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노드스트림2 승인절차 중단...유럽 가스대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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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노드스트림2 승인절차 중단...유럽 가스대란 현실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11.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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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에너지당국 노드스트림2 승인절차 일시 중단
공급부족 우려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 10% 급등
전문가들 "내년 하반기에나 가동될 듯"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송유관 노드스트림2의 승인절차가 중단되면서 공급부족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드스트림2를 두고 러시아와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전문가들은 이 송유관을 통한 가스 수송이 내년 하반기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독일 에너지 당국, 노드스트림2 승인절차 일시 중단"

1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독일의 에너지규제당국은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 승인절차를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2는 지난 9월에 이미 완공됐으며 가동을 위한 독일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9년 채택된 EU 가스 거래 규정에 따르면, EU의 영토 내에서 거래되는 가스는 생산과 거래, 운송이 각각 분리돼야 한다. 즉 한 회사가 가스를 생산하고, 그것을 판매하기 위해 운송을 하는 등의 독점적인 파이프라인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규정이 채택된 2019년 이전에 노드스트림2를 통한 가스 유통이 이미 결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러시아 가즈프롬의 스위스 자회사인 노드스트림2AG는 독일 법원 측에 해당 규정에서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독일 법원은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 8월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직접적으로 독일의 파이프라인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가 없게 된 노드스트림2AG는 가즈프롬과 분리된 독립적인 체제를 갖춘 별도의 자회사 설립에 나섰다.

다만 이 자회사가 독일 법의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독일 당국이 승인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필수 자산과 인력을 독일 자회사로 완전히 이전하는 등 조건을 충족한다면 승인 절차가 다시 재개될 것"이라며 "독일 당국이 송유관에 대한 승인을 내리면 최종 결정은 EU 집행위원회가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의 대변인은 노드스트림2가 실질적으로 가동이 시작되는 시기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3주래 최고치

이같은 소식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큰 폭으로 튀어올랐다. 16일 기준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점인 네덜란드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13% 오른 92유로에 거래됐고, 영국 천연가스 가격은 섬(therm, 열량 단위)당 15% 급등한 2.36파운드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지난달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이며, 3주래 최고치다. 

문제는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시기에 공급부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지역의 에너지 대란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WSJ은 "독일 당국의 승인절차 중단으로 인해 유럽 연료 가격이 급등했다"며 "이는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의 공급부족 사태가 내년 봄까지 유럽 전역에 전력을 공급할 가스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독일과 영국 등에서는 추운 날씨로 인해 최근 며칠간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특히 바람도 충분히 불지 않은 탓에 풍력발전 대신 가스 수요가 크게 늘어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레이더들은 당초 노드스트림2를 통한 가스공급으로 천연가스 재고가 충분히 확보되고, 높은 가스 가격이 진정되기를 바랐으나 승인절차 중단으로 인해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겨울 가동 희망 사라졌다...내년 하반기나 가동될 듯"

전문가들은 향후 승인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 러시아간 입장이 미묘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즈의 유리 비트렌코 최고경영자(CEO)는 "가즈프롬이 자회사를 이용해 합법적인 속임수를 쓰고 있다"며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유럽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2가 가동될 경우 기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던 가스관에 대한 수요가 약화될 것을 지속적으로 우려해왔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가스 대란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송유관을 통해 서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컨설팅회사 에너지 애스펙츠의 제임스 와델은 "러시아가 노드스트림2를 수출 증대의 열쇠라고 줄곧 피력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독일 당국의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고 EU 집행위가 이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이 반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앨런 라일리 애틀랜틱협의회 싱크탱크 선임 연구원은 "EU 집행위가 계획을 수용한다 해도 폴란드와 같은 회원국은 유럽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노드스트림2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노드스트림2가 실제로 허점이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입장차로 인해 당분간 공급부족 사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와델은 "노드스트림2 송유관을 겨울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동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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