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0만전자'說 나오는데…그새 3조 판 개미, 그만큼 산 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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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0만전자'說 나오는데…그새 3조 판 개미, 그만큼 산 외인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2.2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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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삼전 장중 8만원 찍으며 ‘8만전자’ 회복
마이크론 호실적에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도

11월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개인 3조 팔아
같은 기간 외국인 3조 원어치 물량 사들여
업계에서는 ‘10만전자’ 바라보는 시각도
코스피 시가총액 1위 대장주 삼성전자가 4개월 만에 장중 8만원선까지 회복하는 등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코스피 시가총액 1위 대장주 삼성전자가 4개월 만에 장중 8만원선까지 회복하는 등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어닝서프라이즈와 함께 글로벌 IB(투자은행)업계의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에 힘을 받고 있다. 10만전자까지 바라보며 사들였지만 오를 줄 모르는 주가에 지쳐 주식을 던져 버렸던 개미들은 속이 말이 아니다.

8만전자 회복한 삼전…개미들 ‘패닉’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500원(0.63%) 오른 7만9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300원(0.38%) 오른 7만97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삼성전자는 오전 11시경 8만원을 찍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8만원까지 오른 것은 지난 8월10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8만전자는 쉽게 넘볼 수 없는 벽과도 같았다. 7만원대 초반의 박스권에 갇히며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겨울'같은 흉흉한 이야기가 투자심리를 억눌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삼성전자 주가가 이달 들어 돌연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 1일 7만4400원으로 장 마감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오르더니 5거래일을 제외하곤 모두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 3개월간 주가 그래프 추이. 사진=네이버 '삼성전자' 종목창 캡처
삼성전자 3개월간 주가 그래프 추이. 사진=네이버 '삼성전자' 종목창 캡처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는 결국 오른다’는 믿음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 10월까지 11개월 연속 매물을 쓸어 담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13일 장중 52주 최저가 6만8300원을 찍자 더 이상 주가 하락을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팔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1월 종가 기준 최고점 9만1000원에서 이날까지 무려 24% 이상 빠졌다.

지난달 1년 만에 처음으로 순매도로 전환한 개인투자자들은 무려 1조306억 원가량을 팔았다. 지난 10월 6만9000원선에서 7만 원선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지난달 7만5000원선까지 도달하자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에 차익실현을 하고자 물량을 내던진 것이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가는 8만700원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주가 상승에 이미 매도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울상이다. 주요 포털 종목토론실에서도 이 같은 한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9만6000원이 6만9000원으로 떨어져서 오를 기미도 없길래 손절하니 쭉쭉 오른다”며 “지난달에는 7만5000원 넘기도 힘들었는데 그때 판 내가 루저다”라고 토로했다.

외인, 물량 풀리자 매수세↑…삼전 저평가 분석도

반면 올초부터 지난 10월까지 삼성전자 주식 약 21조6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들은 지난달부터 ‘사자’로 돌아섰다. 개인투자자들이 물량을 대거 덜어내자 외국인들이 모두 사들이고 있는 격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에 삼성전자 주식 8610억 원어치를 사들였으며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2조45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로써 지난달 초부터 전날까지 개인이 내놓은 3조4010억 원어치 물량을 외국인이 3조3110억 원 사들이며 사실상 개인이 던진 물량을 모두 흡수했다. 

우선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마이크론)의 호실적이 외국인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 마이크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3% 늘어난 76억9000만달러(약 9조1257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23억달러(약 2조72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내자 국내 반도체 관련주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개선 기대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달 초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8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25% 상향했다. 투자의견도 ‘시장 수익률 상회(Outperform)’에서 ‘매수(Buy)’로 상향했다. 

KB증권 역시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 D램(DRAM)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 10만원을 제시했다. 반도체의 침체는 예상보다 짧고 얕은 수준일 수 있으며, 메모리 회복 관련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지난 8월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리포트를 냈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최근 “겨울이 지구온난화를 만났다”며 기존 전망을 수정했다. 올해 4분기 이후 D램 시장의 부진을 예상했으나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매출이 7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는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예상하는 72억7000만 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메타버스·AI(인공지능) 등 신사업, 재고 감소로 인해 D램 수요는 향후 견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 D램 수요는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업체 중심으로 전년 대비 20~23% 증가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삼성전자 D램 공급을 상회할 전망”이라며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주문 증가 이유는 D램 재고가 전분기대비 30% 감소했고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선제적인 서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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