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6일 중동행...기대감 커진 '삼성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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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6일 중동행...기대감 커진 '삼성엔지니어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2.0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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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부회장, 6일 중동행…미국 출장 복귀 12일 만
삼성ENG 중동 수주 활발…연 6조원 목표 초과 달성
'이재용 효과' 커지는 중동 사업 기대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19년 9월15일 추석연휴를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단순히 싸다고 해서 일을 주지 않는다. 신뢰가 중요하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동발(發) 수주에서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가격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기술력 등 그동안 쌓아 온 신뢰에 후한 점수를 준다는 설명이다. 

삼성의 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열흘 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12일 만인 6일 오후 이번엔 중동행 비행기에 오른다.

관계부처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난 뒤 곧바로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한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열리는 관련 재판이 재판부 사정으로 월요일로 앞당겨지면서 다음 공판 기일(16일)까지 9일간 여유가 생기자 국외 출장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국외 입국자는 10일간 자가격리해야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임원급 등 기업의 필수 인력'에 해당해 자가격리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위해 '기업인 패스트트랙'을 정부 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지 12일 만인 6일 다시 중동으로 발길을 돌린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이번 중동 출장에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찾아 그동안 단절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신사업 기회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UAE 두바이를 찾아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안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동하고 정보통신(IT) , 5G 등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이어 그 해 9월 추석 연휴를 이용해 사우디 건설 현장을 깜짝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와 만나 다방면에 걸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중동 출장에 '이재용 효과'를 기대하는 곳이 있다. 삼성가(家) '미운오리'로 대표되는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력, 석유, 가스, 담수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플랜트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곳이다. 국내에선 삼성계열사 공장을 짓고 국외에선 주로 정유와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한다. 

정유와 석유화학 플랜트의 대표적 발주처는 중동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에서 플랜트 사업에 힘 쏟고 있다. 중동발 플랜트 발주가 호황이던 2009~2011년 사이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했다.

하지만 2011년을 정점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기를 보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주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해서 싼값에 대형 수주를 따냈다. 그러다 막상 공장을 짓기 시작하자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3년 막대한 적자를 낸 뒤 2015년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와 대규모 감원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 기간 '미운오리'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그렇게 10년을 버틴 끝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2분기 매출 1조6958억 원, 영업익 1503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 4분기 이후 최대 실적이다. 그리고 올 3분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 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매출 1조7466억 원, 영업익 1390억 원, 순이익 97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 매출 1조7143억 원, 영업익 1099억 원을 뛰어 넘었다. 특히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966억 원으로 연간 목표치 3900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무르 익어 가는 영업환경 속에 중동에서 활발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엔지니어링이 호실적을 달성한 이면에는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 때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가격까지 찍었던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유가가 오르자 곳간이 두둑해진 중동 국영석유기업(아람코 등)들은 다시 공장을 짓는데 돈을 쓰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급등했던 2009~2011년 호황기와 비슷한 전개다.

중동발 발주에 시동이 걸린 상황에서 경쟁자도 줄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구조조정의 된서리를 참아내는 동안 국내 경쟁사들은 사실상 국외 플랜트 경쟁력이 약화됐다. 또한 스페인TR, 이탈리아 사이펨 등 국외 경쟁사들 역시 삼성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재무구조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와 같은 저가수주가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긴 셈이다.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OPEC+ 등에서 증산을 해도 시장 내 공급부족은 지속될 것"이라고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무르 익은 시장 환경 속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1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자푸라 가스처리 패키지 1 프로젝트' 계약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동쪽 400km에 위치한 지푸라 셰일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2025년 준공 예정이다. 계약금액은 12억3000만 달러(약 1조4500억 원)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아람코 누적 수주 규모는 119억 달러(총 16건)로 늘었다. 특히 이번 수주로 올해 전체 누적 수주액은 약 6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수주 목표 6조 원을 조기에 초과 달성했다. 

모든 여건이 우호적인 지금, 이 부회장이 중동 땅을 밟는다. UAE와 사우디 등 중동지역 왕족 등 '핵인싸'와 이 부회장의 면담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중동 출장이 불러 올 '이재용 효과'는 탄력 받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환골탈태하며 비상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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