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물가 안정이 어려워진 이유와 고물가 시기의 투자 전략
상태바
[최석원 칼럼] 물가 안정이 어려워진 이유와 고물가 시기의 투자 전략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1.12.14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뉴스= 기자]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아졌다. 당초 오랜 기간 저물가를 유지시켰던 구조적인 요인들 때문에 이번 물가 상승도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봤지만, 각국의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말까지 계속 오르고 있다.

이제 주요 기관들과 각국 정부는 적어도 내년 1분기, 나아가 상반기 중에는 물가 수준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낮지만 11월 중 3.7%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통화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진 이유는 명확하다. 코로나19 이후 진행된 디플레이션 위험 방지 정책들이 구조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이 기존 ‘부채 문제’와 달리 개별 경제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눈 앞의 괴물을 먼저 무찔러야 그 다음이 있다는 당연한 정책적 판단 하에, 각국 정부 정책은 기존에 생각했던 도덕적, 규범적 ‘선’을 가볍게 넘어섰고, 이제 그 반작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선'을 넘은 정부 정책의 반작용

정책이 기존의 ‘선’을 넘어섰다는 증거는 쉽게 확인된다. 대표적인 예가 각국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됐고, 국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일부 후보의 주장으로 지금도 논의가 되고 있는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같은 형태의 소득보전 정책이다. 이는 각 개인의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과 무관하게 특정 목적을 위해 지급된 것으로 가까운 과거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기업에게 상환 의무를 지우지 않은 노동자 임금 재원을 지급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기관의 대출 만기 연장을 유도하면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도율이 떨어졌다. 일반적인 경제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가가치 창출에 따른 보상이라는 협동적 정의의 원칙이 일부 훼손된 것이다.

이번 물가 상승은 훼손된 원칙과 자본주의 시장 시스템이 만나면서 나타난 부작용의 성격을 갖는다. 정부는 선한 의지로 경제 전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원칙을 훼손했지만, 자본주의 시장은 기존의 원칙대로 움직이며 가격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노동자는 지원에 따라 생긴 협상력을 바탕으로 임금을 올리고 있고,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원자재와 임금 상승을 상품 가격에 전가시키고 있다. 이전 받은 소득을 이용한 소비는 노동 소득을 이용한 소비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전가된 가격을 그래도 감수한다. 국내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특정 제품 소비와 가격 상승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과정은 불가피한 것이었을 수 있다. 이 같은 지원이 없었다면 많은 경제 주체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고, 연이은 금융시스템 혼란이 상당 기간의 성장률 침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그 반대로 경제의 정상화와 함께 정책의 정상화, 특히 원칙 측면에서의 정상화가 이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은 물가에 국한되어 있는 부작용이 다른 측면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올린 것은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의 정상화로 해석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정책 되돌림의 속도

문제는 정책의 되돌림 속도다. ‘선’을 넘은 정책을 사용한 논리는 정책 정상화 시기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되돌림을 늦출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미친 경제적 타격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기존의 정책이 자산가격의 급등을 수반했기 때문에 정책당국으로서는 되돌림이 미칠 수 있는 타격에 대해 불안해 하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는 수십 퍼센트 오른 집값에 대해서도 연착륙을 꾀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의 급락은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또 다른 형태의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현재 상황에서 물가가 안정될 시기를 가늠하거나, 물가상승률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할 경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기저 효과로 인해 내년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그렇더라도 명목금리 수준 이하로 물가 수준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섣부르다. 따라서 자산 투자에 있어서 높은 물가를 염두에 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높은 물가 수준이 예상될 경우 어떤 투자가 바람직할까?

