑 생방송 진행자인 웨이야에게는 탈세 혐의로 13억4천100만 위안(약 2천500억원)의 벌금을 부과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세금 탈루 의혹이 있는 유명인들이 하나 둘 사실상 연예계에서 사라졌다.

중국 온라인플랫폼과 제작사를 향한 ‘정풍운동’의 칼날도 매서웠다. 중국에서 네티즌들이 온라인상에 올리는 쇼트클립 플랫폼에서는 공산당과 정부의 정책과 방침에 어긋나는 내용이 금지됐다.  

국가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특정 배우나 일반인이 당과 국가 지도자를 연상시키는 분장을 한 채 연기, 강연 등을 한 영상과 출연자가 당과 국가 지도자의 얼굴이 그려진 옷, 신발, 모자를 착용한 채 등장하는 영상 그리고 지도자의 얼굴이 그려진 옷, 신발, 모자를 접어서 괴상한 표정을 연출한 콘텐츠가 금지됐다. 

중국 성급 미만 단위 매체가 보도한 재난이나 사고 영상을 전파하거나 언론기관이 아닌 기관이 제작한 재난이나 사고 또는 공공 사건의 영향 및 결과 관련 영상 배포도 금지됐다.

'시민 기자'에 대한 압박 수준이 높아졌고 금융과 경제정책과 관련한 '가짜 뉴스' 단속도 강화됐다. 소위 '만리 방화벽'이라고 부르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우회적인 언론 통제도 진행됐다. 

중국 아이돌 프로그램인 ‘청춘유니’에서 팬 투표를 위해서 27만개의 우유를 버린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의 아이돌 팬덤 규제와 아이돌 프로그램 제작 규제가 본격화됐다. 사진은 팬투표를 위한 뚜껑을 확보하기 위해 우유를 따서 하수도에 버리는 장면.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중국 아이돌 프로그램인 ‘청춘유니’에서 팬 투표를 위해서 27만개의 우유를 버린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의 아이돌 팬덤 규제와 아이돌 프로그램 제작 규제가 본격화됐다. 사진은 팬투표를 위한 뚜껑을 확보하기 위해 우유를 따서 하수도에 버리는 장면.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제작 측면에서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의 자녀가 참가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여성스럽게 분장하는 남성 연예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제작이 어려워졌다.

'공연 매니지먼트 분야의 연기자 관리 강화 및 공연시장의 건전하고 질서 있는 발전을 위한 통지'에 따라서 공연 출연자의 립싱크 금지와 립싱크를 위한 조건 제공이 금지됐다. 

어린 청소년에 대한 연예계 활동도 제한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에 7∼11세 소년 7명으로 구성된 아동밴드 판다보이즈가 데뷔 나흘만에 해체됐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업체들에 폭력과 유혈극, 음란한 장면 등이 등장하는 만화를 엄격히 배격하라는 정부 지시에 따라서 일본 애니메이션 '울트라맨 티가'가 중국의 주요 콘텐츠 플랫폼에서 내려졌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 중앙 서기국 서기는 지난해 12월 중국문학예술연합회 전국위원회와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욱더 자각해 뿌리를 키우고 혼을 불어넣는 문화 사명을 담당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사용한 문예 창작을 견지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연말 중국 국가연극원 단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문화계를 향해 당의 문예 방침을 잘 따를 것을 주문하면서 2022년에도 문화계 정풍운동은 지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문화계 정풍운동은 단순히 일부 부도덕한 연예인을 축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일반 국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중문화를 철저하게 당의 통제 영역으로 넣어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결정될 시진핑 주석의 3연임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 문화계 정풍운동은 20차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중국 문화계는 당분간 규제로 인해 움츠려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중국 후난방송과 망고TV를 통해 6년만에 방영됐다. 사진은 최근 웨이보에 올라온 신문 보도 내용. 사진출처=웨이보 캡처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중국 후난방송과 망고TV를 통해 6년만에 방영됐다. 사진은 최근 웨이보에 올라온 신문 보도 내용. 사진출처=웨이보 캡처

2022년은 한중수교30주년, 한한령 완전 해제 관심

2022년은 한중수교30주년이 되는 해다. 때문에 한중 문화계 인사들의 상호교류 의지와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문제는 한한령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한령 때문에 2016년 이후 한중 문화교류는 한파를 맞고 얼어붙었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와 영화분야에서 한한령의 해제 조짐이 나타나면서 한중 문화인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영화 '오! 문희'가 개봉된 데 이어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지난 1월 4일부터 중국 후난방송과 망고TV를 통해 중국 방송사를 통해서 6년만에 방영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방송사들은 실질적으로 중국 국가 소유의 방송사이기 때문에 중국 방송사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됐다는 것은 한한령 해제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에서 한한령이 해제됐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기준은 몇 가지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1단계는 한국 연예인이 중국 언론 매체(잡지 표지 등)에 공식 등장하는 것, 2단계는 중국 중국 동영상온라인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공식 업로드 되는 것, 3단계는 중국 공영방송(CCTV)에서 한국 드라마가 공식 방영되는 것, 4단계는 중국 방송 프로그램이나 제작 프로그램에 한국 연예인이 공식 출연하는 것, 5단계는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중국 대형 오프라인 콘서트를 비준하는 것 등이다.

위와 같은 단계로 볼 때 현재 1단계와 2단계는 이미 일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3단계인 CCTV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CCTV에서의 한국 드라마 방영이 중요한 이유는 중국에서는 CCTV에서 한국 콘텐츠가 방영이 될 경우 기타 중국 방송국에서도 자유롭게 한국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초부터 시행된 문화산업 규제는 다양한 문화 분야로 확대되며 연말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사진=바이두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초부터 시행된 문화산업 규제는 다양한 문화 분야로 확대되며 연말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사진=바이두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에 후난방송국에서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방영된 것은 향후 CCTV에서 한국 드라마 방영을 위한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한한령 4단게와 5단계는 아직 진척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문제로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접근성이 어려운 이유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문화계 현장에서 한한령의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한국 연예인의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아직까지 한한령 해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방침이 현장까지 전달되지 않은 이유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한령이라는 보이지 않는 중국 정부의 제재는 5년간 유지됐다. 그동안 수없이 한한령 해제 조짐에 대한 보도들이 쏟아졌다. 그때마다 한중 문화인들은 기대를 가지고 한중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중수교3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한한령을 지속할 명분이 크지 않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내부적으로 한류의 큰 흐름은 이미 사라졌고 중국 문화계도 한류에 대응할 만한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한다. 때문에 한한령을 해제해도 한류가 중국 문화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중 문화인들은 한중수교30주년을 맞은 2022년에는 한중 문화교류의 큰 물꼬가 다시 한번 터지길 희망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한한령의 완전한 해제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중 문화인들이 양국 문화교류를 추진함에 있어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면 한중 문화교류는 2022년 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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