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융기업 먹튀논란] ① 고배당 후 '수익성 악화→철수' 반복...2013년이후 8개사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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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금융기업 먹튀논란] ① 고배당 후 '수익성 악화→철수' 반복...2013년이후 8개사 이탈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2.27 1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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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철수하는 씨티은행, 2018년 9341억원 본사에 배당
SC제일은행, 아쉬운 실적에도 고배당 이어와
"국내 규제환경 불필요하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 있어"
씨티은행 본점(왼쪽)과 SC제일은행 본점(오른쪽). 사진=각 사
씨티은행 본점(왼쪽)과 SC제일은행 본점(오른쪽). 사진=각 사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씨티그룹의 경우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뉴욕멜론은행과 캐나다 노바스코셔 은행도 올해 철수를 결정했다. 이처럼 해외 금융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는 수익성 악화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이 꼽힌다. 한편 이들은 본사에 지나치게 높은 배당을 해 국부 유출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의 '탈한국' 배경과 논란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외국계 금융사의 '탈한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부터 한국에서 사업을 접은 외국은행은 HSBC, 미국 골드만삭스,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과 바클레이스, 스페인 빌바오비스카야, 스위스 UBS(은행부문), 호주 맥쿼리은행 등 7곳이 있다. 여기에 씨티은행 철수가 더해지면서 지난 7년동안 8개 외국계 은행들의 '탈출 러쉬'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 노바스코샤 은행과 뉴욕멜론은행도 올해 서울지점 철수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노바스코샤 은행, 이달 8일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의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외국은행이 국내 지점을 폐쇄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소매금융 철수를 밝힌 씨티은행의 경우 남은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관련 '금융소비자 보호 계획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서 씨티은행 기존 이용자들에 대한 안내는 내년 1월 중 공지될 전망이다. 

씨티은행, 수익성 악화로 철수 전까지 평균 80% 이상 배당

앞서 한국씨티은행 본사인 씨티그룹은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해 호주, 중국, 대만 등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은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씨티그룹은 이를 두고 "한국을 포함한 특정국가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로 인한 결정이 아니라, 씨티 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할 사업부문에 투자와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을 단순화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씨티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수익성 악화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3074억원에서 2019년 2794억원으로 9.1% 감소했다. 이어 2020년에는 18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2.8%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에도 씨티은행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2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1% 감소했다. 이를 포함한 누적 당기순이익은 100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5% 쪼그라들었다. 

씨티은행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대주주인 본사에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로 국내 시장을 떠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본사에 보낸 배당금 일부를 영업력 확대를 위해 투입했다면 수익성 악화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8년 자본 효율화를 위해 8116억원을 중간배당하면서 순이익의 3배가 넘는 9341억원을 본사에 배당한 바 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씨티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80%를 넘어선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인 배당 20% 제한을 지켰지만 이전까지는 쭉 고배당을 이어왔던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정책을 금융당국이 제한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도 기업이기 때문에 주주가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개입할 수는 없다"며 "원칙적으로 배당을 막을 방법은 없으며, 오히려 배당을 막으면 본사가 투자자 국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배당은 주주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그런 결정이 예금자의 권익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면 당국은 개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SC제일은행, 실적 뒷걸음질에도 잇단 고배당 논란

씨티은행 소매금융 분야가 철수하고 나면 소매금융을 취급하는 국내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만 남게 된다. SC제일은행은 자산관리(WM)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C제일은행의 실적 역시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편이다. SC제일은행은 올해 3분기 795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9억원의 순익을 낸 것에 비해 8722.2% 증가한 수치다. 증가폭은 크지만 지난해 3분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것과 올해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실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SC제일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2017년 2736억원, 2018년 2214억원, 2019년 3144억원, 2020년 2571억원으로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중단했던 중간배당을 올해 8월 다시 재개해 눈총을 샀다. 배당금 규모는 총 800억원으로 배당금은 100%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 NEA에 전액 송금됐다. SC NEA의 최대주주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홍콩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조치를 감안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배당 제한 조치가 종료되면서 다시금 중간배당에 나선 것이다. 

SC제일은행 노조는 당시 성명서를 내고 "통상 20~30%의 은행권 배당성향과 비교해 SC제일은행은 2019년 배당성향이 208%에 달했다"며 "2014년에는 적자임에도 1500억원을 배당해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조치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은행에 투자돼야 할 금액이 배당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SC제일은행에서 가져간 배당금이 2조6000억원, 브랜드 사용료를 포함할 경우 3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악화·정부 규제 발목 잡아 '탈출 러쉬'…국내 규제환경 돌아봐야

다만 수익성 악화와 정부 규제 등으로 외국계은행이 국내를 떠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 교수는 "국내 소비자금융 시장이 이자제한법 등으로 많은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지는 한편 금융소비자 권리는 강화돼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다만 나갈 때 기존 거래자에 대한 권익 보호만 충분히 된다면 떠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배당 역시 국내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는 평가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의 경우 배당정책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어디까지나 본국 기준에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구조조정하는 이유는 한국이 별로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 금융산업은 규제가 너무 많고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금융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편이라 외국계 은행들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토종 은행들은 국내 규제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취득하고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발전을 해 왔지만 외국계 은행은 독자적인 무언가를 결국 발굴해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시장에는 불필요한 규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금융규제가 너무 강해 외국계 금융사가 이탈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규제환경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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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선 2022-01-01 20:35:34
한국 경제 상황은 외면하고, 본사 주주들 배만 불리는 은행은 철수해도 좋을 듯.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수익이 발생되는 그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공익적 기여는 해야 된다고 봄. 문제는 시티은행이 국내에 들어와 사업하면서 공공에 기여하는 일을 얼마나 했나? 주주들의 은행 잔고를 늘려주는 그동안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