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번째 국제공조 비축유 방출 카드···'국제유가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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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4번째 국제공조 비축유 방출 카드···'국제유가 잡을까'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11.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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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 주요 원유 소비국이 공동으로 비축유를 방출한 가운데 플로리다 주유소에서 여성이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사진=AFP/연합
미국을 비롯 주요 원유 소비국이 공동으로 비축유를 방출한 가운데 플로리다 주유소에서 여성이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사진=AFP/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공동으로 비축유를 풀기로 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악관이 23일(현지시간) 전략 비축유 5000만 배럴의 방출을 발표했고 인도도 비축유 공급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은 중국, 일본, 영국 역시 동참한다고 전했다. 

주요 소비국들이 미국 주도의 국제 공조를 통해 유가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국제사회가 공동 비축유 방출에 나선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과거 3번의 사례는 주요 산유국에서 벌어진 전쟁 또는 자연재해로 원유 생산에 대규모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걸프전이 벌어지자 미국 등은 1730만 배럴의 비축유를 풀었고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치자 6천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10년 전인 2011년 리비아 내전 등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총 6000만 배럴을 방출했을 때다.

앞서 세 번의 방출이 국제에너지기구(IEA) 주도로 성사된 것과 달리 이번 조치는 미국 등 여러 국가의 자율적 공조에 의한 첫 행동이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분류되는 중국이 참여한 첫 번째 국제적 비축유 방출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서 빚어진 생산 차질이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차이도 있다.

전방위 갈등을 빚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신속한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은 그만큼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1년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61% 급등해 전국 평균 가격이 갤런당 3.40달러까지 찍었다.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대목과 추운 겨울철을 앞두고 미국의 휘발유와 난방유 가격은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유 선물도 고공행진 중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지난달 26일 배럴당 84.65달러로 7년래 최고가를 찍었다가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8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수요가 계속 회복되는 추세여서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

미 에너지부는 올해 4분기 글로벌 석유 소비는 하루 평균 1억 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방출 결정은 당장 공급에 숨통을 틔워 유가를 억누르려는 동시에 원유 증산을 거부하는 주요 산유국들을 압박하는 목적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후 경제활동 위축으로 원유 생산을 줄인 주요 산유국들은 최근 미국의 잇단 사전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이달 초 미국의 증산 요구를 거부한 것은 물론 비축유 방출에 반발해 기존의 증산 계획마저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축유 방출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결국은 산유국들이 적극적인 증산에 합의하지 않으면 유가 억제 노력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등의 방출 발표가 나온 이날도 WTI와 브렌트유가 상승하는 등 시장은 산유국들의 동향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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