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우라지서 발굴된 대형 돌무지, 말갈족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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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우라지서 발굴된 대형 돌무지, 말갈족 것일까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5.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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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모양 대형 적석유구 확인…국내서는 처음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는 요즘 관광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100년전만 해도 오지중의 오지였다. 아우라지로 시집 가는 여인들은 한평생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가슴 아린 사연을 갖고 있으며, 그 슬픔을 담은 노래가 정선 아리랑이다.

이 곳에서 강변에 흔한 동글동글한 돌(강돌)을 쌓아서 만든 집터가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정선군과 강원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3월부터 정선 아우라지 유적을 2차로 발굴, 조사하던 중에 대형 적석유구 1기가 발견됐다. 유구는 연구실이나 박물관에 옮길수 있는 유물과 달리 인간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주거지, 무덤, 저장고등을 말한다.

강가의 돌을 일일이 쌓아올려 축조한 이 적석유구에는 내부에 벌집모양으로 총 51개나 되는 크고 작은 방이 촘촘하게 조성되었으며, 내부 방을 조성한 석렬 중 가장 아랫단은 강돌을 길게 세워 단단히 보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석렬 안에서 신라 시대 굽다리 접시인 대부배(臺附杯) 3점과 한성 백제 시대 토기인 단경호(短頸壺)와 토기조각이 발견되었으며, 청‧백자, 상평통보, 동물뼈(돼지, 말) 등도 같이 출토되었다.

 

▲ 정선 아우라지 적석유구 발굴현장.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191번지 일원(아우라지역 앞) /문화재청

 

궁금한 것은 이 돌무지가 언제, 누가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문화재청은 이렇게 크고 작은 방이 벌집 모양으로 여러 개 붙어있는 적석유구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보고된 사례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두 차례(1차 2006~2007년/ 2차 2016.3.~현재)의 발굴조사에서 신석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다양한 문화층이 중첩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시집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정선 아우라지에 오랜 기간 사람들이 살았던 지역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또다른 의미에서, 신석기에서 조선시대까지의 광범위한 시간대를 두고 문화층이 중첩되어 있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돌을 가져가 언제 만들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다만 신라와 한성백제 시대의 유물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일단 ‘삼국사기’에 강원도 영서지방에 존재한 것으로 파악되는 말갈족이 아닐까. 삼국사기에는 신라와 백제를 여러차례 공격한 말갈족의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위치를 파악하면 강원도 영서지방에 파악된다. 삼국사기의 말갈의 실체에 대해 사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는 없다. 하지만 저자 김부식은 우리 민족과 구별해 말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우리 땅에 산 고민족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후에 여진족 또는 만주족이 된 그 말갈일수도 있다.

 

▲ 적석유구 전체 모습 /문화재청

 

이 적석유구는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조양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 여량 5리와 남쪽 여량 2리의 넓은 충적대지에 조성되어 있다. 조사지역은 충적대지의 남쪽지역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1차 2006~2007년/ 2차 2016.3.~현재)의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신석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다양한 문화층이 중첩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2차 발굴조사에서 생활유구‧분묘유구 등 총 160여 기의 다양한 유구가 나왔으며, 이중 신석기 시대 주거지 1기, 야외노지(爐趾, 고대 주거지의 불 땐 자리) 10기, 청동기 시대 주거지 62기, 지석묘 등 분묘유적 16기 등이 확인되면서 선사 시대 대규모 취락이 조성되었던 사실이 확인되었다. 특히 작년에는 석상위석식 노지를 갖춘 청동기 시대 이른 시기의 주거지 내에서 청동제 장신구가 출토되기도 했다.

 

(용어해설)

* 석상위석식(石床圍石式): 주위에 돌을 돌리고 바닥에 판석을 깐 형태

* 청동제 장신구: 단조의 청동제품이며 관옥과 함께 섞여 출토됨. 절대연대는 기원전 13~11세기로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가장 이른 문화단계의 청동기(현재 보존처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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