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미황사 괘불, 목포서 세월호 아픔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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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미황사 괘불, 목포서 세월호 아픔 달랜다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4.2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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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바닷속 영혼을 구원하는 부처, 괘불」 개최(5.2.~6.4)

 

뭍으로 연결된 한반도 최남단은 전라남도 해남의 땅끝마을이다. 땅끝마을 달마산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사찰의 하나인 미황사(美黃寺) 자리잡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대흥사(大興寺)의 말사다.

미황사 사적비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 8년(749년), 해남 앞바다 사자포에 돌로 만들어진 배(石船)가 한척 나타났다. 배는 사람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돌아서면 다가오곤 했는데, 의조(義照)화상이 두 사미승과 10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목욕재계하고 기도를 했더니 배가 육지에 닿았다. 배 안에는 금으로 된 사람(金人)이 노를 잡고 있었고 금으로 된 함과 검은 바위가 있었다. 금함 안에는 화엄경, 법화경 같은 경전과 비로자나불, 문수보살, 보현보살과 40성중·53선지식·16나한의 상과 탱화 등이 들어 있었고 검은 바위를 깨뜨렸더니 검은 소가 뛰어나와 금세 큰 소가 되었다.

그날 밤 의조화상의 꿈에 금인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전국(인도) 왕이다. 금강산에 불상들을 모시려고 갔으나 이미 절이 많이 있어서 봉안할 곳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던 길에 이곳을 찾아왔다.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짓고 안치하면 국운과 불교가 흥성할 것이다.”

다음날, 의조화상이 그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나섰다. 소가 달마산 중턱에서 한 번 넘어지고 또 일어나서 한참 가다가 크게 울며 넘어지더니 일어나지 못했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멈췄던 곳에 통교사(通敎寺)를 짓고 마지막 멈춘 곳에 미황사를 지었다. 절 이름을 미황사라고 한 것은 소의 울음소리가 매우 아름다웠다고 해서 ‘美’자를 넣고 금인의 빛깔에서 ‘黃’자를 딴 것이라 한다.

조선 중기에는 여러 암자를 거느린 대표적인 도량이었으나, 정유재란(1597년) 당시 대부분 전각이 불에 탔으며 이후 중창 불사(사찰 재정비)때에는 스님들이 탄 배가 침몰하기도 했다.

 

▲ 미황사 괘불제를 보는 사람들(이육남 작) /문화재청

 

미황사에는 대형 괘불이 보관되어 있다.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을 말한다.

이 괘불은 영조 3년(1727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물 제1342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림의 특징은 본존석가불을 크게 강조하되, 좌우 아랫부분에 용왕과 용녀를 조그맣게 묘사했다. 용왕과 용녀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로 보아 괘불은 사찰의 지리적 요인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다와 육지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을 구원해 극락으로 천도하고자 한 염원을 담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탱화는 폭 4.84m에 길이 11.92m의 거대한 크기로, 크기와 예술성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가뭄에 특효가 있어 이 괘불탱화를 모시고 기우제를 지내면 즉각 효험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에는 기우제를 지내는 도중에 비가 내려 괘불이 젖는 수난까지 당했다.

미황사는 해마다 10월 괘불재(掛佛齋)를 열며 <괘불>을 1년에 단 하루 공개해왔다. 괘불은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유명해, 매년 괘불제가 열리는 날엔 소작물을 들고 온 농부, 논문을 들고 온 학자, 미완성 작품을 가지고 온 예술가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미황사 괘불탱이 올해 부처님 오신일을 맞아 모처럼 목포로 외출을 한다. 세월호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목포MBC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라남도 해남 미황사 <괘불>의 역사적 의미와 해양문화와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테마전 「바닷속 영혼을 구원하는 부처, 괘불」을 오는 5월 2일부터 6월 4일까지 해양유물전시관(전남 목포시 소재)에서 개최한다.

이번 해양문화유산 보물 테마전은 웅장한 불교 회화 속에 담긴 바닷속 영혼의 극락왕생과 당대 중생들의 염원을 ‘미황사 괘불탱’을 통해 조명한다.

전시기간 중인 5월 10일에는 특별행사로 ‘수륙재(水陸齋)’(미황사 주지 주관)가 열린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로 대변되는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천도하기 위한 의식으로 여기에 괘불이 사용되었다. 이번 해양문화유산 보물 테마전은 웅장한 불교 회화 속에 담긴 바닷속 영혼의 극락왕생과 당대 중생들의 염원을 ‘미황사 괘불탱’을 통해 조명한다.

광주일보에 따르면 금강 주지 스님은 “미황사는 세월호 사고해역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늘 희생자들을 생각하던 중 연구소 측에서 전시 요청이 와 흔쾌히 동의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희생자들이 극락왕생하고 유족들도 아픔을 치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미황사 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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