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만원 넘는다고?”…‘프리미엄’ 전략에 꽂힌 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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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만원 넘는다고?”…‘프리미엄’ 전략에 꽂힌 식품업계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1.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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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뛰어넘는 퀄리티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어필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1봉에 2200원…시중 라면 2~3배
정용진X정태영 된장라면, 조선호텔 짜장 밀키트보다 비싸
농심 ‘새우깡 블랙’·제일제당 ‘비비고 곰탕’ 2종도 ‘프리미엄’

“맛 차이 별로 없는데 ‘프리미엄’ 단어 때문에 비싸져” 지적도
“기존 제품과 비교해 프리미엄군 가격 설정에 적절한 균형 필요”
배우 이정재가 출연한 하림의 '더미식 장인라면' CF. 사진=하림 CF 캡처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라면, 과자, 육류, 가정간편식(HMR)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 고급화 프리미엄 전략으로 무장한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들이 질 좋고 맛 좋은 먹거리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상품들이 기존 제품들의 가격까지 끌어올리며 가뜩이나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부추기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들이 익숙한 기존 제품 대신 가격이 높은 신제품을 쉽게 선택할지에 대해서도 미지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최근 ‘The(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국내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가격은 편의점 기준 봉지면 1개당 2200원으로, 농심 신라면이 900원, 오뚜기 진라면이 820원 하는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다.  

하림이 라면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조5000억원대지만, 아직 제대로 된 프리미엄 라면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5년간 개발에 몰두했으며, 내년 ‘장인라면’을 통해 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과 정태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만 원이 넘는 라면도 등장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함께 만든 ‘정’든 된장라면 밀키트를 출시했다. 정태영 부회장의 레시피를 토대로, 양사 실무진은 4개월 이상의 제품 개발 기간을 거쳤다. 

정든 된장라면은 상대적으로 라면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던 된장을 주재료로 한 게 특징이다. 소고기와 표고버섯, 알배추, 반숙 달걀 등이 포함돼 있어 3분 만에 끓일 수 있는 기존 라면과 비교해 차별화를 뒀다. 가격은 1만2800원으로, 조선호텔 유니짜장(7900원)보다 비싸다. 

과자업계서도 프리미엄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중순께 출시한 농심의 ‘새우깡 블랙’은 새우깡 탄생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탄생한 ‘고급 과자’다. 편의점 기준 1봉에 2000원으로 일반 새우깡(1300원)보다 54% 가량 비싸다.

새우깡 블랙은 새우 함량을 기존 제품보다 2배로 늘리고, 트러플을 접목한 점이 특징이다. 모양도 기존 새우깡보다 두께는 얇은 반면, 너비는 1.5배 넓다. 농심 관계자는 “새우깡블랙의 면적이 넓어진 이유는 트러플 풍미가 더 잘 느껴질 수 있도록 디자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의 '새우깡 블랙'. 사진제공=농심

CJ제일제당은 전문 식당 수준의 국물요리를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콘셉트로, 비비고 국물요리 프리미엄 신제품인 ‘비비고 도가니곰탕’과 ‘비비고 꼬리곰탕’을 출시했다. 두 제품의 가격은 각각 8180원으로, ‘비비고 한우사골곰탕’보다 약 3.8배 비싸다.

식품업계가 프리미엄 제품 개발·출시에 집중하는 이유는 소비들의 취향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가성비 만을 외치기 보다는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더 맛있고 영양소가 풍부한, 질 높은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접어들면서 외식 수요가 높아진 소비자들을 붙들기 위해서라도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수 전략이 됐다는 설명이다. 

SPC삼립이 출시한 ‘식빵언니’ 제품. 사진제공=SPC삼립

하지만 높은 가격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부 소비자들도 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가격이 2~3배는 비싸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박모(29)씨는 “‘프리미엄이다, 기존 제품과 다르게 만들어 차별화를 뒀다’고는 하지만 몇몇 제품을 먹어본 결과, 실제로 와닿지 않았을 뿐더러 식품 위생 문제가 계속 터졌던 상황에서 고급 식재료를 썼다는 것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SPC삼립이 최근 김연경 배구선수를 내세워 출시한 ‘식빵언니’는 식빵 3장과 김연경 스티커 포함, 1800원으로 구성돼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랜차이즈 빵집 식빵 400g 가격이 2900원인데, 120g짜리 제품이 1800원인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가 사먹을 만 하다고 느낄 정도의 가격 수준을 넘어가면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더라도 팔리지 않는다”며 “식품군은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기존 제품과 비교해 프리미엄군 가격 설정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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