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네트워킹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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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네트워킹을 찾아서
  • 김이나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5.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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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인간관계는?…비용, 시간, 관심등 적당히 소모하자

[김이나 칼럼니스트] 신조어 홍수다.

자고 나면 생겨나는 신조어들 따라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개인 미디어의 발달, SNS 사용인구의 증가에 따라 소통을 위해서는 신조어를 모르면 무척 난처해 진다. 모르면 모르는 거지 그걸로 난처하기까지 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번번히 못 알아 듣는 표정을 지으면 꼰대 취급을 받는다. 요즘은 꼰대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변형되어 80년대 까지는 “담임선생님”을 뜻하던 은어였으나 최근엔 고집불통인, 시대에 뒤떨어진 나이든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확대되어 쓰이는 추세다. (다행히(?) 최근에 “젊꼰”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젊꼰은 중년 혹은 노년 꼰대처럼 꼰대질을 일삼는 어린 세대를 뜻한다고 한다. 이런, 듣고 보니 이것도 불쾌하긴 마찬가지다).

젊꼰이든 늙꼰이든지 간에 예전엔 소통이 되지않는 세대 간의 갈등을 세대차이란 한 마디로 다 덮을 수가 있었지만, 요즘은 차이 정도가 아니고 아예 절벽이고 건널 수 없는 강이다. 차이는 좁힐 수가 있지만 절벽,즉 단절은 새로운 제도나 법이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그 많은 신조어 중에 가성비란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이젠 신조어도 아니지만 아직도 이 단어의 뜻을 모르는 50~60대들은 간혹 있을 것이다.

가성비 (價性比)는 ‘가격 대비 성능’ (cost-effectiveness) 의 줄임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정도를 의미한다. 이 말은 그러나 제품이나 성능에만 쓰이는게 아니라 가성비 좋은 프로선수 (몸값에 비해 실력이 좋다는 뜻), 가성비 좋은 과자 처럼 광범위하게 쓰인다. 따라서 “가성비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그 상품이 경쟁력 있음을 뜻한다.

우리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유난히 싼 것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가격이 싼 것은 무언가 결여되어 있고 내실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성능, 고퀄리티의 상품을 고가(高價)에 구입하고도 내가 사용하는 기능은 한정되어 있고 나머지는 불필요하기까지 하다. 북한산을 가면서 에베레스트 등반에나 필요한 고퀄리티 등산 복을 입는다던지, 많아야 1년에 서너 번 해외여행을 가면서 백만원이 넘는 캐리어를 산다던지 하는 “허세 소비”는 이제는 미덕(?)이 아닌 듯하다. (물론 기업 입장에선 소비는 여전히 미덕이다)

일단은 경제가 무척 어렵고 우리 국민들도 점차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 때나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쉽고 편하게 잘 운용할 수 있는 그런 것 중에 가성비 좋은 것. 바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 네트워킹은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관건 / unsplash.

 

그러다 가성비 좋은 인간관계는 어떤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사람사이의 신의가 바탕이 되는 네트워킹을 가격으로 가늠할 수는 없다. 유형의 매개체도 필요하겠지만 무형의 시너지가 발생해야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트워킹 역시 자신 스스로 만들 수 있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충전을 위해 써야할 것들 (이를 테면 비용, 시간, 관심 등) 마저 송두리째 다 쏟아부어 만드는 네트워킹은 비싸기만 하지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고 장식장에 고이 모셔놓은 명품 오디오와 다르지 않다. 헛된 노력, 헛된 소모, 결국 나는 소진된다.

낭비하지 말자. 적당히 소비하자. 내가 쓸 수 있을 만큼만 쓰고 대신 잘 만들어진 혹은 운 좋게 얻어진 네트워킹은 잘 유지하자.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냉철한 매의 눈으로 가성비 좋은 네트워킹을 만들자.

가성비 낮은 방만한 네트워크로 파산하지 않고 말이다.

 

 

김이나씨 ▲몽고식품 마케팅 총괄 고문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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