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정부, 아베 전총리 시절 국가주요통계 조작 인정...기시다 총리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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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정부, 아베 전총리 시절 국가주요통계 조작 인정...기시다 총리 노림수는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12.18 14: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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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토성, 약 8년간 주요 통계 조작
국토성, 지자체에도 자료 조작 지시
국가 주요 통계를 연필과 샤프로 기재
기사다 총리, 유감 표명 및 재발 방지 약속
재점화되고 있는 아베 전 총리 시절 의혹들
日 언론, 기시다 총리의 수위높아진 아베 압박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 국토교통성(국토성)이 적어도 최근 8년 동안 국가 주요 통계를 지자체까지 동원해 조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일본 사회에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장관은 이번 통계 조작으로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지만, 국가의 통계 조작이 잇따라 발각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성 추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최근 아베 정권 시절 제기된 의혹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아베 신조 전 총리 압박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국토성이 건설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수주 실적 자료를 적어도 지난 8년 동안 무단 조작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 전 총리 시절 제기됐던 각종 의혹의 연장선으로 보며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건설 공사 수주 동태 통계’다. 이것은 일본의 약 1만2000개 건설업체가 매년 수주한 공사 금액 등을 각 지자체에 보고하면 이를 국토성이 모아 집계한 통계 자료다.

이번에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 통계 자료가 국가가 특히 중요시하는 ‘기간 통계(基幹統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총생산(GDP)산출을 위해 포함되는 자료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부적절 통계, 중요 데이터 GDP에도(화면 오른쪽 위), GDP 국내총생산, 건설 공사 수주 동태 통계(화면 중앙)’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NHK의 밤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지난 15일, ‘부적절 통계, 중요 데이터 GDP에도(화면 오른쪽 위), GDP 국내총생산, 건설 공사 수주 동태 통계(화면 중앙)’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NHK의 밤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국토성이 밝힌 그동안 국가주요통계 조작 방법은, 예컨대 1월과 2월에 건설 업자의 자료 제출이 없었을 경우, 일단 추정 금액을 기재한다. 그리고 3월에 업자로부터 1월부터 3월까지의 자료가 제출되면, 원래대로라면 1월과 2월에 기재한 추정 금액을 실제 금액으로 수정해야 한다. 

국토성은 1월과 2월의 추정액은 그대로 둔 채, 건설 업자로부터 제출받은 1월부터 3월의 자료를 합쳐 3월분으로 입력한 것이다. 그래서 금액을 이중으로 올려 실적을 부풀리는 이른바 ‘이중 계상(二重計上)’이 돼버렸다. 

또한 국토성이 각 지자체의 담당 부서에 자료를 수정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니혼TV의 밤 메인 뉴스인 ‘news zero’의 취재에 응한 도쿄도 건설국 과장은 국토성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연필이나 샤프로 작성하므로 국토성의 지시에 따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수정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국토성이 자료 조작을 위해 사용한 이중계상(二重計上)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지난 15일, 국토성이 자료 조작을 위해 사용한 이중계상(二重計上)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는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같은 날, NHK의 밤 메인 뉴스인 ‘뉴스워치9’에 출연한 전직 관료에 현재 미즈호증권 분석가인 우에노 야스노리 씨는 부적절한 처리 등으로 잘못된 수치가 들어가면 국가 정책의 방향이 틀어져 잘못되어 버리는 것은 물론, 다른 통계도 신뢰할 수 있는지 우려가 확산하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17일 일본의 유력 경제 매체인 ‘다이아몬드’는 국토성이 아베노믹스의 실적 향상과 국내총생산(GDP)의 확대를 위해 저질렀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요미우리 신문은 원본 조사 자료의 경우, 2년의 보관 기한이 지나 이미 폐기돼 버렸다고 전했다. 이에 스즈키 슌이치 재무성 장관은 17일, 국토성의 자료 조작으로 재무성 소관의 통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16일 국회에서는 전직 검사와 변호사 등이 포함된 제삼자위원회를 설치해, 한 달 내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신뢰 회복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재재생장관은 이번에 문제가 된 통계는 GDP에 영향이 있었다고 해도 경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 정부의 통계 조작은 아베 전 총리 시절 제기된 사학비리 관련 자료 조작은 물론, 3년 전, 후생노동성의 ‘매월 노동 통계 조사’에서도 발각됐다.

당시, 사학비리 관련 문제로 자책하던 담당 공무원은 자살했으며, 후생성의 통계 조작으로 인해 약 2천만 명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금액이 원래보다 적게 지급되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아베 당시 총리는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검증과 후속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통계 부정이 발각되면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이 무색해지게 됐다.

한편 최근 아베 정권 시절에 논란이 된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의 보관료 문제가 재점화 된 것은 물론, 사학비리 관련으로 자살한 공무원의 부인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일본 정부 측이 갑자기 책임을 인정해 그 배경이 주목 받고 있다.

아베노마스크의 경우 지난 14일, 기시다 총리가 국회에서 “반성할 점이 있으며 유효 활용 방법을 찾겠다”라며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을 비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16일, 일본 유력 매체인 ‘니칸 겐다이’는 ‘기시다 정권 “아베노마스크 일제 처분” 표명한 이유...아베 전 총리를 괴롭히기 위해 ‘희망자 배부’를 내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15일, 국토성으로부터 지시받은 조작 방법을 도쿄도의 공무원이 설명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는 니혼TV의 밤 메인 뉴스 ‘news zero’. 사진=니혼TV화면 캡처.
지난 15일, 국토성으로부터 지시받은 조작 방법을 도쿄도의 공무원이 설명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는 니혼TV의 밤 메인 뉴스 ‘news zero’. 사진=니혼TV화면 캡처.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자랑인 ‘듣는 힘’을 과거 아베 전 총리를 위해 발휘해 왔지만, 최근에는 아베 아바타로 보이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해 아베와 거리 두기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정권 발족 당시, 아베 씨가 요구한 ‘하기우다 관방장관’, ‘다카이치 간사장’ 인사를 기시다 총리가 거부한 것은 물론, 모테기 간사장 탄생으로 공석이 된 외무성 장관 자리에는 아베 씨의 천적인 하야시 요시마사 씨를 앉혔다는 점이 좋은 예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는 국회에서 아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해서도 크게 반성할 점이 있으며, 자신은 개최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고 전했다.

또 17일 주간 아사히는 ‘아베 전 총리가 사학비리 재판, 벚꽃을 보는 모임, 아베노마스크 등, 기시다 정권의 대응에 신경 곤두서 “정국 돌파에 나설지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20년 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에서 활동한 정치평론가 타무라 시게노부 씨에 따르면, 자민당 내에서 아베 씨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목소리가 많은 가운데, 아베 씨가 반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당분간 기시다 총리와 아베 씨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 같다는 발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베 정권 시절의 각종 의혹이 재점화 되면서,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의 갈등이 일본 정국을 어느방향으로 끌고갈지 주목받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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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an 2021-12-18 15:16:51
훌륭한 정보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님 같은 분이 있어서 우리나라는 정말 미래가 더 희망적입니다. 국민들이 사리분별력을 길러주는 정보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lala 2021-12-18 15:33:03
라미 tv로 항상 잘 보고 있네요! 링크 타고 와서 기사로 보기도 하고~~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sks 2021-12-18 20:13:16
좋은 뉴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