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⑯ 로봇에 올라탄 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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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⑯ 로봇에 올라탄 모빌리티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09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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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GM·도요타 등 모빌리티 산업에 로보틱스 기술 확대 접목
로봇시장 규모 2020년 47억 달러서 2030년 704억 달러 확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로보틱스는 꿈이 아닌 현실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2)에서 반려견 로봇 '스팟'(Spot)과 함께 무대에 올라 로보틱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설파했다.

현대차는 올해 CES2022에서 자동차를 단 한 대도 전시하지 않았다. 빈자리는 로봇과 메타버스가 채웠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며 "로보틱스는 인간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한 관계"라고 했다. 이어 "로봇이 점점 인간과 가까워지고 있다"며 "매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는 결국 다 연결돼 있다"며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면서 "소외계층이나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로봇을 매개로 하는 경험이 우리의 일상은 물론 일하는 방식과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봤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외에도 로봇의 인지·판단·제어 등 전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해 ▲퍼셉티브 오토마타(미국) ▲알레그로.ai(이스라엘) ▲딥클린트(중국) ▲엔비디아(미국) 등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선다. 국내에서도 ▲포티투닷(42dot) 등과 함께 인공지능 분야 개발 협력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초 완성차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60조원을 투자해 전기차와 수소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사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공개된 의료용 착용로봇 에이치멕스(왼쪽)와 달이(오른쪽)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모빌리티로 확대되는 로봇 기술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보틱스팀을 신설한 데 이어 2019년 핵심 기술 개발을 총괄할 로보틱스랩스로 확대 개편했다. 

로보틱스랩은 자동차를 넘어 다른 분야로도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랜 공을 들인 분야로 웨어러블(입는) 로봇으로 불리는 관절로봇과 서비스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부산 수영구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는 의료용 로봇 '에이치 멕스', 손님 응대 서비스 로봇 '달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에이치 멕스는 하반신 마비 환자를 보조하는 착용형 로봇으로, 걷다가 앉거나 걷기 위해 일어서는 것을 돕는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달이는 자율주행 방식으로 실내를 돌아다니다가 사람을 만나면 얼굴을 인식해 나이와 성별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주제와 말투까지 선택해 응대하는 한층 발전된 고객 응대 로봇이다. 이미 지난해 초 서울 송파구 현대차 전시장에 투입해 시험 운용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로보틱스 기술을 우주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천문연구원과 우주 탐사에 쓰일 로보틱스 기술 개발을 준비 중이다. 

로봇 기술에 몰리는 기업들

현대차를 비롯해 많은 완성차 회사들도 로봇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도 일상 생활에 도움을 주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오래전부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비롯한 다양한 로봇을 속속 내놓고 있다. 포드는 자동차 생산라인에 다양한 로봇을 투입하는 한편 별도로 택배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 봇' 시제품을 내년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완성차 회사 외에도 삼성전자와 네이버 랩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등 일반 테크기업들도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CES 2022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모베드의 시연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음식 배달하고 일하는 로봇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 로봇 분야는 물류배송이다. 물류 배송에 로봇을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인건비 절감이다. 물류 비용을 연구한 연구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물류비용 구성은 수거가 4%, 분류 작업이 6%, 터미널 간 수송이 37%, 라스트 마일 배송이 53%다. 비대면 배송과 함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배송원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로봇 배송이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심을 받는 시스템은 2020년 2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에서 공공 도로 주행 허가를 받은 뉴로(Nuro)의 ‘R2’다. 차량 조작기와 운전자 없이 공공 도로 주행을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사례다. 최고 시속 40km로, 음식 배송 시 신선도 유지를 위한 온도 제어 시스템을 장착하고, 1회 충전 시 하루 동안 작동이 가능하다. 유사한 시스템으로는 GM과 혼다가 개발한 ‘오리진’, 도요타의 ‘이팔레트(e-Palette)’, 중국 ‘네오릭스(Neolix)’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율주행 로봇이라는 점과 함께 배터리, 구동장치, 조향장치 등이 장착된 스케이트보드 혹은 슬라이드라고 불리는 플랫폼에 원하는 용도에 적합한 캐빈만 결합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전기차에 사용되는 범용 플랫폼보다 원가는 높지만,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고 레고식 조립이 가능해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러한 물류 배송 과정에서 배송 로봇 혹은 차량에서 주문자나 택배박스 등 최종 전달을 위한 라스트 마일 물류를 위한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팔레트와 함께 고객 사이를 오가며 물품을 수령하거나 전달하는 6륜 로봇 ‘마이크로 팔레트(Micro Palette)’, 포드는 자사의 로봇 전문 업체 어질리티 로보틱스에서 제작한 로봇 ‘디지트(Digit)’ 현대차 역시 최근 휠드-레그드(wheeled-legged)형 로봇 모베드를 공개했다.

특수 목적 차량 용도의 배송 로봇과 함께 바퀴로 구동하는 소형 배송 로봇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로 10kg 정도의 적재물을 시속 6~10km 속도로 식음료 배달에 사용되며, ‘스타십 로보틱스(Starship Robotics)’, ‘포스트메이트(Postmates)’, ‘아마존 스카우트(Amazon Scout)’ 등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UAM과 미래 모빌리티 개념도.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무한대로 커지는 로봇 시장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공유 서비스 등 모빌리티 산업의 규모는 2020년 47억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31.1%를 기록했으며, 2030년 70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모빌리티 서비스에 자율주행 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까지 본격적으로 결합하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함께 서비스, 유지 보수,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보험 등 관련 산업시장 규모는 예상치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모빌리티 영역의 로봇도 물류 배송, 특히 라스트 마일 단계에 한정돼 있어지만 앞으로 이동 과정에서 교통약자 지원 서비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통해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의 접점 및 규모는 점차 확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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