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25조원규모 중고차시장 '대기업에 개방'...핵심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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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25조원규모 중고차시장 '대기업에 개방'...핵심 쟁점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04 16: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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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이달 중 생계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 개최
완성차 vs 중고차, 매입 물량 및 보상안 두고 대립
인증 중고차 운영 수입차 브랜드와 역차별 우려도
소비자 51%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찬성"
연간 중고차 시장규모 20조~25조원…가파른 상승
3년여간 끌어온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 여부가 이달 중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1월 중엔 결론을 내달라."

4일 자동차시민연합은 이달 중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에 관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임상기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중고차 시장 개방과 관련해 법정 시한 내 결론을 내지 않아 3년여간 소비자 피해와 논란이 지속됐다"면서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중고차 시장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그나마 정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이어 "논의 종결이 오래 지연된 만큼 1월 둘째 주에 열리는 심의위원회는 심의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고려에 휘둘리지 말고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의 후생을 최우선을 고려해 오로지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명시된 조항을 근거로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이달 둘째 주인 10일 이후에 열기로 결정했다. 

3년여간 이어온 협상

정부는 지난 2013년 국내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소상공인 보호 등 이유로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제한했다.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끝나면서 현대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25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기존 중고차 판매 업체는 즉각 반발했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애초 '중고차 상생 협력 위원회'를 만들어 업체간 협의를 진전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 업계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까지 나서 협의회를 만들고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매매 업계 간 중재에 나섰지만 3년여가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3년여간 허송세월을 보낸 건 아니다. 양측이 합의한 부분도 있다.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매매 업계는 완성차 업계가 '전체 물량'의 10%만 판매하는데 합의했다. 물론 합의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다. 양측은 '전체 물량'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했다. 

완성차 업체는 사업자와 개인 거래 물량을 합한 연간 250만 대를 '전체 물량'으로 본 반면, 중고차 업계는 사업차 물량만을 포함한 110만 대로 해석했다. 완성차 업체는 전체 10%인 25만대 물량을 요구했지만, 중고차 업계는 10만대를 취급 가능한 물량으로 봤다. 약 15만대의 갭이 발생했다. 결국 갈등은 사업자와 개인 거래 물량의 평균을 전체 물량의 기준으로 삼는 선에서 합의하며 일단락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월 둘째주 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사진=연합뉴스

중고차 시장 개방, 남은 쟁점은

현재까지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쟁점은 매입 물량과 보상 방안이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가 제한된 시장점유율 내에서만 매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나머지 매물은 공익 플랫폼을 통해 중고차 업계에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완성차 업체 측은 신차 구매자가 기존 자동차를 매입해 줄 것을 요구하면 점유율에 상관없이 매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밖에도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한 보상 방안으로 중고차 업체들도 대리점을 개설해 신차를 판매하는 '신차 판매권'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양측은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국내 수입 브랜드는 자사 인증중고차 판매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와 역차별 논란이 거세다. 사진제공=벤츠

수입차와 역차별 우려도

현재 국내에 20여개 이상의 수입차 브랜드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국내 완성차 제조 업체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입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매장은 101곳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23곳으로 가장 많고 BMW가 20곳, 미니가 14곳, 아우디 11곳 등 국내 진출한 수입차 업체 대부분이 인증 중고차를 운영 중이다. 

중고차 판매 규모도 상당하다. 벤츠와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수입차 브랜드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고차 판매대수는 1만5000대가 넘는다. 성장 추이를 보면 2017년 약 1만4000대에서 2020년 2만5000대로 3년 동안 70%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로 중고차 수요가 컸던 지난해 상황을 감안할 때 연간  판매량은 3만대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수입차보다 국산 중고차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2017년식 제네시스 G80 가격은 신차 대비 30.7% 떨어졌지만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벤츠의 E클래스는 25.5%, GLC는 20.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식 현대차 쏘나타는 45.7%, BMW 3시리즈는 40.9% 하락했다. 협회는 지난해 9월3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건의문을 제출하고 조속한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소비자 2명 중 1명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봤다. 사진=연합뉴스

"불신" 76.4%·"대기업 진출 찬성" 52%

소비자들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 이슈가 뜨겁던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은 불투명하고 혼탁하며 낙후됐다'고 평가했다.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은 ▲차량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 다수(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순이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선 응답자 51.6%가 '찬성'했다. 반대는 23.1%였다.   

한경연은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신뢰가 매우 낮다"라면서 "외국자동차 브랜드가 이미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활동 중인 만큼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도 진입장벽을 철폐해 소비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기부 특성상 대기업 진출이 영세 사업자들을 고사시킨다는 중고차 업계의 반발을 가볍게 넘길 수 없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기부는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시장 독점이나 시세 조정 행위 등 발생 가능한 부작용도 살피고 있다. 

중고차 시장 규모 20조~25조원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에는 산업 규모가 크고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도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중기부에 전달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5조원대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중고차 이전등록 대수는 395만대로 신차등록대수 191만대보다 2배 더 많았다. 연간 중고차 거래액만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 업체의 추정치는 더 높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중고차 사업자 간 거래는 250만4487대로 집계됐다. 2019년(232만7348대)보다 7.6% 늘었다. 대당 1000만원으로 잡아도 25조원에 이른다. 중고차 사업자 간 거래엔 매입, 매도, 상사이전, 알선 등이 있다. 

2020년 기준 소비자에게 되판 매도는 110만7241대로 2019년(104만5240대) 대비 5.9% 늘었다. 같은 기간 중고차를 사들이는 매입은 9.3% 뛴 117만8781대를 기록했다. 사업자가 매입부터 성능평가, 상품화 과정을 거쳐 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이 더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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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n 2022-01-08 19:00:09
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