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실천 단계 접어든 대기업의 'ESG'…정부 지원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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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실천 단계 접어든 대기업의 'ESG'…정부 지원 병행돼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10 15: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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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폐플라스틱 이슈 트리거로
SK, 아시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설립 나서
글로벌 배출 1위 코카콜라, 플라스틱 감축 선언
볼보, 플라스틱 감축 및 재활용에 신기술 적용
국내 기업 80% 폐플라스틱 감축 동참 '동의'
국내 한 재활용품 수거장에 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에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에 대한 근본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은 선제적으로 플라스틱 감축 및 재활용에 적극 나서며 구호에 머물던 ESG 경영을 실천으로 옮겨 나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폐플라스틱 이슈

매년 2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배출되고 있으며 연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90% 이상이 매립되거나 소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얇은 비닐봉지는 썩는데 5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태우면 다이옥신 등 유독물질이 발생한다. 바다로 흘러간 폐플라스틱은 썩는데 육지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플라스틱 폐기물 이슈를 증폭시키는 '뇌관' 역할을 했다. 테이크 아웃과 배달, 온라인 쇼핑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에 '죄책감'과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재사용·재활용은 물론 플라스틱 발생 자체를 줄여한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이 플라스틱 폐기물 이슈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시각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카본 투 제로'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 폐플라스틱을 '도심 유전'으로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미국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울산시에 아시아 최초의 재생 폴리프로필렌(PP) 신규 공장을 설립한다.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마크 오트워스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서 만나 울산시에 PP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주요 조건합의서(HOA· Head of Agreement)를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장이 완공되면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재생 PP를 연 6만 톤가량 생산하며, SK지오센트릭은 이 재생 PP를 국내 독점 판매하게 된다.

PP는 자동차 내장재, 가전제품, 식품 포장 용기, 장난감, 생활용품 등에 다양한 색과 형태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소재로, 전체 플라스틱 수요의 25%를 차지한다.

PP는 다른 소재와 첨가제를 섞어 사용하는 특성상 기존의 물리적 재활용 방법으로는 냄새, 색, 불순물 등 제거가 어려워 대부분 소각 또는 매립하고 있다.

퓨어사이클은 솔벤트를 활용해 폐플라스틱에서 오염물질과 냄새, 색을 제거한 초고순도 재생 PP를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와 조지아주에도 공장을 설립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환경 규제로 플라스틱 재생수지의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약 2000만 톤 이상의 재생 PP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SK지오센트릭은 이번 재생 PP 공장 설립으로 폐비닐에 열을 가해 납사 등의 원료를 얻어내는 '열분해유' 기술, 오염된 페트병과 의류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해중합' 기술에 더해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3대 핵심 역량'을 확보했다.

이로써 SK지오센트릭은 '2027년까지 SK지오센트릭의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에 해당하는 연 250만 톤을 100%를 재활용하겠다'는 파이낸셜스토리를 더욱 가속화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김준 부회장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혁신함과 동시에 친환경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음료기업 코카콜라가 플라스틱 활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플라스틱 배출 1위 코카콜라의 변신

그린피스가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배출 기업 순위에서 2017년 1위를 차지한 코카콜라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선언했다. 

코카콜라는 2018년 ‘쓰레기 없는 세상(World Without Wast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모든 음료 패키지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교체하고, 패키지 생산 시 재활용 원료 사용을 늘리고자 한다. 2030년까지 병, 캔, PET병 등 모든 음료 패키지를 100% 수거하고 재활용하며, 평균 50%의 재활용품 재료를 활용한 병을 생산할 것을 약속했다. 프리스타일 머신을 도입, 개인 컵 사용을 가능하게 해 플라스틱 발생량 자체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2019년 코카콜라는 앨런 맥아더 재단을 통해 자사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공개했다. 같은 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재활용이 쉽지 않은 해양 폐플라스틱, 유색 PET병 등을 높은 품질이 요구되는 식·음료용 포장재로 업그레이드했다.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자원봉사자들이 스페인과 포르투갈 해변 84곳에서 수집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만으로 약 300개의 견본 병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부턴 미국 패키징기업 그래픽패키징인터내셔널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사 제품에 킬클립(KeelClip)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을 통해 플라스틱 묶음포장 대신, 종이 뚜껑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여러 개의 캔을 묶는다. 현재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 EU 일부 국가에 적용 중이며 곧 EU 전체로 확대 공급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매년 2000톤의 플라스틱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볼보가 중형 SUV 'XC60 스페셜에디션'에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 등을 적용했다. 사진제공=볼보코리아