먼저 바람직하지 않은 투자를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 낮은 명목이자 수취 자산은 그리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즉, 일반 채권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책 정상화 패턴을 보면 장단기 명목금리는 해당 기간 내 예상되는 물가상승률 평균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향후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과 현재 10년만기 국채의 금리를 고려할 때 현재의 명목금리가 더 높다고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위험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그 타격을 피하기 위하거나 그 시점에 위험자산을 매수하기 위해 일정 기간 고점금리부 자산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보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충분히 선택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채권자산이 갖는 위험성, 특히 장기채권이 갖는 가격 변동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은행 예금이나 초단기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채권을 비롯한 고정금리부 자산이 미래 상황의 변화와 무관하게 미리 결정되어 있는 고정된 이자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식·부동산, 물가상승기의 적절한 투자대상

같은 맥락에서 높은 물가가 예상될 때 유리한 자산은 상승하는 물가가 미래 현금흐름으로 일부 또는 전부, 때에 따라서는 더 많이 보상되는 자산일 것이다. 이러한 보상분이 자산의 원본 가치에 더해지는 것만큼 실제 현금으로 지급되는 자산이 유리하다.

대표적으로 물가연동채권이 있겠지만, 그 외에도 주식과 부동산이 있다. 그 중에서도 원가 상승을 가격에 전가해도 수요가 줄지 않는 상품을 제조하는 기업의 주식과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집중되는 지역과 형태의 부동산은 물가 상승기에 가치를 보호할 있는 적절한 자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금흐름의 관점에서 볼 때 주식이 부동산에 비해서 나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두 경우 모두 배당이나 임대료를 통해 현금을 수취할 수 있으나, 배당은 배당소득세만이 부과되는 반면, 부동산의 경우에는 임대료에 대한 소득세뿐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데 따른 보유세가 같이 부과되어 세후 실질수익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또한 현금흐름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매도에 따른 현금 수취까지 포함되는데, 국내에서 주식의 양도소득세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는 완전히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주식의 경우 전반적으로 채권에 비해서는 물가 상승에 더 잘 대응한다고 볼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제조 원가 상승분을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가격에 전가시킬 수 있는 기업의 능력에 따라 다시 구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생산하는 아이폰의 가격을 올렸을 때와 글로벌 관점에서 하위권 스마트폰 업체가 가격을 올렸을 때의 타격은 비대칭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업종내 선도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나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수소비재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산업의 경우 물가 상승압력을 제품가격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의 선택도 중요하다. 일상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기업들의 경우 가격을 높이더라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제품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필수 소비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이 타사 제품 또는 타국 제품으로의 소비 대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브랜드 이미지가 뚜렷하고,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는 제품을 보유한 필수 소비재 업체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산업 측면에서는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부문인가도 중요하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전기차 수요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려는 소비자들의 강력한 의지에 기반하는데, 그만큼 전기차 생산 기업이나 필수 부품 기업은 그 의지의 크기만큼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클라우드 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체적인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굳건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의 가격 인상은 수요자들에게 상당 폭 수용될 수 밖에 없다. 

고물가가 부채에 갖는 의미

고물가는 자산이 아닌 부채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현금일 경우 고물가는 현금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지만, 같은 원리로 부채 원본의 실질 가치도 떨어뜨린다. 물론 부채에 적용되는 명목금리 수준이 물가상승률을 크게 상회할 경우에는 지급 이자가 워낙 높아 부채 원본의 실질 가치 하락분을 상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부채를 활용해 고물가에 따른 실질 가치 하락이 잘 방어되는 자산을 매입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 가능한 대안이다. 과거 고물가 시절에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했던 사람들이 이익을 얻은 것은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부채 원본의 실질가치는 하락했고, 부동산의 실질가치는 적어도 현금의 실질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물가가 수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나타났던 공급망 문제는 시간에 걸쳐 해소될 것이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시설의 증가는 조만간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금리에서 나타나듯 각국의 긴축이 장기적인 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가 역시 최근 들어 하락해 조만간 물가 피크아웃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다. 어느 순간에는 이러한 상황에 알맞은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할 것이다.

이미 풀린 대규모 재정 자금이 저축의 형태로 남아 있고, 선을 넘은 지원 방식이 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임금 상승 압력도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낮은 금리가 초래한 부동산가격 상승 역시 당분간 일반 물가에 더 반영되어야 한다.

내년 중반 이후 물가가 낮아져도 2019년 이전 물가보다는 높을 것이고, 곧 물가가 예전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에 적합한, 실질 가치를 중심으로 한 자산 투자가 바람직해 보인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