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융기업 먹튀논란] ② 1조원대 배당만 챙기다 떠난 보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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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금융기업 먹튀논란] ② 1조원대 배당만 챙기다 떠난 보험사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2.29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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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 10년동안 1조1650억원 배당 후 매각…순이익의 절반
보험산업 전반 저성장, 고령화로 수익성 악화…규제도 걸림돌 돼
사진=라이나생명
사진=라이나생명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씨티그룹의 경우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뉴욕멜론은행과 캐나다 노바스코셔 은행도 올해 철수를 결정했다. 이처럼 해외 금융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는 수익성 악화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이 꼽힌다. 한편 이들은 본사에 지나치게 높은 배당을 해 국부 유출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의 '탈한국' 배경과 논란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보험업계에서도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시장 이탈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시그나그룹의 경우 지난 10월 자회사인 라이나생명을 미국 처브그룹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시그나그룹이 매각한 회사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부와 터키합작사이며 총 거래 가격은 57억5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이다. 업계는 이 중 라이나생명의 가치만 6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현재 매각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매각 과정에서 임직원들과 매각 성과금에 대한 갈등이 있었으나 협의는 이미 끝난 상태다. 향후 대주주 변경 승인이 나면 이사회를 거쳐서 매각이 완료될 예정이다. 

다른 외국계 보험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은 지난달 1일 신한금융그룹에 매각됐다.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 역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에 미국계인 메트라이프생명과 중국계 동양생명 또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라이나생명 고배당 논란… '7조 먹튀' 후 국내 뜨나

이러한 상황에서 라이나생명의 매각은 국부 유출이라는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이나생명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1조1650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거둔 총 순이익인 2조3596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액수다. 

라이나생명의 고배당 정책은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2016년에는 순이익의 61%인 1500억원을 배당했다. 2017년에는 배당성향이 37%로 내려갔지만, 2018년에는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합해 총 3500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그해 당기순이익인 3701억원의 99%를 넘는 액수다. 

지난해에는 중간배당을 건너뛰어 배당성향이 42.7%를 기록했지만 20~30%대인 생보업계 평균 배당성향보다는 높았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지난해(1500억원)보다 82.5% 감소한 263억2000만원을 배당했다. 

이에 라이나생명은 지난 10년간 배당한 배당금인 1조1650억원에 매각금액 약 6조원을 합쳐 7조원을 국외로 유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외국계 보험사가 원래 평균 배당성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비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보험업계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이 되면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했을 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탈한국' 원인으론 수익성 악화·회계기준 변경 꼽혀

이처럼 외국계 보험사들이 사업을 정리하는 이유로는 저출산과 저성장, 고령화로 큰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보험시장의 환경이 꼽힌다. 

실제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보험사 12개사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1599억6600만원, 2019년 당기순이익은 8272억7000만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지난해 1조26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한참 처지는 수치다.

회계기준이 변경되는 것 역시 사업을 정리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3년부터 한국은 새 국제회계기준인 IRFS17를 도입한다. 이 기준이 도입되면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보험사는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사는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늘려야 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IFRS17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철수한다고 해서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외국계 보험사가 수익성이 없는 장사를 더 이상 할 수 없어서 사업적 이유로 국내에서 철수하는 건데 회계기준이 바뀌는 것 또한 이를 가속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국내 보험시장의 규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은 그동안 국내 보험시장의 규제와 제도 불투명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 왔다"며 "보험업 특성상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국내는 규제가 불투명해 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없고, 본사의 특성을 살린 경영전략을 발휘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결국 은행과 마찬가지로 보험시장 역시 경쟁 격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규제요인까지 합쳐지면서 철수하는 외국계 회사가 많아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향후에도 외국계 보험사 매물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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