차량용 플라스틱 감축 나선 볼보

볼보의 설명을 종합하면 자동차 한 대당 플라스틱의 구성 비율은 중량 기준으로 20%이고, 부품 경량화에 따라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볼보는 회사 설립부터 내세운 ‘안전’이라는 핵심가치에, 2019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추가했다. 2025년까지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자동차에 사용되는 모든 플라스틱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2025년 이후에 출시하는 모든 자동차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중 최소 25%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일반적으로 전기차 판매 비중을 친환경 목표로 설정하는 것에 반해, 볼보는 소재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률이 약 5% 수준이라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외부의 평가도 있다. 볼보는 이런 비판에 대해 "대시보드, 계기판, 카펫, 시트 등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을 중심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할 것이고 이는 사업성 관점에서도 충분히 타당하다"고 대응했다.

2018년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중형 SUV인 ‘XC60 스페셜에디션’을 제작했다. 바닥 카펫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와 의류업체로부터 받은 자투리 천을, 시트는 페트병을 활용했다. 2020년에는 고성능 전기차인 폴스타(Polstar)에 친환경 자동차 시트를 적용했다. 이 시트는 천연섬유와 페트병, 폐기된 코르크, 어망 등에서 추출한 재활용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존 대비 플라스틱 사용율은 80%, 무게는 50% 줄였다. 

일반 경영 활동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볼보는 2018년 스웨덴 본사를 시작으로 글로벌 전역에서 오피스 및 전시장, 행사장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볼보코리아도 2020년부터 오피스, 전시장, 서비스센터는 물론 모든 마케팅 활동 및 고객 행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중단했으며, 전시장 내 모든 인쇄물을 디지털 형태로 전환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정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을 20% 감축하기로 했다. 

폐플라스틱 활용, 정부 지원 뒷받침 돼야

국내 플라스틱 제조·사용 기업 대부분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2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플라스틱 제조·사용기업 30개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한 기업 인식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85.1%가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이 아닌 정부와 최종소비자인 시민이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증대하고 있다. EU에서는 2025년부터 페트병 생산 시 재활용 소재를 25% 이상 포함해야 한다. 2022년부터 식기류, 빨대, 면봉 등 일부 품목은 시장 출시가 금지된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전 지역에서 플라스틱 음식 용기와 면봉의 생산·판매를 금지했다. 또한 분해가 되지 않는 비닐봉지와 일회용 플라스틱 음식 용기, 택배용 비닐 포장지는 주요 도시에서 사용할 수 없고, 2026년부터는 중국 전역으로 제한 조치를 확대한다. 중국 정부는 생산, 판매, 사용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10만 위안(약 1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의 강도 역시 높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9년부터 대규모 점포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모든 업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20% 감량, 재활용률 70% 목표로 2030년까지 1회용품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0.5%가 '부담이 있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고 44.2%는 '필요성이 있지만 과도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 정부는 현실에 뒤처진 법망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단적으로 현행법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재활용 용도를 연료로 국한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런 법령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범위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석화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하위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정책적 지원책으로 '재활용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26.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플라스틱 대체·재활용 제품 수요 확대'(19.3%), '플라스틱 수거·선별 인프라 개선'(18.4%), '폐플라스틱 원료화 등을 위한 규제 합리화'(18%), '대체 기술 연구개발·상용화 지원'(17.5%)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 차원에서 폐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고 탄소 감축을 위해서도 폐플라스틱을 원료와 연료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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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2022-01-11 08:28:15
2022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 컨퍼런스 안내입니다.
- 폐플라스틱 자원화 (리사이클링, 열분해/촉매/가스화) . 화이트바이오 산업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주최 :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 일시 : 2022년 1월 18일 - 19일 , 장소 : 전경련회관 / 온라인 생중계
https://www.kecft.or.kr/shop/item20.php?it_id=1638431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